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 떠난 발칸팀.
슬로베니아의 보석, 블레드 호수와 포스토이나 동굴 이야기
슬로베니아는 작은 나라지만 그 속에는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블레드 호수(Lake Bled)**와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은 이 나라의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한곳은 푸른 물결과 고요한 산 속에 자리 잡은 낭만의 호수이고, 다른 한곳은 수백만 년의 세월이 빚어낸 신비로운 지하의 세계입니다.
1. 블레드 호수 –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
아침 햇살이 블레드 호수 위로 내려앉으면, 물결 위로 금빛 비늘이 반짝입니다. 호수 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자리하고, 그 위에는 고풍스러운 성모 마리아 교회가 우뚝 서 있습니다. 이 풍경은 한 장의 그림처럼 완벽하여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호수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 시계가 멈춘 듯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특히, 전통 나무보트인 **플레트나(Pletna)**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순간, 물결을 가르는 소리와 노를 젓는 노인의 느릿한 호흡이 들립니다. 섬에 도착해 99개의 계단을 오르면, 오래전 결혼식 풍습에 따라 신랑이 신부를 업고 계단을 오르던 전통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섬에서 바라본 풍경은 또 다른 세상 같습니다. 저 멀리 **블레드 성(Bled Castle)**이 절벽 위에 서 있는데, 그 아래로 호수와 마을, 그리고 알프스의 산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한때 요정이 살았다고 합니다. 요정들은 호수를 자신들의 성역으로 삼고 춤추며 노래했는데, 인간들이 그곳을 건드리자 화가 난 요정들이 호수를 깊고 넓게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호수 주변에는 카페와 작은 숙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디저트인 **블레드 크림 케이크(Bled Cream Cake)**는 이곳을 찾는 모든 여행자들이 반드시 맛보는 별미입니다. 호수를 바라보며 달콤한 크림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2. 포스토이나 동굴 – 지하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여행
블레드 호수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반을 달리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곳은 바로 슬로베니아가 세계에 자랑하는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입니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작은 전동열차를 타게 되는데, 마치 놀이동산의 어드벤처 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열차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리면, 서서히 거대한 석회암 동굴의 비밀스러운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십만 년, 아니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천천히 자라난 종유석과 석순들은 마치 자연이 만든 조각 작품 같습니다.
동굴 내부는 마치 지하 궁전 같습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하얀 종유석은 화려한 샹들리에 같고,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은 거대한 기둥처럼 보입니다. 특히 ‘브릴리언트(Brilliant)’라 불리는 순백의 종유석은 포스토이나 동굴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로, 많은 이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남깁니다.
동굴 속에는 신비로운 생명체도 살고 있습니다. 바로 **올름(Olm)**이라고 불리는 희귀 동물인데, 눈이 퇴화되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과 후각이 발달해 어둠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작은 생명체는 ‘동굴 속의 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포스토이나 동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전체 길이가 24km에 달하며, 그중 약 5km 구간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지구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는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마치 인간이 한없이 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3. 두 장소를 잇는 이야기 – 땅 위의 낭만, 땅 아래의 신비
블레드 호수와 포스토이나 동굴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한 여행자의 하루에 함께 담을 수 있는 두 장면입니다.
아침에는 호수 위를 떠다니며 햇살을 느끼고, 오후에는 지하의 깊은 어둠 속에서 자연의 신비를 마주합니다. 마치 한 편의 동화가 ‘빛과 어둠’이라는 두 챕터로 완성되는 듯합니다.
블레드 호수가 인간의 사랑과 전설을 품고 있다면, 포스토이나 동굴은 자연의 신비와 시간의 힘을 보여줍니다. 두 곳을 모두 다녀오면, 여행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4. 여행자를 위한 작은 팁
블레드 호수에서는 호수 둘레 산책로(약 6km)를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합니다. 걸어서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됩니다.
플레트나 보트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으니, 유로화를 준비해 두면 좋습니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1년 내내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므로, 여름에도 가벼운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두 장소를 하루에 모두 방문하려면 아침 일찍 블레드 호수에서 출발해 점심 이후 동굴을 방문하는 일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슬로베니아의 작은 땅속에는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호수 위에 비친 햇살과 동굴 속의 차가운 공기, 그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자는 자연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위대한 메시지를 마음속에 새기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은 넓고, 그 속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신비가 가득하다.
첫댓글 목표를 잃는 것보다
기준을 잃는 것이 더 큰 위기입니다.
인생의 방황은
목표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끝없는 성숙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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