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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학계구(風鶴鷄狗)
바람, 학, 닭, 개라는 말로 한글은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라도 모두 쓸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風 : 바람 풍(風/0)
鶴 : 학 학(鳥/10)
鷄 : 닭 계(鳥/10)
狗 : 개 구(犭/5)
출전 :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정인지서(鄭麟趾序)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解例) 정인지 서(鄭麟趾 序)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조선 세종 28년에 반포(頒布)한 훈민정음을 왕령으로 정인지 외 여러 집현전 학사들이 한문으로 해설한 책이다. 책이름은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 한다. 전권 33장 1책의 목판본이다.
有天地自然之聲, 則必有天地自然之文.
천지자연에 성(聲)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글(天地自然之文)이 있어야 한다.
所以古人因聲制字, 以通萬物之情, 以載三才之道, 而後世不能易也.
그래서 조선(祖先)은 그 성(聲)에 따른 자(字)를 만들어, 그로써 만물의 뜻을 통하게 하고, 삼재(三才)의 이치를 담으니(載), 후손이 손댈 수 없었다./후세에도 바뀌지 않았다.
然四方風土區別, 聲氣亦隨而異焉.
그러나 각 지방은 풍토의 성질과 종류가 다르고(區別) 성기(聲氣) 또한 다르다.
盖外國之語, 有其聲而無其字.
대개 외국어는 그 성(聲)은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자(字)는 없다.
假中國之字以通其用, 是猶枘鑿之鉏鋙也.
(그래서) 중국(首都 또는 中原 中心의 나라) 문자를 빌어서 통용하는데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처럼 맞지 않고 불편하다.
豈能達而無擬乎.
(그러니) 어찌 능히 통달한다 해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으랴?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強之使同也.
모두 그 처지에 따라 안정(표준화)이 필요하나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다.
吾東方禮樂文章, 侔擬華夏, 但方言之語, 不與之同.
우리 동방의 예악과 문장은 화하(華夏; 서방)와 비등하나, 방언(方言)은 그러하지 않다.
學書者患其旨趣之難曉, 治獄者疾其曲折之難通.
(그래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본뜻을 이해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법 집행자는 그 곡절 파악이 어려워 괴로워한다.
昔新羅薛總, 始作吏讀, 官府民間, 至今行之.
옛날 신라 설총이 처음 이두를 만들었는데, 관이나 민간에 아직도 그것을 쓴다.
然皆假字而用, 或澁或窒.
그러나 모두 字를 빌어 사용하여, 어떤 것은 어색하고 어떤 것은 통하지 않는다.
非但鄙陋無稽而已, 至於言語之間, 則不能達其萬一焉.
다만(非但), 비루(鄙陋)하고 근거가 불분명하고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言과 語를 글로 표현하는데 이르러서는 그 만분의 일도 반영할 수 없다.
癸亥冬, 我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以示之, 名曰訓民正音.
계해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만드시어, 간략한 사례를 들어 보이시고,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다.
象形而字倣古篆, 因聲而音犀七調, 三極之義, 二氣之妙, 莫不該括.
모양은 고전(古篆)을 모방하여 본뜨고, 성(聲)원리를 바탕으로 音을 七調에 맞춰, 삼재(三才)의 뜻과 이기(二氣; 陰陽)의 묘를 다 포괄(包括)한다.
*칠조(七調) : 평조(平調), 월조(越調), 출조(出調), 준조(俊調), 황종조(黃鐘調), 이아조(二雅調), 반섭조(般涉調) - 서양의 도레미파솔라시도.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
이 28자로 무궁한 전환, 간명한 요약, 정치(精緻)한 통달이 가능하다.
故智者不終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 以是解書, 可以知其義.
고로 지자(智者)는 조회가 끝나기 전에, 우자(愚者)라도 열흘(浹旬)이면 배워, 이로써 글을 해석하고 그 뜻을 알릴(知) 수 있다.
以是聽訟, 可以得其情.
이로써 송사를 심리하면, 그 실정(實情)을 지득(知得)할 수 있다.
