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나? 실전인가?”... 정치 9단도 헷갈리는 ‘윤·한 충돌’
작성 2024.01.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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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싸움, 약속대련이다"
"아니다. 실전이다"
여권을 대혼란에 빠지게 한 당정 갈등, 즉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갈등에 대해 정치권 해석이 분분합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권력 투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고, '윤석열 아바타'라는 프레임을 벗기 위한 일종의 '약속대련'(공격과 방어를 사전에 약속해서 겨루는 태권도 용어)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치 고수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약속대련인 줄 알았는데 실전이다'라고 생각이 바뀐 정치 9단도 있습니다.
한동훈 "사퇴 요구 거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어제(21일)에 이어 오늘도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는데요, 오늘은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준 겁니다.
▷ 기자: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는데요.
▶ 한동훈 위원장: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고요,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중략)
▷ 기자: 총선 때까지 비대위장 역할 하시나요?
▶ 한동훈 위원장: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 위원장은 어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보도가 나온 뒤 한 위원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습니다.
오늘(21일)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입니다.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
- 국민의힘, 기자단 공지
대통령실이 내세운 이번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공천 논란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사실상 마포을에 공천할 것처럼 발언하자 대통령실이 '사천 우려'가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인데요, 한 위원장이 '국민적 눈높이'를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에 갈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한 위원장은 오늘도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는데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한 위원장은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함정 몰카이지만,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난 18일 입장이 한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원 "약속대련인 줄 알았는데, 권력투쟁"
정치인의 언행에 대해 통상 정치 진영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데요, 이번의 '당정 갈등'에 대해서는 진영과 무관하게 정치인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실전이다'는 해석과 '약속대련, 즉 짜고 치는 싸움이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약속대련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치 9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BBS 라디오에서 '약속대련인 줄 알았는데 실전이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박 전 국정원장은 사흘 전만 해도 SNS에 "총선 80여일 앞두고 정부 여당의 짜고 치는 고스톱 게임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어 국민 현혹쇼를 합니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김건희 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한 '의도적 갈등'으로 본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역대 보수 정권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많이 썼기 때문에 어떤 음모가 아닌가 하고 봤는데 권력투쟁이 확실한 것 같다"며 "약속대련이 아닌 실전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중전마마의 무서운 권력이 대신들을 물러나게 하지 않느냐"면서 "21세기 서울에서 궁중 사극을 보는 것 같다. 어떠한 경우에도 윤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궁중 암투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진행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20년 지기 수하를 이렇게 하루아침에 단칼에 손절할 수가 있는 것이냐. 어떻게 보십니까?
▶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게 바로 우리가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중전마마의 무서운 권력이 다 대신들을 물러서게 하잖아요. 그러한 궁중 사극을 보는 것 같아요. 21세기의 서울에서, 대한민국에서.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금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서지는 않을 겁니다.
-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동물의 왕국에 비유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우두머리의 밥그릇에 잘 못 손 댔다가 한 대 맞은 모양새'라고 표현했습니다.
'약속대련'이 아니라는 이유로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주도면밀하거나 심모원려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약속대련 아니냐, 이렇게 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러기에는 우리가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을 충분히 봤잖아요. 주도면밀하거나 심모원려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올 때까지는 몇 번 아마 메시지가 갔겠죠. 그러고 안 되니까 비서실장을 보내서 했다는 거는 이미 많이 간 것이고, 결국 한동훈 위원장이 여기서 이걸 견뎌내려면 김경율 같은 사람 자르고 '다시는 디올백이니 이런 여사님 관련된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하고 무릎을 꿇어야 되는데 그건 어차피 죽는 거잖아요.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최근 탈당하고 개혁신당으로 옮긴 김용남 전 의원도 "약속대련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사퇴하라는 얘기가 전달됐고 한동훈 위원장이 계속하겠다면서 충돌하니까 용산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약속대련... 기획된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면서 '약속대련'으로 규정했습니다. '짜고 치는 싸움'이라는 해석입니다. 근거로는 ▲ 여권 모 인사의 발언 ▲ 한 위원장과 이관섭 비서실장의 만남을 거론했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실장을 보낸 건 약속 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며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약속대련으로 보기엔 양측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원래 약속대련일수록 메시지가 세다"면서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동훈 홀로서기가 약속대련의 목표라는 게 이준석 대표의 분석입니다.
약속대련은 나중에 가서 결과론적으로 국민들한테 보이고요. 결과를 보면 딱 나옵니다. 나올 것이고요. 제가 예측하기로 한동훈 위원장 쪽에게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겁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제 한동훈과 윤 대통령의 쇼가 다시 시작되는 모습이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가 핵심인데 난데없이 거취 압박으로 쇼 벌이고 있다"고 했는데요, 약속대련에 의한 '정치쇼'라는 주장입니다.
"약속대련이든 아니든 당무 개입"
표면적으로 여권이 대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약속대련' 주장이 나오는 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관계, 총선 전략상의 필요성 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핵심 특수통이었고, 한 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민주당에서는 한 위원장을 '윤석열 아바타'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하고 있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동훈 위원장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의도된 갈등'으로 한 위원장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게 이른바 '약속대련' 설에 따른 해석입니다.
'나를 밟고가라'는 식의 '제2의 6·29 선언'까지 예측하는 분석가도 있는데요, 한 위원장 요구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 '김건희 여사 사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여사 사과' 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 만으로도 정치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또한 '약속대련'설에 속합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실전과 약속대련의 시나리오를 모두 거론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보호하고 한동훈 버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국민 속이기' 전략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 속이기' 전략에 대해 "윤석열 부부의 얼굴을 지우고 한동훈 얼굴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면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으나 제2의 6·29선언 같은 '한동훈 돋보이기' 작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약속대련이든 아니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탄핵사유라면서 날을 세웠는데요,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불가하지만, 혐의가 확인되면 국회는 탄핵소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더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약속대련이냐 아니냐를 떠나 이번 당정 충돌이 총선에서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총공세를 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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