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가 내 곁을 떠나갔다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다
무더위가 한 풀 꺾이고 구월이 시작 될 무렵 녀석을 '오시게' 장날 내다 팔아버려서이다 그 동안 두 번 씩이나 갖다 버렸지만 용케도 집을 잘도 찾아오는 용감무쌍하고 영특한 녀석인지라 고심끝에 택한 방도다
그렇지만 한 때는 애지중지 하면서 소중하게 기른 녀석인데 단 돈 삼천원에 장삿군에게 넘기고 "미안해"라는 단 한 마디 말만 남기고 돌아서는 발길이 천근만근이다
진아를 처분하러 간 "오시게 장날" 은 아침나절 임에도 사람들이 붐빈다 오일장인지라 시골 어르신들이 재배한 신선한 채소며 약초등이 심심찮게 눈에 띄기도 했으나 관심 밖이다
진아가 쌀자루 속에 꽁꽁 묶인 채 이중 그물로 둘러 씌워진 그 비좁고 숨막히는 곳에서 미동조차 없으니 어쩌랴
평소 겁이 많은 녀석은 집을 나설 때 부터 지하철을 내릴 때 까지 짊어진 배낭 속에서 억지를 부리며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 치던 녀석인데 그 곳에 가선 곧 바로 죽은 듯 잠잠하다
난 아무런 대책없이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그냥 발길을 돌린다
재작년 여름이다 불가마같은 열기에 만물들이 무더위에 지쳐 있을 때 여러 애완동물들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전념시킨다는 매스컴 보도가 잇따랐다 모든 사람들에게 거듭 주의를 당부 했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음에도 난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뜻한 바가 있어 그저 죽기 살기로 책과 씨름하면서 먹고 자는 일은 뒷전이고 더구나 우리 진아는 추호도 염두에 두질 못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생체 리듬이 파괴되었는지 면역체계가 붕괴 되었는지 난생 처음 내 피부가 노발대발 성이나서 발칵 뒤집혀 버렸다 약을 복용하고 통원 치료를 해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슬그머니 사라졌다간 또 다시 온 피부 여기 저기에 샛빨간 봉오리들이 봉긋봉긋 솟아나 못 견디게 가렵다 밤낮 피가 나도록 박박 긁어대고 나면 나중엔 손톱 독이 올라 진물이 번지기 일쑤다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아닌성 싶다 나중에 들었지만 악성 피부염은 애완 동물 중에서도 특히 고양이 로부터의 감염률이 가장 높다고들 한다 안타깝기 한량없다 진아를 등한시한 자책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진아는 내가 일어를 배우러 다닐 적에 동료에게서 받은 선물이다 조그마한 인형처럼 깜찍하고 앙증맞아 첫눈에 반해 데려 온 후 철저한 위생관리와 온 정성을 쏟아 보살피곤 하였다
거의 날 마다 목욕 시키고 향수도 뿌려주며 몸 단장하는 일은 기본 이었으니 실내에선 늘 상큼하면 서도 말쑥하던 녀석인지라 세상 그 어디에도 녀석보다 귀한 존재는 없는것 같았다
그런 진아가 어느 새 사춘기가 되었는지 어느 날 부터인가 미닫이 창문을 스스럼 없이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온 동네방네를 설치며 싸돌아 다니다 큰 부상을 당하여 피투성이가 된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오는가 하면 감기 눈병 피부병등을 달고서도 발정기 암컷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다 늘 힘 센 놈들에게 할퀴고 쥐어뜯겨 몇날 며칠만에 기진맥진 상태로 기어 들어오기 일쑤다 바람이 나도 크게 났다
그래도 어쩌랴 그것도 한 생명의 생리 현상인 것을!
