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2 달 입니다..
거의 광란의 만남이 2 달 여 이어지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 몸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체력이 딸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잠시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3일 정도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될 수 있으면 술 안마시는 자리를 만들었고..
될수록 일찍 만나서 일찍 헤어지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모처럼 아침부터 출입국 관리소에서 거소증을 찾아서 남대문 시장에 가서 지인의 부탁으로 물건을 좀 알아보다가
강남 운전면허 시험장에 가서 면허증 갱신을 하고 나니까 배가 고픈 겁니다..
그 때 딱 생각난 것이..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먹거리 였습니다..
옛날 친구와 비오는 날 마장동의 허름한 식당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며..
염통, 신장, 허파 구워 먹다가 육회도 조금 주문하면 싱싱한 음식이 금방 금방 나오던 게 생각이 나서..
호텔 방 냉장고에 한달 정도 넣어뒀던 막걸리를 꺼내서 마셔보니까.. 시큼.. 이거 효소야 효소 하면서 다 마셨습니다.
이거 5월 초에 친구와 만나서 입가심으로 딱 한 잔 씩 마시고 남은 막걸리 인데..
너무 오래 됐는지.. 좀 시큼했지만 뭐 먹고 죽기야 하겠나 싶어서 그냥 마셨죠..
배가 고파서 빈 속에 급하게 마셨더니 쉰 막걸리가 약간 취하는 듯...
바로 마장동으로 달려 갔습니다. 지하철을 2번이나 환승해 가면서...
마장동 입구에 도착해서 먹자골목에 들어섰는데.. 식당들이 주욱 한켠에 늘어서 있는데..
안 쪽에 메뉴를 들여다보니까.. 전부 꽃등심, 갈비, 갈매기 살 등등 고기 메뉴 뿐이었습니다.
내가 찾는 내장 부속 메뉴가 안 보이는 겁니다..
한 집 한 집 지나가면서 봐도 전부 고기 메뉴 밖에 없어요.. 이런 !!
그렇다고 가격이 아주 착한 것도 아닌거 같아요...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런 ....
그래서 축산물 시장 안 쪽으로 들어가니까 이제 파장인지 대부분 문 닫을 준비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중 한 집에 사장님한테 물어봤죠..
여기 염통, 간, 콩팥, 허파 이런 거 구워먹는데 없나요?
없데요... 엥? 그럴리가 분명히 전에 여기서 먹었는데...
안 쪽으로 더 들어가 봐도 대부분 문을 닫았어요..
아까 마신 막걸리 때문에 배 고픈 걸 조금 잊고 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꽤 되다보니까 배속에서 마구 소리도 지르고..
뭔가 빨리 먹긴 먹어야겠는데...
축산 시장을 끝까지 들어가 보고 골목을 꺽어서 안 쪽으로 들어가보고 심지어 저 뒷쪽 까지 다 돌아봐도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부속 구워먹는 곳은 없었습니다...
맥이 탁 풀리면서 마장동에서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진 겁니다..
사실 호텔 방에서 막걸리 마실 때... 배도 고픈데 가까운 광장 시장에 가서 빈대떡을 먹을까 아니면 마장동에 가서 옛날 생각하며 정리를 좀 해볼까?... 갈등이 있었는데도 마장동이 자꾸 우겨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무슨 일 이랍니까..
아니 이럴꺼면 왜 마장동까지 와요.. 그냥 동네 고기집에서 먹지.. 구태여 마장동까지 올 필요가 없쟈나요..
마장동이면 마장동 만의 특색이 있어야 마장동이지 .. 이거 뭐 동네 고기집하고 다를게 하나도 없쟈나요..
그냥 뒤도 안 돌아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마장동 사장님들은 마장동의 특색을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마장동은 그냥 고기 축산 시장으로만 남을 거 같습니다.
원래 마장동이 축산 시장 맞아요... 맞아... 괜히 지 혼자서 엣날 추억에 흐물 된거지... 마장동이 뭐 어때서...
이미 시간은 8시 반이 넘었어요..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그 동네에는 택시도 없어서 다시 털레털레...
지하철 역에 까지 걸어와서 지하철 타고 환승해서 종로 5가에 가니까.. 이제는 배가 고픈데다가 아까 빈 속에 마신 막걸리까지 사람의 뇌를 마구 흔들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낭만이고 추억이고 없어요... 일단 뭐라고 먹고 보자...
9시 넘은 광장 시장에는 대부분의 노점상도 문을 닫고 몇몇 가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 중에 삼거리 중앙에 있는 곳이 사람이 제일 많이 앉아 있길래.. 순대 모듬 하나와 먹걸리 한 병을 시켜서 꾸역꾸역 밀어 넣고 목이 메면 막걸리 마시고...
혼자서 청승을 떨어가면서 먹는데... 옆 자리의 젊은이들이 여자 한 명 남자 세명이 함께 자리를 했는데 대화 내용이며 분위기가 어찌나 어색하고 재미없는지 안타까워서 자꾸 쳐다보게 되고..
오른 쪽 편에는 젊은 남녀 커플이 와서 돼지 껍데기 같던데 빨간거 한 접시 시켜서 둘이 코를 박고 급히 먹고 가는데 거기 역시 정말 재미없어 보이고...
완전 뭔가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분위기로 가면서 억지로 배가 부른 나머지.. 속도 거북하고... 참 내.. 괜히 막걸리를 마셔가지고 배만 불러...
아 이게 아니었는데.. 한 잔 더 해서 분위기 쇄신을 해 볼까 하다가.. 괜히 발동 걸릴꺼 같아서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까...
날씨도 덥고.. 술마셔서 몸에 열고 나고... 아 망했다..
피곤해서 빨리 자려는데 잠도 제대로 안오고... 괜히 테비만 틀어놓고... 뒤척이다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왜 이렇게 몸이 개운하지 못하고 정신도 흐릿한지..
역시 막걸리 뒷끝이 좋지 않아.. 다음부터는 막걸리 하지 말아야지..
하루 종일 빌빌 대다가 점심 때 나가서 양평 해장국으로 속풀이하고 나니까 졸리기 까지 해서 잠시 자고 났더니 어둑어둑 해졌습니다...
잘 못 된 선택이 하루 반을 날려버린 아쉬운 날이었습니다.
자~~ 또 바빠질 내일을 향해서 오늘까지는 휴식을 계속 하겠습니다...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