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출처 한국경제 :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50489401
김용재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orumplus@hanmail.net >
주말이면 아이들이 온다. 큰아들한테는 서현이와 준범이가 딸려있고 작은아들한테는 이은이가 딸려있다. 우리 내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아이들이 오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아직 귀찮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먼저 손주놈들 이야기 한 토막씩 옮겨 본다.
단골이 된 낙지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집을 나와 네거리 건널목을 건너면 법원 앞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걷게 된다. 서현이가 갑자기 이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물어보았다. 예쁜 은행잎이 노랗게 깔려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밟고 가냐는 것이었다. 감동이었다. 여지없이 서현이의 뜻을 받아 다른 길을 택해서 갔다. 서현이가 다섯 살쯤 됐을 때의 이야기다.
다음은 준범이 이야기. 할머니와 놀이터도 다녀오고 집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돼지고기와 생선도 맛있게 먹고 이미 어둠이 왔을 때 대전에서 세종시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창가에 앉아 달을 보며 준범이는, “아까부터 저 달이 우릴 자꾸만 따라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 잠깐만 차 좀 세워보세요. 할머니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며느리가 자랑스럽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이놈도 다섯 살쯤 됐을 때인가 보다.
작년 여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나 보다. 유모차를 타고 이은이가 왔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아직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였으니 할아버지를 반겨 알아볼 리도 없다. 어쩌다가 운 좋게 그런 아이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았다. 그러고는 할아버지 검지손가락 하나를 꼭 잡고 한참 동안 놓지 않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 진정 행복이었다.
오늘은 어린이날. 고마운 내 손주놈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서 감동으로 익힌 뜻을 달콤하게 상기해본다. 나는 서현이에게서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다시 익혔고, 나는 준범이에게서 그리움과 사랑의 티 없는 정을 느꼈고, 나는 이은이에게서 혈육의 끈끈한 핏줄을 행복으로 감지했다.
그리고 30년간 대학 강단에서 만나던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스의 시구를 또 떠올렸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누나’로 시작하는 세칭 ‘무지개’에 나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란 명구다.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어린이는 자연, 순수, 아름다움, 거룩한 것, 영원한 것, 절대적인 것의 상징으로, 어른들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의 무지갯빛 아름다운 마음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지길 소망한 시인을 그리며 어린이를 받드는 어른의 어린이날을 기대해 본다. 그러면 오월도 한층 빛날 것이다.
1장 ‖ 시작의 자리
추석 보름달
개구쟁이 시절 동네 아이들과 달 따러 갔던 시절, 제각기 도구들을 갖고 뒷산으로 갔다. 지근이는 매미채를 제훈이는 마당 빗자루를 천덕이는 지게 작대기를 점집 부똘이는 색색의 천이 달린 긴 대나무를 이것도 저것도 없는 각설이 친구는 부지깽이를 끝순이는 연탄집게를 들고 나왔다. 허리춤에는 달을 따서 담겠다고 깡통을, 보자기를 꿰차고서 쌀자루에 신주머니도 밀가루 포대도 장바구니까지 끼어 있었다.
쫓다가 쫓아가다가 지쳐서 키가 더 크면 다시 따자 하고 산길을 내려온다. 개울을 만나 세수를 한다. 어어! 달이 개울에 빠져 있다. 달도 우리들에게 쫓기다가 지쳐 개울에 빠져 버렸네. 한순간 아이들은 좀 전까지 달 따야겠다는 마음들은 놓쳐버리고 어서 건져 하늘 드높이 올려주자 하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달을 건져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사이 개울에서 나온 달은 토끼까지 잡아갔다. 오늘까지 그 토끼는 방아를 찧으며 추석 차례를 준비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개구쟁이 시절에는
동네 아이들과 달 따러 갔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달을 품어 소원을 전한다.
보름달을 한 없이 바라보다
토끼가 절구를 찧는 모습이 비쳤다.
그런 상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달을 빌어 소원을 전하고
달을 빌어 이야기를 짓는다.
한 번뿐인 삶
육체를 빌어 무엇을 지어야 할까?
출처 : 빛viit향기와 차茶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0~23
우리의 미래, 아이들
1등이라는 한 명의 승리자를 만들기 위해
다른 아홉 명은 패자로 만들어버리는 교육은
사회 전체를 패배자 집단으로 전락시킨다.
우주근원의 힘으로부터 아이들이 받은 최고의 창조력인
‘동심’을 부모의 관념이나 사회적 통념으로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틀에 박힌 지식 위주의 교육보다
자연의 소중함과 마음의 순수함을 먼저 알게 해야 합니다.
빛viit명상을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아이들이 세상과 더불어 나누고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쏟자.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대한민국의 비전이자 주인이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129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