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입추인데도 한낮에는 찌는듯한 무더운 날씨다. 여름이 다가오자 젊은이들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한다. 높고 푸른 하늘이 바다의 유혹을 소곤거리고 양버즘나무 그늘로 스치는 산들바람은 젊은이의 마음을 계곡으로 산으로 이끌어 간다.
늙은이들인 나와 아내는 방학을 맞이한 손자녀석들이 언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러 오는가 하고 기다려 본다. 그 동안 녀석들이 살이 통통하게 붙고 키가 훌쩍 컸는지 모르겠다. 중학교 2학년인 외손자 큰 녀석은 키만 크고 비썩 말라서 뭐 좀 좋은 거 먹이라고 지 애미한테 얘기하기도 했는데. 아내는 녀석들에게 무슨 맛 있는것을 해 먹일까 하고 궁리를 하면서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마음은 비록 하늘의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심장은 심한 더위에 지쳐 맥이 풀리는 기분이다. 그나마 냉방시설이 잘 돼 있는 일터에서 강의실 방역일을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기도 한다.
어느 친구처럼 숲이 우거진 곳에 별장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니 아내는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피서를 하고 나는 지하철이나 일터에서 피서를 한다. 요즘 동남아시아 즉 베트남이나 필리핀등이 경비도 싸고 좋은 곳도 많다고 하며 일본도 환율관계로 갈 만 하다고 하니 어딘가는 한번 갔다 왔으면 싶기도 하다.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 둘 갑자기 유명을 달리 하기도 하니 다리에 아직 힘이 있을 때 어디든지 다녀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얼마전에 제주도를 다녀 왔는데 특색있는 음식을 찾기도 어려운데다 음식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그 돈으로 동남아시아로 방향을 돌린다고들 한다. 이러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왔다가 실망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혼자서 궁리만 하다가 여름이 지나 가는가 보다. 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