字韻則淸獨之能辨, 樂歌則律呂之克諧, 無所用而不備, 無所往而不達.
자운(字韻) 청음과 탁음(淸濁)을 구별할 수 있고, 악가(樂歌) 율려(律呂)가 고르고, 쓰는 데 부족한 바가 없어 어떤 경우에도 이르러 통달하지 않는 바가 없다.
雖風聲鶴淚, 鷄鳴狗吠, 皆可得而書矣.
바람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글로 적을 수 있다.
逐命詳加解釋, 以喩諸人.
마침내 (上께서) 상세한 풀이(詳釋)를 더해서 민중을 가르치라 명하시니,
於是, 臣與集賢殿應敎臣崔恒,
이에 臣은 집현전 응교신 최항,
副敎理臣朴彭年, 臣申叔舟, 修撰臣成三問,
부교리신 박팽년, 신숙주, 수찬신 성삼문,
敦寧府注簿臣姜希顔, 行集賢殿副修撰臣李塏, 臣李善老等.
돈녕부주부신 강희안, 행(行)집현전 부수찬신 이개, 이선로 등(7인)과 더불어
謹作諸解及例 以敍其傾梗槪, 庶使觀者不師而自悟, 若其淵源精義之妙 則非臣等之所能發揮也.
삼가 여러 예해(例解)를 지어 요약본을 서술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려하나, 심오한 연원이나, 정치(精緻)한 묘의(妙意)에 대해서는, 신 등이 능히 펴 나타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恭惟我, 殿下天縱之聖, 制度施爲超越百王, 正音之作, 無所祖述, 而成於自然.
공경하는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서, 지으신 법도와 시정 업적이
백왕을 초월하여, 정음을 지으심도 어떤 선인의 술(述)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신 것이라.
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 而非人爲之私也.
그 이치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니, 사람의 사사로운 작품이 아니다.
夫東方有國, 不爲不久, 而開物成務之大智, 盖有待於今日也歟.
대저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 오래이나,
문물을 창조하고 사업을 성취시킬 대지가, 오늘을 기다리게 하였음이로다.
正統十一年九月上澣.
資憲大夫, 禮曹判書, 集賢殿大提學, 知春秋館事, 世子右賓客, 臣鄭麟趾, 拜手稽首謹書.
정통(明 正統帝) 11년 9월 상한,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 신 정인지, 두 손 모아 절하고 머리 조아려 삼가 쓰다.
⏹ 이하는 박석 교수의 풍학계구(風鶴鷄狗) 글이다.
雖風聲鶴唳鷄鳴狗吠, 皆可得而書矣.
비록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라도 모두 쓸 수 있게 됐다.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정인지(鄭麟趾)의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저자는 먼저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는 법인데 우리나라에 문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를 빌려 쓰니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종대왕이 새로 만든 28자는 잘 조합하면 수많은 글자를 만들 수 있으며, 똑똑한 사람들은 반나절이면 이해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어디서나 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바람 소리에서 개 짖는 소리까지 천지자연의 소리를 다 표기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글은 자모음의 조합으로 무려 1만 개 이상의 글자를 만들어낸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법에 따르면 이보다 훨씬 많은 글자가 나올 수 있는데, 특히 겹자음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조합 가능한 글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소리의 표기 능력은 전 세계의 여러 문자 중에서 한글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지인 중에 인도네시아의 소수부족인 찌아찌아족에게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을 가르치는 분이 있다. 자신들의 고유한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채택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세종대왕의 원래 뜻을 살려 잘 개량하면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하는 문자를 넘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의 모든 발음을 표기하는 국제표기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의 모든 소리를 다 표기하려는 원대한 꿈을 지니고 태어났으니 인간의 언어 정도야 표기하지 못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소중한 문화유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더욱 아끼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風(바람 풍)은 ❶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바람’을 뜻하는 風자는 본래 봉황새를 그린 것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風자를 보면 큰 날개와 꼬리를 가진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갑골문에 나온 風자는 바로 그 상상의 새를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생성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봉황의 날갯짓으로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는 風자가 ‘봉황’과 ‘바람’으로 혼용되기도 했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凡(무릇 범)자에 鳥(새 조)자가 결합한 鳳자가 ‘봉황새’를 뜻하게 되었고 봉황이 몰고 왔던 바람은 凡자에 虫(벌레 충)자가 더해진 風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風(풍)은 (1)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 허풍 (2)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 (3)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따위 (4)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疾患).