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여파에 관광 예약 줄줄이 취소
미국 관광업계, “우리는 여전히 캐나다를 기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반복한 이후, 미국을 찾는 캐나다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단체 수학여행과 같은 고등학생 그룹 예약이 집중됐던 뉴욕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캐나다발 예약이 사실상 ‘전멸’ 수준으로 감소했다.
뉴욕에서 20년 넘게 관광 회사를 운영해 온 한 업체는 지난해 캐나다 고등학생 단체 관광으로만 3만5,000달러를 벌었지만, 올해는 5,000달러 수준에 그쳤다. 단체 예약은 대부분 취소됐고, 새 예약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업체 측은 별다른 이유 없이 일정을 접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발언을 처음 내놓았고, 이후 여러 차례 이를 반복했다. 캐나다와의 무역 문제나 국경 통제 이슈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캐나다인들의 반감을 자극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세관 국경보호국은 2025년 3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육로 여행객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약 90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미국여행협회는 2024년 한 해 동안 캐나다인들이 미국에서 소비한 금액이 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약 14만 개의 일자리가 유지됐으며, 캐나다는 미국 관광 수입의 1위 국가다.
문제는 단순한 숫자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각지의 관광도시들은 캐나다 관광객의 부재로 직격 영향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 해안도시 와일드우드에서는 여름마다 캐나다인이 대거 방문하며, ‘퀘벡 모텔’과 ‘로열 캐네디언’ 같은 숙소 이름이 일상적인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심해지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냐”는 문의까지 들어오고 있다. 한 숙소는 “정치적 사유로는 무료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광객 감소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도시들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시는 주요 거리 가로등에 ‘Palm Springs Love Canada’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상공회의소도 캐나다 손님 감소에 대한 걱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뉴욕 관광 업계는 “뉴욕은 정치보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며 “캐나다인들이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의 숙박업계 관계자들도 “수십 년째 같은 가족들이 여름마다 찾아왔고, 자녀가 자라 다시 가족을 데려오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이 특별한 관계는 쉽게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캐나다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함을 느끼는 여론이 여전히 강하며, 당분간 미국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미국 관광지들이 캐나다인의 발길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