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케이리그 올스타팀은 세계 최강 바르샤에게 5-2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조선꾸레'나 '아사모'같은 일부 해외축구 오타쿠들이 아니라면 한국인 축구팬 치고 이 경기를 기분좋게 지켜본 사람도 있었을까? 케이리그에 관심이 있든 없든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졸속행정을 펼친 연맹에 비난의 시선을 돌렸다.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인맥축구를 들먹이며 축협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정말 정신감정이라도....아...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이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영 만족스럽지 못한 행보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이번 올스타전은 케이리그에게 좋은 기회였을수도 있었다. 케이리거들을 공중파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물론 그것도 맞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바르샤가 우리에게 한 편의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입국한 바르샤 선수, 스탭들의 태도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고액의 초청료를 받고 온 사람들이 보여줄 매너는 아니었다. 선수 입국 때부터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지더니 펩 감독이 갑자기 메시 결장을 선언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축구가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게 된다. 메시가 피곤하다든가 바르샤에게 이번 경기는 별 의미가 없다든가 하는 여러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한국축구가 모욕을 당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죽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포츠가 한 편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바르샤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굴욕감을 주었고, 이것은 드라마의 시작이 될수도 있었다. 케이리그를 보든 보지 않든 축구팬들은 올스타팀이 저 거만한 선수들에게 한 방 먹여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케이리거들이 만약 바르샤를 상대로 한국인의 투지와 끈기를 보여줬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왔을까? 거기에다 콧대 높은 메시나 알베스같은 선수들이 이 뜨거운 투혼에 깜짝 놀라 상암 잔디밭 위에서 굴욕적인 모습이라도 보여줬다면? 스포츠의 세계에서 팬들이 약자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이렇게 오만한 강호들에게 한 방 먹여줄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4년전에 이치로의 망언이 아니었다면 당시 야구 국대에 그렇게 큰 관심이 쏠렸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치로의 망언은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야구 국대는 팬들이 당한 모욕감을 시원하게 날려버렸고, 한국야구의 '프라이드'를 세웠다. WBC가 얼마나 권위없는 얼치기 대회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대회에서 국대가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가슴까지도 속시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케이리거들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기다 상대는 바르샤의 1군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야구 국대는 항상 2진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고 비웃었지만 몸도 덜 완성된 바르샤 유스 선수들을 상대로 케이리거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더라?
올스타전 전반이 끝나고 최강희 감독은 주전선수를 대거 교체한다. 이미 이길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며칠 뒤에 다가올 케이리그 경기를 생각해보면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배려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정말 그 경기에 어떤 케이리그 경기보다도, 어쩌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보다도 더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최 감독이 케이리그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됬다. 이기든 지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 앞에서 한국축구의 '프라이드'를 세워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어야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그들의 눈빛에서 부상에 대한 걱정, 주중 경기로 인한 피곤함은 읽을 수 있어도 땅에 떨어진 케이리그의 위신에 대한 걱정을 읽을 수 없었다면 비약일까? 감독과 선수가 케이리그의 '프라이드'를 세워주지 않는다면, 누가 세워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리그를 사랑하라고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남아공 월드컵을 거치면서 어떤 사람들은 시청 앞에 모인 붉은 악마들을 보고 리그에도 좀 그런 관심을 쏟아보라고 혀를 찼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은 그런 비판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월드컵에서 부상을 두려워하거나 빡빡한 스케줄에 피곤해 하는 감독과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국민들의 '프라이드'를 세울 수 있다면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러한 투혼은 도하의 기적, 동경대첩, 4강 신화, 아테네의 기적, 그리고 원정 16강의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의 '투혼' 두 글자는 거저 새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드라마다. 드라마가 아닌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케이리그는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첫댓글 언론도 한 몫 하고 방송도 한 몫 했죠 ㅎ
모든 카메라들은 메시를 향했고, 서포터들은 일반 팬들이 되었고 우리의 응원은 철저히 무시당한체 오지도 않았다 라는 소리를 해버리고 ㅎ
우리 한번 비춰줄 생각이라도 했나 ㅎ 일부로 양해 구해가며 N석 맨 앞에서 걸개 달고 탐치고 응원했는데 결과는 암담 ㅎ
글쓴님 관점으로 다시보니깐 아쉽네요 욕만할것이아니고. 공감합니다
평소에 K리그에 관심이 있었음 이런말 안나옵니다. 생각만해도 기분 나쁜 글이군요.
