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비 내리고, 꽃비 내리고...
2023년 5월 7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여드렛날
아침 공기가 꽤 차갑다.
바람 마저 살랑거려 차가움을 더한다.
비가 내린 다음날의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기온은 또다시 한 자릿수 영상 5도에 머문다.
왔다리갔다리 종잡을 수 없는 산골의 날씨,
허나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이요, 자연의 이치인 것을...
차가운 바람이 살랑거리는 아침이다.
어제는 비바람이 부는 봄비가 내렸고
오늘은 꽃바람이 불어 꽃비가 내린다.
무심한 바람이 너무나 싫고, 얄밉기까지 하다.
이제서야 겨우 꽃을 피우는데 심술을 부린다.
바람결에 흩날리던 꽃잎이 땅바닥을 덮었으니
안타깝고 안스럽기까지 하여 바람이 원망스럽다.
이번에 내린 비는 꽤 길게, 제법 많이 내렸다.
날수로는 사흘이지만 이틀간 온종일 내렸다.
불과 이틀 사이에 산골의 모습을 확 바꿔버렸다.
삭막하게 보였던 곳을 온갖 물감으로 채색했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화가는 하늘일까?
알록달록, 연두연두, 초록초록, 형형색색이다.
보면볼수록 멋지게 변모하는 산골의 봄이 좋다.
창문을 열었더니 시냇물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이틀 밤, 이틀 낮 내린 비가 꽤 많이 내렸나보다.
비내리기 전에는 졸졸졸 흐르는 소리였다면
비가 내린 후 지금은 콸콸꽐 흐르는 소리이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좋다.
하긴 이 시냇물이 우리를 이곳에 터전을 일구게
했던 몇 가지 요인 중의 하나였으니 좋을 수밖에...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달력의 빨간색 날짜는 촌부에겐 의미없음이다.
하늘이 촌부에게 쉬는 날이라고 인정하는 날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 바로 휴일이다.
남들은 사흘간의 어린이날 연휴라고들 하지만
마흔셋 나이에 장가를 들지않은 아들 덕분에
아직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듣지못하는
우리같은 부부에게는 이틀간의 공치는 연휴였다.
이틀째 아무일도 하지않고 빈둥빈둥 그냥 쉬었다.
마을 아우가 카페에 올라왔다면서 전화를 했다.
"형님! 오늘도 방콕입니까? 비내리는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시지요?" 라고...
벽난로에 장작불을 지펴놓았고 손님들도 계셨고
이서방 제자가 인사를 왔다며 합석하고 있었다.
비내리는 날 뜨끈하고 진한 커피맛은 너무 좋다.
마을 아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셨다.
주로 산에 관한 이야기, 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요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두릅채취가 화제거리,
아무래도 이제는 거의 끝물에 가까워 아쉽다고...
올봄엔 이 아우 덕분에 여기저기 여러곳을 다녔고
다행히 아우들에게 조금씩이나마 나눌 수 있었다.
좋은 곳으로 안내한 아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마을 아우가 내려간다고 하여 배웅을 하고나서
내려온 김에 버섯木을 세워둔 곳으로 가보았다.
이틀간 내린 비를 맞아 그런지 꽤나 많이 피었다.
불과 이틀전 비가 내린다기에 제법 많이 땄는데
그새 또다시 그만큼 핀 것 같아 너무나 흐뭇했다.
오후쯤 햇볕에 겉이 조금 마른 다음에 따야겠다
우리 버섯은 이상하게 울퉁불퉁 못생긴 것 같다.
그러면 어떤가? 많이 피고 많이 따면 그만이지!
올봄에는 이렇게 표고버섯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첫댓글
비 내리는 와중에도 즐거운 일들이 많군요
오늘도 수확을 하시면서 행복한 일정 보내세요
비가 내리는 날이 휴일이라 여유롭습니다. 이런저런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산골살이입니다. 감사합니다.^^
비 먹은 촉촉한 풍경이
신선하네요.
이곳 서울도 여름과의 밀당이 한창하더니
어제 오늘은 겨울이
다시 찾아 온듯~~
예쁜 봄을 서로 차지할려고 밀고 땡기고~~
곧 여름이 승리하겠지요.
뽕긋이 피어나는 표고가 손길을 기다리네요.
촉촉함이 싱그러운 산골입니다.
여긴 세 계절이 다툼하는 모양새라고 할까요? 그렇게 짧은 봄도 익어 여름으로 가겠지요.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습니다.
꽤 많이 내렸습니다.^^
이젠수확만 남아 얼굴에 꽃이 필듯 ㅎㅎㅎㅎㅎ
아이구~ 아직 본격적인 농사 시작 전입니다요.ㅎㅎ
꽃비 내린
마당의 참 멋집니다
이제 봄을 내어 주려는듯~
설마 이제는 겨울 끝자락의 심술이 없겠죠? 봄은 봄이니까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