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4년이 지나니 부모님께서 시골에만 있으면 시집 못 간다고 집으로 오라고 재촉하셨어요. 학생들하고 정이 너무 많이 들어 정말 헤어지기 힘들었어요. 학생(이영순)은 나를 따라 서울로 오고 홍 양순은 울다가 쓰러졌어요.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교문 앞에 나와 배웅을 해 주셨지요. 나도 너무 많이 울어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 나는 인하여고를 거쳐 인천여고로 3번째 부임을 했지요. 그리고 결혼식 날 상동에서 효순이가 결혼식장에 찾아왔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상동에서 서울까지 선생님 결혼식이라고 왔으니 정말 가슴이 벅찼어요. 그런데 자꾸 울고 있기에 왜 우느냐고 했더니 선생님 남편 될 사람이 너무 못생겨서 우는 거였다나요. ㅎㅎㅎ
중 1때 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변함없이 만나고 있답니다. 세월이 흘러 제자들도 모두 결혼하고 가정이 있어 모두 바쁜데도 변함이 없었어요. 모두 동생 같은 제자 랍니다. 김효순은 언니가 하고 있는 패션울티모에 있으면서 언니를 많이 도와주죠. 내가 결혼했 어도 내내 찾아와주고 어떤 때는 우리집에서 한달도 있고 마음 안 좋을 때는 상담도 해주고 힘들 때면 찾아와 쉬어 가기도 했었답니다. 긴 세월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선생님을 잊지 않아 주어서 ...
홍양순은 강원도에 장인이 되었어요. 우리나라 전통발표식품인 고추장,된장,간장을 담그는 백연농가 라는 아름으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상동 덕구에서 시작했어요. 고생도 많이 하면서 지금에 홍양순 명인이 된 것입니다. 상동학교를 졸업하고 상동에서 “백연농가”를 시작했으니 누구보다 상동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홍양순이라고 생각해요. 해마다 봄이 되면, 곰취. 두릅 곤드레도 보내서 잘 먹고 있습니다. 김장도 효순과 양순이가 해마다 보내주어서 20년이 넘도록 김장을 보내주어요. 감사하고 면목이 없을 정도입니다. 54년이 넘도록 한 번도 잊지 않고 스승의 날은 꼭 찾아주었지요. 권영석 제자도 한결같습니다. 스승의 날이면 압구정 패션가에서 옷도 사주고 선생님 보신하라고 장어도 사주고 또 금일봉도 주곤 합니다.
나는 남편에게 제자들에 자랑이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제자들이 칠십이 넘어 손자들도 있지요. 영석 효순, 양순, 현숙, 영자, 건성. 고마워요. 영석이는 일생에 은인을 5명인데 전 행자 선생님이 3번째 라고 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 첫번째 두번째 은인은 돌아 가셨으니 내가 첫번째라며 농을 합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하면 찾아올 선생님의 계셔서 너무 좋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못하니 답답하시죠 하면서 영석이 집으로 초대했어요. 얌전하고 세련된 식탁으로 강원도 배추 전, 갈비, 깔끔하게 밥상을 차려 주었습니다. 5월 스승의 날에는 강원도 상동으로 여행을 갔어요. 영월에 명승지를 거쳐 상동중고등학교에서 사진도 찍고 교무실과 교실도 들어가 보았어요. 그리고 꼴두바위에 가서 또 기념사진도 찍고 영석이 살던 집도 찾아갔어요. 옛날 광업소를 지나 골짜기 뒤쪽에서도 한참 갔는데 그 먼 산골짜기에서 학교를 걸어다녔다니 나는 상상도 못했어요.
코가 시큰하고 눈물이 납니다. 항상 명랑하고 깔끔하고 그늘이 없었으니까요. 그 순간 그때 더 잘해 줄껄하고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어요. 다음 날에는 홍양순이가 운영하는 백연농가에서 효순 양순 영석 세 제자와 원두막에서 식사와 맥주도 한잔하며 54년전 상동학교에서 추억을 말하며 배가 아프 도록 웃었어요. 시간가는줄 몰랐어요. 해외국내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제자들과 여행이 제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었답니다.
내가 숨을 거둘 때까지 고맙고 감사함을 잊지 못할 거예요. 상동에서 4년보다 더긴 54년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 고맙습니다. 또 해마다 스승에 날 잊지 않고 상동학교에 계셨던 선생님들 모시고 식사도 하고 군부대 견학도 하고 땅굴도 관광시켜 주었지요. 동문 제자분들께 감사합니다. 54년이 지난 이 글을 쓰면서 잊혔던 그때를 다시 추억을 되돌리며 글을 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마음이 10년은 젊어진것 같네요. 상동에 유명한 꼴두바위 치랭이골, 고무라골 영원히 기억합니다.
상동 중고등학교 제자 여러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하는 일 모두 잘 이루어지기 바라고 영원히 행복하고 건강하기 바랍니다.
첫댓글
본 동문회 카페에서 모셔 온 글. 전행자 무용 선생님의 마지막 이야기~
전행자 선생님의 글을 다 읽으니 선생님이 내 옆에 계시는듯 느껴진다. 선생님은 나의 얼굴을 몰라도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는 꼴두바우 아래 문화관에서 예술제도 많이 했었는데 ...
우리는 남학생이여서 이쁜 얼굴과 이름만 기억하고 있지만 그 시절 무용을 전수 받던 여학생들은 같은 또래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지.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너무 소탈하다. 이런 글이 지금 우리들을 감동케 하네. 아무튼 선생님의 건승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