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따위 등의 뜻으로 ①바람 ②가르침 ③풍속(風俗), 습속(習俗) ④경치(景致), 경관(景觀) ⑤모습 ⑥기질(氣質) ⑦병(病)의 이름, 감기(感氣), 중풍(中風: 뇌혈관의 장애로 인한 병) ⑧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⑨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노래, 악곡(樂曲), 여러 나라 민요(民謠) ⑪뜻, 낌새 ⑫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⑬소식(消息), 풍문(風聞) ⑭멋대로, 꺼리낌 없이 ⑮바람을 쐬다 ⑯바람이 불다 ⑰풍간(諷諫)하다(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하다) ⑱감화시키다, 교육하다 ⑲외우다, 암송하다 ⑳유전(流轉)하다(이리저리 떠돌다), 떠돌다 ㉑암수가 서로 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적부터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을 풍속(風俗),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음식의 고상한 맛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뜨거운 바람을 열풍(熱風),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폭풍(暴風), 자기가 가는 방향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역풍(逆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갑자기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돌풍(突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을 광풍(狂風), 산수의 경치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움을 풍광명미(風光明媚),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풍사재하(風斯在下),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等)의 자연(自然)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진다는 풍류운산(風流雲散),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풍수지탄(風樹之歎) 등에 쓰인다.
▶️ 鶴(학 학/흴 학)은 ❶형성문자로 鹤(학)의 본자(本字), 嶌(학), 鶮(학)은 동자(同字), 鸖(학)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희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隺(학)으로 이루어졌다. 흰 새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鶴자는 ‘학’ 또는 ‘두루미’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두루미는 순수 우리말이고 한자어로는 ‘학’이라 한다. 고대부터 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던 새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선비를 상징했다. 길게 뻗은 흰 날개의 자태가 우아하고도 고상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때 선비들이 즐겨 입던 옷도 학의 자태를 흉내 낸 것이니 학은 우리 선조들의 일상과도 친숙했었다. 고대 중국에서도 학은 고상함의 상징이었다. ‘고상하다’라는 뜻을 가진 隺(고상할 학)자와 鳥(새 조)자를 결합해 만든 글자가 바로 鶴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鶴(학)은 두루미의 뜻으로 ①학(鶴) ②두루미(두루밋과의 새) ③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학과 거북으로 둘 다 목숨이 길어서 오래 삶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는 학구(鶴龜), 높은 사람의 하얗게 센 머리털을 비유하는 말을 학발(鶴髮), 학의 날개를 학익(鶴翼), 학의 울음소리를 학려(鶴唳), 전해 주는 말이나 소식의 높임말을 학성(鶴聲),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망(鶴望), 학처럼 고개를 빼고 발돋움하여 바라본다는 뜻으로 간절히 바람을 이르는 말을 학기(鶴企), 학의 목으로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을 비유하는 말을 학수(鶴首), 두루미의 나이 곧 오래 산 늙은이의 연령을 이르는 말을 학령(鶴齡), 다리와 목이 가늘고 길며 우는 소리가 큰 새의 하나로 두루미를 백학(白鶴), 춤추는 학을 무학(舞鶴), 푸른 빛깔의 학을 청학(靑鶴), 검은 빛깔의 학을 현학(玄鶴), 전설에서 누른 빛깔의 학을 황학(黃鶴), 우는 학을 명학(鳴鶴), 구름과 학을 새긴 무늬를 운학(雲鶴), 떼를 지은 많은 학들을 군학(群鶴), 봉황새와 두루미를 봉학(鳳鶴),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닭이 많은 곳에 학이 서 있다는 뜻으로 눈에 띄게 월등함을 이르는 말을 학립계군(鶴立鷄群), 벼슬을 하여 뜻을 펴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있는 탄식을 학명지탄(鶴鳴之歎), 하얗게 센 머리에 찬찬한 어린이 얼굴이라는 뜻으로 신선의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학발동안(鶴髮童顔), 구름 속을 나는 두루미라는 뜻으로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운중백학(雲中白鶴), 한가로운 구름 아래 노니는 들의 학이란 뜻으로 벼슬과 어지러운 세상을 버리고 강호에 묻혀 사는 사람을 나타냄을 한운야학(閑雲野鶴) 등에 쓰인다.
