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스님의 옻칠을 활용한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우연히 만났다
미셀 앙리의 작품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전시를 만났는데 뜻밖의 횡재인 양 느껴졌다
거기다 무료관람이라뇨?
어떻게 옻칠을 하면 이런 작품이 나올까?
이 컬러는 어떻게 옻과 섞여 이런 신비스런 아우라를 뿜어낼까
우주의 시작을 상징하는 암흑과 태초의 에너지를 표현한 설치물이다
이 흑을 칠하고 다듬고 밀어내며 성파스님은 이미 득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성파스님은
근원을 탐구하는 구도의 자세로 이 기둥을 세웠으리라
가만히 만져보고, 귀 대보고 싶은 칠흑같은 검은 기둥들
이 전시방으로 들어설 때는
마치 가을 산으로 들어서는 느낌도 들고
먼 먼 구도자의 언덕에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서양화의 마블링을 연상시키는 이 염색은
한지에 작업한 작품들이다
햇살 가득 들어와 출렁이는 바닷물일까
옻이라는 다소 생소한 재료로 이 다양한 컬러와 어떤 방법으로 융합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도자기 작품엔 특이하게도 삼베를 입혀서 옻칠을 한다
마지막에 놀라운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 속의 달>이라는 작품인데
옻칠의 방수성을 활용하여 모래알처럼 무수한 점들과 기하학적인 선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물속에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이글거리며 선과 점들이 활발히 움직여 물 위로 튀어오를 것처럼 보였다
성파스님의 구도자적 작품세계를 만나 옻이라는 재료에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