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넣은 2골에 환호하면서도 100%의 찬사를 보낼 수 없는 건 전적으로 호날두 탓이다.
이날 전반에 터진 3골은 모두 호날두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박지성의 첫 골은 호날두의 기막힌 왼쪽 돌파로부터 이어졌고 루니의 2-0 골은 호날두의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의 결과물이었으며 박지성의 3-0 골은 야스켈라이넨 골키퍼가 호날두의 슛을 박지성 코 앞으로 밀어줬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호날두에 매혹된 이유는 도움 3개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전반전이 끝날 때면 보통 득점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영국 현지 카메라가 이날만큼은 호날두에 계속 초점을 맞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압도된 자의 무언 고백.
호날두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주중에 열린 맨유vs유럽연합 경기도 호날두가 빠진 후반 눈에 띄게 경기가 ‘평범해졌다’. 그렇다. 호날두는 비범한 재능과 승부에 대한 열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줄 아는 특출난 선수인 것이다.
물론, 이날 박지성의 플레이는 (한국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쌍수 들어 환호할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위력적이었다. 평점 9점이 아까울 리 없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건 이날 역시 2골을 넣은 웨인 루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의 호날두는 그 너머에 있다. 혼자 힘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혼자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좌지우지한다. 게다가 동작 하나, 터치 하나, 발걸음 하나 그 작은 움직임마저 한없이 매혹적이다. 수치로 기록되는 공격포인트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축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플레이어인 것이다.
루니의 2-0 골 장면은 이날의 절정이다. 자기 진영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부터 공을 몰고 질주해 상대 진영 박스까지 당도한 뒤 함께 뛰어들어온 루니에게 공을 밀어주기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그 호쾌함! (물론, 루니의 기막힌 슛 센스로 골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감동이 덜했을 지도 모르겠다.) 공을 몰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두 어번의 발놀림으로 상대를 제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플레이를 펼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공을 잡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를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항상 즐겁기만하다. 박지성이 2골을 몰아친 경기를 보고 그를 가장 높이 평가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호날두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을 수 없다. 자기 혼자 경기를 지배할 줄 아는 선수, 보는 이를 감동시키는 플레이, 그리고 골에 대한 욕심보다 팀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성숙함까지 갖춰가고 있지 않은가. 매일 이날만 같다면 펠레도 마라도나도 안심할 수 없겠다. 자신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한 셈이니 말이다.
추신) 호날두, 루니, 긱스… 박지성이 이런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세계 축구 중심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새삼 경이롭다. 토티, 바티스투타와 함께 이탈리아 리그 우승컵을 치켜올리던 나카타를 보며 마냥 부러워하던 게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우리 선수가 그런 스타들 틈에서 포옹과 환희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나 같은 축구팬이 느끼는 이런 기분은… 이를테면 대중음악 팬들이 이효리나 아이비가 비욘세와 듀엣곡을 취입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걸 볼 때의 기분과 흡사하지 않으려나..)
MBC 축구해설위원, 스포탈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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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빠!!
요즘 날도빠지면 경기가 지루해지는 경향이 살짝...
그쳐? 어제도 나가고 나니까 꼭 그것때문인지 몰라도 야간 밀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경기를 지배했다는 말이 꼭 맞네요. 외모,실력,이제 성숙함까지 오늘은 그의 플레이에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5시가 다 되어 가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7번의 기운을 제대로 받아가는건지.. 이제 날도가 경기를 좌지우지하는것같네여.. 예전 7번들이 그랬던것처럼
나날이 괴물로 변해가네요..... 진짜 로날도 빠지고 나면 경기가 왠지 느슨해지는 게 사실임.
진짜 호날두 빠지면 안된다 팔지마라 어제 경기 보고 더 뼈져리게 느꼈다 딴데가면 안된다고.........
정말 어제 호날도는 잘했음
그런가....근데 호날두 어제...... 경기 내내 그런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거 같다.....3:0 이후로 완벽하게 원맨쇼 모드로 돌입한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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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에서 날도보다 더 칭찬받으면 오히려 칭찬받는 선수가 부담스러울걸요..ㅎㅎ
로날도 빠지면 경기 루즈해지고,공잡아도 기대되는 선수도 없고,,
정말 날동이 플레이 메이커든데 ㄷㄷㄷㄷㄷㄷㄷ혼자 다 해먹는;;ㄷㄷㄷㄷ 대단한녀석.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줄 아는 특출난 선수인 것이다. << 딱이네!! 서형욱씨 호날두한테 제대로 감동받았나봐요ㅋ
박지성은 현재 진짜 세계최고의 탑클래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는겁니다~!아진짜 호날두같은선수우리나라에 안태어나나?ㅋㅋㅋ
서형욱 해설위원님 원래 날도 싫어하지 않으셨나a ..이 엄청난 극찬;; 정말 날도는 경기를 압도하고 좌지우지하는 능력이란걸 갖춘선수로 변모해가고 있더군요. 무수히 듣던 패스타이밍도 이젠 아주 잘아는선수가 되었죠..
로날도 처럼 특유의 유쾌함과 넘치는 자신감..실력.무엇보다 즐길줄 아는..아 정말, 대단합니다..!
전성기 (밀란)호나우도 가는건가.... C.호날도... 호나우두란 이름을 가지면 다 저렇게 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