미셸 앙리의 이번 전시는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보여준 앙리 특유의 꽃그림이다
베니스, 파리의 에펠이나 퐁네프다리, 피렌체의 두오모 혹은 이에나강 등을 배경으로 담았다
빛이 꽃을 투과하는 정점을 포착한 듯한 그의 꽃들은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캔버스를 튀어나올 듯한 생기가 느껴졌다
유화가 분명하건대 수채화인 듯
유리병이 투명해 보인다
흰 물감 터치로 저렇게 투명한 유리병을 그려내다니.....
화가의 붓터치는 마술이다
저 유리병 속에
바다도 하늘도 다 담겼다
붉은 바탕에 그린 꽃그림이 마치 앙리의 시그니쳐인 듯
그의 정열을 색감으로 보여준다
배경의 체크무늬가 묘하게 입체감을 주면서 같은 계열의 붉은색 꽃을 담아도
바탕에 기죽지 않고 도드라진다
저 유리병은 또 나의 눈길을 강력히 끌어들인다
해 질 녘
내가 마치 베니스의 산마르코광장 맞은편 섬의 어느 창가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을이 번져 하늘도 바다도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노을 담은 바닷물을 어찌 저리도 멋지게 칠했는지
난 이 두 작품에서 앨리스 달튼의 그림을 연상했다
창에 비추인 햇살을 커튼이나 사물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눈부시게 캔버스를 채웠던 앨리스 달튼
짠딸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며 격하게 동감했다
예술의 전당 제7 전시관이 조금 협소했다
그래서 초반의 작품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후반 작품들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이 금지된 존의 작품이 더 멋져 보이는 건 아마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일지도 모르겠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촬영이 금지된 앞부분으로 되돌아가 앙리의 꽃들을 다시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꽃밭을 쉽게 떠나기가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 전시회에선 직접 구매도 가능한지 빨간 스티커를 붙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좁은 전시장 한켠엔 구매상담테이블도 있다
도대체 이런 작품의 가격은 얼마일지 궁금하다
짠딸은 자꾸만 '나도 사줘'를 속삭인다
이거 이거 하면서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난 애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5만 원 하면 사줄게(5백 원부터 시작했다)
10 만원이면 사줄게 놀이를 이어간다
오늘따라 예술의 전당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천천히 걸어 분수광장 앞으로 오르니 오페라극장의 갓 모양 지붕이 선명히 보인다
참 멋진 자태로 우면산 아래에 서 있다
곳곳의 단풍나무가 예쁘게 물들어 올 가을 단풍이 예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보기 좋게 외면했다
걸으며 눈길이 가는 예쁜 단풍나무 아래에서는 이렇게 고독한 척해보기고 하고
곧 열리게 될 빈센트 반 고흐전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건물을 메우고 있다
곧 다시 올게~~~
미셀 앙리 아저씨
예쁜 꽃밭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