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나 어머니와 싸울거여!)
어느 벗님은 앞의 글을 읽느라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으니 이제는 진짜 알콩달콩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나는 갖태어난 아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저 아기가 나의 2세라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귀여웠다.
나는 그러한 나의 부성애를 아기에게 들려주는 동요로서 표출하였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쪽배에...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본래 나는 노래방 가기를 아주 싫어하는 음치대장인데 과연 그 곱지아니한 아빠의 꽥꽥거리는 노래소리를 아기는 어떻게 들었는지를 모른다.
특히 주말이면 아들을 품에 안고 몇시간이고 동요를 불러주었는데 그것은 주인집 아저씨의 직업이 상업으로 주말에도 출근을 하기에 가능했을 것이고 마음씨 착한 주인아주머님도 잠실 베레모의 그 지극한(?) 부성애를 애교로 보아주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였다.
아내는 출산후 부기가 있어 늙은호박 속에 꿀을 넣어 푹 고아먹고는 낳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하였다.
이번에는 출산시 진통으로 인해 아내는 정신적으로 몹시 충격을 받았는지 매사에 초조하고 불안한 증세를 나에게 호소하였고 한번은 아기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기도원에 가서 몇달을 쉬고 싶다고 하였다.
그때 아내는 매우 심각했던 모양인데 나는 대수롭지않게 지나치고 말았다.
사실 그런 상황을 나는 상상도 할수 없었으니....
갖 태어난 아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이며 아내를 산속의 기도원에 보내놓고 또 나는 어찌하란 말인가..!!
그런데 그런 아내의 의사는 주인집 아주머니에게도 전해졌고 한번은 어머님과의 대화중에 그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이었다.
성격이 완고하신 어머님께서는 며느리가 아기를 맡기고 기도원에 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화가 많이 나시어 며느리 흉을 좀 보신 모양이고 다시 그 사실이 아내에게 전달되어 아내는 아내대로 그동안 서운한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퇴근을 하니 어머님께서는 마당의 수도에서 기저귀 빨래를 하고 계셨고....
(사실 어머님께서는 손자, 손녀 모두 일곱을 키우시면서 기저귀빨래는 도맡아 하셨다.)
아내는 나를 보자마자 눈망울이 휘둥글해져서는
- 나, 어머니와 싸울거야 !!
하면서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때만 해도 영문을 모르는 나는 순하고 착하기만 하던 아내가 그런 갑작스런 돌출행동을 하니 역시 당황하여 멍하니 아내를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 어머니 ! 왜 저를 그렇게 미워하세요 !?
하면서 지저귀가 담긴 대야를 잡아챘다.
평상시에 고분고분하던 며느리가 느닷없이 대어들자 어머님께서도 무척 당황해 하셨다.
- 네가 누구에게 무슨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왜 너를 미워하니 ? 나는 너를 미워할 이유가 없다.
- 그럼 왜 혜유 엄마한테 저를 지독한 여자라고 하셨어요 !?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 아니 너도 생각해보렴 ! 저 핏덩어리 어린 것을 버려두고 기도원에 간다는 생각이 있을성 싶은 이야기냐?
이번에는 시어머니한테 대드는 젊은 며느리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시면서
- 내가 작은아들네하고 같이 사니까 네가 나를 우습게 보는 모양이로구나 !
하시면서 벌써 언성에 눈물이 곁들여졌다.
....어 ...! 이것이 아닌데....!
-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당장이라도 시골로 내려가겠다...!!
하시면서 당신 방으로 들어가셔서는 정말 짐을 꾸릴 기세이셨다.
.... 아니 어머니! 지금 시나리오를 벗어나셨어요 !
시어머니의 강공에 아내는 머쓱하여 풀이 죽었고 나는 어머니를 달래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와서는
- 여보. 당신이 젊으니까 어머님을 이해해요...!
말하자
- 왜 당신은 항상 어머니편만 들어요!?
....하... 이런 .... 어머니편 며느리편이 어디에 있나....
- 그러지 말고 당신이 먼저 어머니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모든 것을 풀어버려요.
그러면 어머님도 기뻐하실거요...
아내는 잠잠해지더니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어서야 시어머니한테 찾아갔다.
-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자 어머님께서도 반가워 하시면서
- 아니다. 내가 별 얘기를 한것도 없는데 혜유엄마가 말을 잘못 전한 것 같다. 너도 서운한 마음을 풀거라.
하면서 고부간에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지더니 밤 12시가 다 되도록
- 호호호
- 하하하
웃으면서 고부간에 끝없는 정담이 오고갔다.
.... 그럼 그렇지..... 그럴 것을 왜 싸워.... 애꿎은 내 입장만 난처하게시리....
나는 아내를 기다리다가 아기를 끌어안고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저녁식사도 못 먹고...
잠실 베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