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우리 아빠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마주 치며 엉엉 울다 손가락으로 아버지를 가리키며 연신 외쳐댄다. "저 사람이 우리 아빠야!", "저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사흘째 이어진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던 중 자리에 앉아 지켜보던 딸 호프(23)와 아들 거스(17)가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둘은 자리에 앉아 하트 모양을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였다.
월즈 후보는 난임으로 힘들어 하던 부인 그웬(58)과 7년 동안 "지옥"을 견뎌내다 2001년 첫 딸 호프를 갖게 된 감격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 그애 이름을 호프라고 지었다”고 말했는데 이 순간 카메라도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뒤 입을 달싹거려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눈물을 글썽인 것은 물론이다.
월즈 후보는 "호프, 거스 그리고 그웬, 너희는 내 온세상이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거스가 손가락으로 아버지를 가리키고 환호를 보내며 “우리 아빠야”라고 외친 뒤 청중들을 향해서도 같은 동작을 해보였다.
이날 DNC에서 가장 감정을 회오리치게 만든 순간으로 꼽혔다. CNN 앵커 데이나 배시는 "거스, 거스 월즈가 오려 붙여야 할 순간이라고 말해야겠네요. 모든 사람이 볼 것 같아요. 만약 이런 순간에 감동 먹지 않는다면, 나도 모르겠네요. 그냥 보세요”라고 말했다. 공동 앵커 제이크 태퍼는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랑스럽게 '우리 아빠야'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미국인의 삶에서 특기할 만한 순간"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아, 거스의 행동이 많이 이상하다고? 그렇다. 이달 초 월즈 부부는 피플 잡지에 장문의 성명을 보내 아들의 "비밀스러운 능력"을 설명했다고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가 전했다. 거스는 비언어 학습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불안 장애 등을 진단 받았다.
부부는 “우리 막내가 자랄 때 급우들과 다르다는 점이 차츰 확연해졌다”면서 "거스는 비디오게임과 저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10대가 됐을 때 우리는 그 아이가 비언어 학습 장애, ADHD, 불안 장애 등 수백만 미국인이 갖고 있는 장애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부부는 이제 거스의 장애가 걸림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능력도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거스는 얼마 전 아버지가 MSNBC 인터뷰를 갖는데 뒤에서 토끼 귀 모양을 하며 풀쩍풀쩍 뛰어다니기도 했다.
CNN은 고교 풋볼 코치 전력이 있는 월즈 후보가 "우리는 4쿼터를 뛰는 중이며 공은 우리에게 있다.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의 캐치 프레이즈인) 싸우면 이긴다"며 수락 연설을 끝낸 뒤 거스의 학습 장애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 대선 후보의 행동을 비교하기에 이르렀다. 태퍼는 “트럼프와 얼마나 대조를 이루는가, 그는 공개 석상에서 장애 기자를 대놓고 조롱했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과정에 러시아 출신 세르지 코발레스키 뉴욕 타임스(NYT) 기자가 선천적인 장애 때문에 두 팔을 요란하게 휘저으며 리포트하는 것을 흉내내며 비아냥댄 일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