하지만 늘 당하고만 다니는 꼴이 너무나 속상하여 그냥 냅뒀다가도 측은지심으로 다시 정성껏 약을 처방하여 치료를 해주면 금방 씻은 듯 낫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 사람들의 등살엔 어쩔 도리가 없어 진아를 포기 하기로 작정한다
그토록 아끼던 진아를 떠나 보내고 난 한 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어디선가 진아가 슬피 울어대고 날 찾는 소리가 한없이 애처롭고 가련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환청이다
액자속의 녀석을 맥없이 바라 보다 울컥하고 흐느낀다 쌔-액 쌕 코까지 곯아가며 잠자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견디기 힘들다
내 발을 살포시 끌어안고 침상에서 잠던 모습이며 두 눈에 파란 불을 켜고 네 발을 딱 모은 채 좌변기에 올라앉아 긴꼬리 치켜들고 힘주어 용변보는 모습과 두 앞발을 꼿꼿하게 모아 세워서 황제펭귄처럼 식탁 위에 오똑 올라앉은 모습등 모두가 액자 속 진아의 포즈들이다
어느 유명 모델들이 이 처럼 당당하고 리얼하랴 싶다
진아는 야성적이지만 한편은 겁쟁이다 주인 외엔 그 누구도 따르질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그저 달아나기 바쁘다 그러나 화가 나면 주인이고 뭐고 앞면 몰수다 무섭게 덤비기도 하는 놈이다
우리집 세간은 무엇하나 성한게 없을 정도요 내 몸은 만신이 할퀴어 상처투성이다
언젠가 한 번은 선물받은 대형 영한사전을 펼치자 삽시간에 두 장이나 찢어버렸다
녀석은 내가 책만 펼치면 책을 보는 내 코 앞에 다짜고짜 엉덩이를 바짝 들이대고 책장 위에 납작 드러누워 책도 못 보게 훼방을 놓고 전화 통화도 용서가 안된다 울고불며 날 마구 물어뜯고 보채며 난리를 친다
내가 하는 일들은 웬만하면 다 알아차리고 잘 잘못을 판별하는 눈치가 삼단인 녀석이다 그러기에 잘못을 저질렀을 땐 단호하게 다스린다 그렇찮으면 기싸움에서 내가 진다
어설프게 대항하면 또 덤비기도 한다 화가 나면 나를 빤히 쳐다 보면서 요 이부 자리에다 오줌을 싸버리고 화장지를 있는대로 풀어 찢기도 하고 침대 커버를 두 발로 할퀴며 물어뜯고 아주 가관이다 그럴 때 매라도 들게되면 침대 밑이나 냉장고 뒷쪽으로 쏜살같이 달아나 숨는다 그래도 마냥 우습고 귀엽기 그지없는 진아다
내가 종종 외출에서 돌아 올 적엔 대문을 열기도 전에 울고불며 난리를 피운다 안으로 들어서면 마당에서 대굴대굴 나뒹굴다 온 몸으로 내게 비비고 울어대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어디 그 뿐이랴 쥐 파리 모기 바퀴벌레등 눈에 띄었다 하면 영락없이 낚아챈다 그런 걸 보노라면 밥 값은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오래 전에도 난 두 마리의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다 그 녀석 들은 TV 출연 경력마저 있던 스타급들이었다 요즘도 난 가끔 그 녀석들이 보고프면 녹화영상물 을 한 번 씩 보기도 한다
그 때도 진아처럼 지극 정성으로 길러서 인지 여덟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처음엔 자라는 재미에 힘든 줄 몰랐으나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위생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처분해 버렸다
"개 고양이 삽니다" 를 목청껏 외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개 장수에게 어미와 새끼들을 몽땅 주고 말았다 어미 실수로 두 마리를 없애고 남은 여덟 마리다 그냥 가져가랬는데 삼천원을 줬다 출산 보름만이다
그때 까지 아무런 영문도 모르던 남편은 녀석들의 새 보금자리를 짜맞추어 왔다 제법 멋진 튼실한 집이다 근데 모든 걸 뒤늦게 알고 망연자실하는 남편의 말이다 "니는 죄많아 죽을끼다" 란다
그 이후 난 석달 열흘 이상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나의 결혼 이듬 해 돌아가신 친정 아버님이 듣노라면 엄청 서운하실테지만 그 때는 그 토록 오래 서러워 하진않았다 사람이던 동물이던 정분이 나면 다를 바가 없나보다
그날 이후 난 맹세했다
이젠 두 번 다시 애완동물은 기르지 않겠노라고!
그래놓고선 또 이렇게 아파하고 있다 만남 뒤엔 이별의 아픔이 있다는 걸 그땐 왜 몰랐던가
덩그렇게 텅 빈 진아의 보금자리가 오늘 따라 한없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ps : 진아는 반려묘입니다 -끝-
2022. 7. 14
용변보는 진아를 찍다가 딱 걸림
서로 깜놀! ㅋ 안 가르쳤지만 꼭 변기에서 볼 일을 보니 신통방통!
탁자는 진아에겐 최고의 자리! ㅎ
첫댓글 새로운 소식을 돋보이게 하고 언제나 변함없이 맑고 사랑은 희망과 용기가 용솟음치는 느낌을 받아 자연의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향기로운 맛과 가장 소중하고 멋진 넉넉한 보석같이 빛나고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며 감명 깊었습니다. 또한 세월이 흘러 신비한 비경은 올려주신 보기 힘든 훌륭한 작품 감상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명복을 빌며~~~
감사합니다
빈 자리.작품과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즐거운 나날 되세요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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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다 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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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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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좋은글 잘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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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상합니다.
잘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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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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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정성 있으면 부모에게 3/1만 해도 효자 소리 듣는데. 사람보다 더 고급으로 먹고 미용 관리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정성.
감사합니다
@향원김영옥 천만 번을 들어도 지당한 말씀입니다 이젠 효도를 하고자 해도 떠나버린 부모님! 가슴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있으리까 모두들 효도하시길요~ㅠㅠ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에 머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애완견의 사육이 힘들어 다시는 애완견 안기른다고 다짐한다 갖은 애환이 있었구만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진아는 애완견이 아니구요 애완묘(고양이)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름답고 행복한 아침 멋진 좋은 글을 올려주시어 너무나 고맙게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늘 즐겁고 행복이 넘치는 날 되시길 바라며 매일 매일 희망이 넘치는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