▶️ 鷄(닭 계)는 ❶형성문자로 鶏(계)는 통자(通字), 鸡(계)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奚(해, 계)로 이루어졌다. 새벽을 알리는 새(鳥)의 뜻이 합하였으며 닭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鷄자는 ‘닭’을 뜻하는 글자이다. 鷄자는 奚(어찌 해)자와 鳥(새 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奚자는 상투를 손으로 잡은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닭 볏으로 응용되었다. 사실 갑골문에 나온 鷄자는 좀 더 직관적이었다. 닭 볏과 다리, 꽁지까지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눈에도 이것이 닭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닭의 볏은 奚자가 대신하게 되었고 隹(새 추)자가 더해지면서 볏이 있는 새를 뜻하는 雞(닭 계)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서에서는 隹자가 鳥자가 바뀌면서 지금은 鷄자가 ‘닭’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鷄(계)는 ①닭(꿩과의 새) ②화계(花鷄: 되새. 되샛과의 겨울 철새) ③폐백(幣帛)의 하나 ④성(姓)의 하나 ⑤현(縣)의 이름 ⑥산(山)의 이름 ⑦물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닭의 알 달걀을 계란(鷄卵), 닭의 울음을 계명(鷄鳴), 닭고기를 계육(鷄肉), 닭을 가두어 두는 장을 계사(鷄舍), 닭과 개를 계구(鷄狗), 닭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계탕(鷄湯), 닭의 갈빗대라는 뜻의 계륵(鷄肋), 닭의 주둥이라는 뜻의 계구(鷄口),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을 계간(鷄姦), 밤눈이 어두워 밤에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을 계맹(鷄盲), 닭을 잡아서 그 뼈나 눈을 보고 치는 점을 계복(鷄卜), 닭이 새벽을 알림을 계신(鷄晨), 닭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계탕(鷄湯), 닭의 갈빗대라는 뜻으로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고 버리기에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을 계륵(鷄肋), 닭의 주둥이라는 뜻으로 작은 단체의 우두머리를 이르는 말을 계구(鷄口), 닭의 무리라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의 무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계군(鷄群), 독서하는 방을 계창(鷄窓), 닭을 기르는 일을 양계(養鷄), 집에서 기르는 닭을 가계(家鷄), 닭을 잡아서 죽임을 도계(屠鷄), 싸움 닭을 투계(鬪鷄), 썩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내장을 빼고 털을 뽑고 얼린 닭을 동계(凍鷄), 묵은 닭을 노계(老鷄), 때 아니게 낮에 우는 닭을 오계(午鷄), 어미 닭을 모계(母鷄), 털이 흰 닭을 백계(白鷄), 닭의 무리 속에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뛰어난 한 사람을 계군일학(鷄群一鶴), 닭의 무리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인물을 계군고학(鷄群孤鶴),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속담으로 복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회를 만나도 덕을 못 본다는 말을 계란유골(鷄卵有骨), 동쪽 닭과 서쪽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뜻으로 닭 우는 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하여 인가가 잇대어 있음을 계견상문(鷄犬相聞), 닭이 울고 개가 짖는다는 뜻으로 인가나 촌락이 잇대어 있다는 계명구폐(鷄鳴狗吠),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천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계명구도(鷄鳴狗盜), 닭 울음소리를 묘하게 잘 흉내 내는 식객을 계명지객(鷄鳴之客), 닭의 부리와 소의 꼬리라는 뜻으로 큰 단체의 말석보다는 작은 단체의 우두머리가 되라는 말을 계구우후(鷄口牛後), 닭 울음의 도움이란 뜻으로 어진 아내의 내조를 계명지조(鷄鳴之助), 살갗은 닭의 가죽처럼 야위고 머리칼은 학의 털처럼 희다는 뜻으로 늙은 사람을 계피학발(鷄皮鶴髮), 닭과 돼지가 한데 어울린다는 뜻으로 같은 고향 사람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함을 계돈동사(鷄豚同社), 닭과 집오리가 먹이를 서로 먼저 먹으려고 다툰다는 뜻으로 여염의 사람들이 서로 다툼을 계목쟁식(鷄鶩爭食), 닭 대가리는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남의 위에 서야지 남의 꽁무니에 따라 다녀서는 안됨을 계시우종(鷄尸牛從), 몸이 쇠약해서 침상에 기대어 몸을 지탱함을 계골지상(鷄骨之床), 다른 사람의 권세에 빌붙어 승진하는 것을 계견승천(鷄犬昇天), 맨드라미 열매의 과육이라는 뜻으로 여성의 젖가슴을 계두지육(鷄頭之肉) 등에 쓰인다.
