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력曆
먼지는 날짜에서 피어난 부피다
훅 불면 날아오르는 먼지들은 날개들의 반대파이거나 꽃의 대역代役이다 피어오르고 난 뒤엔 반드시 지는 일족이지만 우수수 지지는 않는다 혹자는 가라앉지 못하므로 분한 마음일수도 있겠다
깃털을 품고 있는 고요한 일습一襲일 것이다 평생 외출해본 적 없는 가구들을 들어내면 숨어 살아온 날들이 가슴을 열고 공중으로 쏟아진다 그동안 등지고 잊혔던 날들이 소리 없이 눈부시다
외면과 방치 사이에 헐거워진 틈, 틈을 털어 내다보면, 창밖으로 날아오르는 자욱한 방위들이 헛날개짓으로 허공에서 뒤엉키다 조용히 내려 앉는다
먼지력, 이보다 더 견고한 달력이 있을까
나이테 속에 번져가는 숫자 같기도 한
바닥을 벗어나려 기어오르던 날들이
들풀거미줄같이 소복하다
너무도 헐거워서 날아가는 것조차 잊고 있는 먼지들, 그 시간의 허물이 날개의 부력이다 오래되면 흐릿한 시야가 되고 마는
먼지는 사물이 벗어놓은 날짜다
첫댓글 먼지라는 소재 하나로 이렇게 많은 말들을 표현해 내는 시인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먼지는 날짜에서 피어난 부피다..
먼지는 사물이 벗어놓은 날짜다
한참을 생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