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김정식
멀리
있는 산을 보면
앞에 서 있는 산보단
뒤에 서 있는 산이 좋다
자기 모습이 다 드러나지 않는
묵직한 산,
하늘과 이야기하는 산,
나는 그런 산이 좋다
앞산에 가려 제 모습이 다 보이지 않아도
찬비 내려 어둠이 밀려와
하늘과 맞닿을 때도
키 작은 산들을 포근히 다독여주는
흐려진 산자락 치마 입고
갈바람 부는 앞산 비단옷 입혀주는
넓은 품을 가진 산,
무서리 내리는 날
온몸으로 북풍 막아주며
하얀 눈발 머리에 이는
고목 쓰러지며 전율하는 날
흙비 맞으며 오돌오돌 떨고 있는 별과
어린 동산 이불 덮어주며 잠재우고
새벽 허리 굽은 산등성이 일으키며
눈물 보이지 않는
먹구름 걷어내며 하얗게 솟아오르는
하늘을 노래하는 산,
나는 그런 먼 산이 좋다.
-월간『우리詩』 2021년 1월호
첫댓글 졸시를 낭송으로 들으니 가슴에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이 선생님~^~^
시도 좋고 음성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