리그중에 올스타게임하는것도 맘에 안들고 만약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축제인데 왜 우리가 차린 밥상을 남이 다 먹게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휴식기 올스타게임을 보면서 투지와 경기력을 논했습니까. 투혼이요? 지단과 호돈이 올스타 게임하면서 투혼을 불살라 하더랍니까. 세상 어느곳에서 이벤트 게임을하면서 투혼을 들먹이며 하는곳이 있습니까.
다른글보면 대표팀 대표팀 대표팀 대표팀. 그냥 대톡가서 쓰시죠 일기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에서 위에 말씀하신 조건들이 갖춰줬지만 K리그 올스타에 대한 평가와 주목은 분명 그들을 위한것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에 대한 반사적인 것이었죠. 그런 가운데에서 선수들이 주말의 중요한 리그경기를 놔두고 최선을 다했어야 했을까는... 프라이드와 자존심 그리고 어쩌면 리그의 홍보가 될수도 있었겠지만 앞에 말씀드린것처럼 선수들은 그런 생각을 받지 못했다고도 듭니다. 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그러했으니깐요. 좋은 말씀이지만 완전히 공감은 못하겠네요..
뭔가 묘하게 기분나쁘네요...의미도 없는 친전전 따위에 k리그 선수들과 감독은 투혼을 보여주고 열심히 뛰어야 했다..그리고 그래야할 이유는 언론의 관심을 받을 기회이고 국민들은 뭐랄까 약자가 강자에게 한방 먹여주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니까...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네요
이틀 훈련한 올스타가 좋은 모습을 보여 줄리가 없잖아.. 애초에 글의 전제가 성립이 안되는 얘긴데 -_-;; 차라리 작년처럼 서울 대 맨유처럼 클럽간으로 붙는게 이런 면에선 훨씬 낫죠
님의 글에는 중요한것이 빠져있습니다. 그 투혼을 보여줄 대상이 대체 누구입니까? 상암에 있던 바르샤팬들에게 자 이게 바로 k리거의 실력이다! 라고 외치길 바라시는건가요, 아니면 리그를 사랑하는 서포터들에게 자 여러분들이 아끼는 k리그는 바르샤를 상대로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다! 하는걸 보여주길 바라시는건가요?
전자는 뭐 말할 가치도 없고, 후자를 말하시는거라면... 저는 우리팀 선수가 몸관리 잘 해서 주말에 이겨주는게 훨씬 더 기쁠것 같네요.
물론 지는것보다는 이기는게 좋지요. 하지만 이 의미없는 경기가 k리그의 프라이드를 운운할 정도의 경기였나요? 그 프라이드에 대한 정의가
다른분들과는 많이 다르신것 같네요
그리고 드라마라면^^; 많이 당황스럽네요. 물론 스포츠라는것 자체가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긴 하지만......... 드라마를 원하신다면 스포츠를 보는것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같은걸 보는게 훨씬 더 나을텐데요
별 이상한글을다보겠네요. 3일뒤리그전이있는데 당연히 선수들 전반만뛰고다바꿔주는거죠.
그냥 위대한 바르샤님들 오셧으니 며칠뒤 리그경기따위야 접어두고 뛰다 쓰러질때까진 뛰어줘야
경기장찾은 바르샤팬들하고 해축팬들에게 투혼을 보여준거겟죠?
마음대로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마시죠. 투혼이나 보답은 사랑을 주는 대상에게만 보여줘야 하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