▶️ 狗(개 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句(구)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狗자는 ‘개’나 ‘강아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狗자는 犬(개 견)자와 句(글귀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句자는 말뚝에 줄이 엮여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개를 뜻하는 글자로는 이미 犬자가 있기 때문에 狗자가 따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다.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에서는 이에 대해 큰 개는 犬으로 불렀고 작은 개는 狗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狗자는 이와는 관계없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개’나 ‘강아지’를 뜻하고 있다. 그래서 狗(구)는 ①개(작은 개) ②강아지 ③범의 새끼 ④곰의 새끼 ⑤개새끼(행동이 나쁜 사람 비유) ⑥별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개고기를 구육(狗肉), 개의 간을 구간(狗肝), 개장국을 구장(狗醬), 바닷 장어를 구어(狗魚), 너구리를 구환(狗獾), 개의 목에 다는 방울을 구황(狗鎤), 개의 가죽을 구피(狗皮), 개의 쓸개를 구담(狗膽), 개가 앓는 돌림병을 구역(狗疫), 개고기를 쪄서 만든 음식을 구증(狗蒸), 개와 돼지를 구체(狗彘), 개를 통째로 진하게 고아 낸 국물을 구고(狗膏), 개를 잡음을 구도(狗屠), 개가 짖음을 구폐(狗吠), 개와 말이라는 뜻으로 신하가 임금에게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구마(狗馬), 개와 쥐의 뜻으로 인격이 비천한 사람을 구서(狗鼠), 개나 말이 그 주인에게 다하는 충성심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진심을 낮추어 일컫는 말을 구마지심(狗馬之心),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음을 비유한 말을 구맹주산(狗猛酒酸), 담비 꼬리가 모자라 개 꼬리로 잇는다는 뜻으로 좋은 것 다음에 나쁜 것을 잇는 것 또는 쓸 만한 인격자가 없어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고관에 등용함을 이르는 말을 구미속초(狗尾續貂), 개밥의 도토리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외톨이가 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구반상실(狗飯橡實),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린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토사구팽(兎死狗烹),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 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양두구육(羊頭狗肉),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한다는 뜻으로 무식쟁이라도 유식한 사람과 사귀면 견문이 넓어짐 또는 무슨 일 하는 것을 오래 오래 보고 듣고 하면 자연히 할 줄 알게 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당구풍월(堂狗風月),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천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계명구도(鷄鳴狗盜), 초상집의 개라는 뜻으로 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상가지구(喪家之狗), 진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평한 말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 사납게 싸움을 일컫는 말을 이전투구(泥田鬪狗), 큰 일을 하려다가 그 일을 이루지 못할 때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 한 가지의 작은 일도 이룰 수가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룡유구(畫龍類狗), 토끼를 발견한 후에 사냥개를 놓아서 잡게 하여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사태의 진전을 관망한 후에 응하여도 좋다는 말을 견토방구(見兔放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