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57) - 3월의 바람
3월이면 떠오르는 훈훈한 기운, 초등학교 때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네 앞 잔등에 이르면 겨우내 몰아치던 북풍은 스러지고 부드러운 촉감의 봄바람이 온몸을 간질이더라. 그런데 올 3.1절 들판의 바람은 매콤하였다. 봄바람아, 불어라.
때에 맞춰 카톡방에 오른 시, 이해인 수녀의 ‘3월의 바람 속에’를 읊어보자.
3월의 바람 속에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코로나19의 위력이 전국을 휩쓴 3.1절, 해마다 우렁차게 울려 퍼지던 만세 소리도 숨을 죽이고 정부는 50여명의 단출한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3.1운동의 숨결이 스민 배화여고 교정에 모여 10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조정래 시인의 스스로 지은 묵념사에 이어 원문,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수화, 현대어 등으로 번갈아 낭독한 독립선언문과 김구 선생, 유관순 누나, 홍법도 장군으로 분장한 이들이 외친 만세삼창 등 색다르게 연출한 기념식 장면을 TV로 지켜보다가 만세삼창의 구호가 마음에 닿아 메모하였다. 그 내용,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을 역설하였고 유관순 누나는 나는 죽지않았다고 외쳤으며 홍범도 장군은 우리는 모두 대한독립군이라고 선언하였다.
요며칠간 어깨가 쳐진 우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례들을 접하며 감사, 이를 살펴본다.
1. 문화강국의 선봉에 선 방탄소년단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역대 네 번째로 새 앨범을 빌보드 정상에 올리며 한국 대중음악의 빌보드 도전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1일 빌보드는 방탄소년단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최신 차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빌보드 200'은 세계 최고의 앨범들이 치열하게 자웅을 겨루는 장이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 200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이어 이번 앨범까지 사실상 신보를 '떼어 놓은 당상' 격으로 이 차트 정상에 올리는 패턴을 만들었다. 미국 포브스는 '맵 오브 더 솔 : 7'의 빌보드 200 1위에 대해 "팝 음악의 기성 위계 구도를 격파하는 것"이자 "세력교체(changing of the guard)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빌보드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아민정음을 아시는가? ‘아민정음(아미+훈민정음)’이란 해외 아미(방탄 팬클럽)들의 언어다. ‘kibun(기분)’ ‘yeonseupseng(연습생)’ ‘tteedonggab(띠동갑)’처럼 한국어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옮겨 쓴다. 직역이 쉽지 않은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다. 방탄이 미국 프로에 출연해 아민정음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뉴욕타임스가 “행복과 성공에 이르는 한국인의 비밀”이라고 소개한 ‘noonchi(눈치)’, 아이돌에게 강요되는 ‘aegyo(애교)’, 지난해 9월 BBC가 ‘오늘의 단어’로 선정한 ‘kkondae(꼰대)’ 등이다. 콘서트에서 관객 반응을 유도할 때 쓰는 ‘so-ri jil-luh(소리 질러), 귀여움을 담당하는 최연소 멤버를 가리키는 ‘maknae (막내)’, ‘bap moon-na(밥 문나)’ 같은 사투리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 이은 쾌거, 문화강국을 꿈꾼 김구 선생의 탁견을 살려가자.
2. 영원한 누나, 유관순
3.1 독립운동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유관순 열사는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순절하였지만 우리 모두의 누나로 영원히 살아 있다. 때마침 문인이기도 한 고등학교 동창이 동기들 카톡방에 그가 작사한 ‘영원한 누나’의 악보를 올렸다. 이를 음미하자.
3. 독립군의 후예여, 기개를 떨치시라
문 대통령은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올해 안에 조국으로 봉환하겠다고 말하였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일본과의 교전에서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의 승장이기도 한 대한독립군의 상징, 우리 모두 그 뒤를 이을 후예들이어라.
독립군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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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3월 2일) 프로골퍼 임재성 선수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가든에서 벌어진 PGA(미국 프로골프) 대회에서 50번째 출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였다. 곳곳에서 활약하는 태극전사들이여, 선열의 기개를 널리 펼치시라.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은퇴한 처남은 그 기업이 최근에 수주한 중남미 지하철공사의 자문역을 맡아 오늘 출국하였다. 평생 연마한 노하루를 전수하며 노익장의 기개를 떨치시라. 코로나19 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인들에게도 박수와 격려를! 국난이 닥쳤을 때 드러난 우리의 저력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