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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생활임금 시행 … 넘어야 할 과제 산적
생활임금 현실화·적용대상 확대 요구 많아 … “생활임금제로 달성할 노동비전 제시해야”
2015.02.27 연윤정 | yjyon@labortoday.co.kr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26일 ‘서울형 생활임금’ 시급 6천687원을 고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5천580원보다 1천107원(19.8%) 많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생활임금제 시행을 경제민주화 시즌2라고 설명한다. 시즌1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대책이다. 올해 1월 현재 서울시 본청과 투자·출연기관 소속 비정규직 7천300명 중 5천625명(77.1%)이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서울시는 생활임금제 역시 저임금 취약노동자의 실질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첫 시행이다 보니 과제도 눈에 띈다. 내년에는 서울시 생활임금이 더 오르고 더 많은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한편 생활임금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노동비전과 경제비전을 제시하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일보한 서울시 생활임금제=서울시 생활임금 산정범위는 기본급·교통비·식대로 이뤄져 있다. 가족수당·위험수당·위생수당·처우개선수당 등 각종 수당은 제외돼 있다. 생활임금에다 수당을 합치면 한 달 임금총액은 더 늘어난다.
서울시 자치구 중 생활임금제를 시행하는 성북구·노원구의 올해 생활임금이 시급 7천150원이지만 각종 수당이 포함된 액수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이) 지난해 최초로 발표한 시급 5천582원보다 올랐고 산정범위에 수당을 제외한 것은 기존 시행 중인 생활임금제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소한의 문화적 생활 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생활임금 취지를 고려할 때 6천687원은 미흡하다”며 “생활임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 빠진 생활임금위원회?=이달 13일 출범한 서울시 생활임금위원회에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저임금 취약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노동단체와 서울시 생활임금제 도입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시민단체가 배제돼 있다.
송호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생활임금 결정에 앞서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내년부터는 우리도 참여해 생활임금 적용 당사자인 노동자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게다가 생활임금위는 이날 위촉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비공개심의를 통해 생활임금액을 결정했다. 심의 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생활임금 조례’(제6조6항)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하며 회의록을 작성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서울시가 생활임금제 추진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생활임금위 운영과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활임금제로 달성하고자 하는 노동비전과 경제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생활임금 확대해야”=서울시 생활임금은 올해 서울시 본청과 투자·출연기관 직접고용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내년에는 민간위탁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확대된다. 서울시는 민간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생활임금제 적용 우수기업을 ‘서울시 노동친화 기업’으로 인증할 계획이다. 또 생활임금 표준안을 마련해 각 자치구에 권고하기로 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공공성이 있는 대학이나 병원과 생활임금 적용 협약을 맺는 등 민간부문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서울형 생활임금은 각 자치구와 자치단체, 중앙정부 최저임금까지 끌어올리는 기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주 한국노총 서울본부 기획조정실장은 “생활임금위에 당사자 조직인 노동단체가 포함되고 간접고용과 민간부문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생활임금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범 노동정책과장은 “서울시가 생활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하다 보니 여러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노사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