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 달날(월) 날씨: 봄날이 정말 좋다.
날이 좋다. 낮에 쑥 뜯으러 가는데 놀기 좋은 날씨다. 달날 다 함께 모인 아침열기 자리에서 어린이모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으뜸이끄미와 버금이끄미 당선증을 주었다. 6학년이 일찍 바깥나들이 공부가 있어 아침열기 첫 차례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애쓴 두 어린이 이끄미 이석이와 지수가 1년 이끄미 활동한 소감을 발표했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이석이 말을 들으니 의젓해가는 6학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걸리와 과학]
아침열기 마치고 아침나절 공부로 4, 5학년 영어수업과 막걸리 빚기가 있다. 막걸리를 빚는 과정은 시간을 잘 잡아서 해야 제 때에 밥을 하고, 제 때에 식혀서 섞어야 한다. 그러니 4,5학년 영어 공부 하다가 내려와서 막걸리를 같이 빚었다. 막걸리를 빚으며 영어도 들려주지만 어린이들은 그것보다는 고두밥에 관심이 더 간다. 고두밥과 누룩효모, 물이 섞여서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체와 액체가 만나 기체를 만들어내는 과학 공부를 했다. 막걸리를 빚는 발효를 과학 공부로 하는 학교는 드물다. 막걸리를 뜨면 어른들에게 학년 여행 노잣돈으로 후원해달라고 해서 그동안 여러 기수 어린이들이 해마다 자람여행과 졸업여행 경비로 잘 썼다.
막걸리 빚는 기술은 2016년 삶을 위한 교사대학 생활기술 발효 연수에서 배워 잘 써먹고 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액체와 고체가 만나 기체를 만들어내는 걸 날마다 관찰할 수 있겠지만, 모둠 선생이 아니니 틈 날 때마다 하는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식의주를 중심으로 생활기술교육을 늘 펼치며 교과통합을 이끌어가는 선생 노릇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과 온 몸을 쓰는 수많은 일 놀이 거리를 익혀왔다. 목공, 스타돔과 상호지지구조, 직조, 바구니, 발효 영역에서 교육과정을 살찌워 온 경험들이 학교 일놀이교육과 마을 기술로 잘 쓰이고 있다. 생산하는 놀이, 생산하는 기쁨, 땀과 정성을 자연스레 배우는 학교는 소박하지만 전환교육을 묵묵히 실천하는 교육 현장이다.
철마다 자연의 흐름대로 여름에는 누룩을 만들고, 때마다 막걸리를 빚고, 11월 엿질금을 만들고, 봄에는 고추장을 만들고, 철마다 장아찌와 효소를 담고, 때마다 단술과 식혜를 만들어 먹는 꿈을 꾸며, 텃밭에서 콩 농사와 고추 농사를 짓고, 밀과 보리를 심어, 생산과 재배, 발효식품까지 이르게 하는 교육과정을 펼쳐 학교 교육 활동을 풍성하게 해왔다. 막걸리를 빚으면 술빵과 발효빵을 만들어 먹고, 막걸리비누, 막걸리식초를 만들며 과학 공부를 하고 글쓰기를 하며 책을 읽는 통합교과 활동을 했었다.
발효 공부는 인터넷 영상에 잘 나와있어 모둠 선생이 그대로 따라만 해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하지만 맑은샘에서는 선배교사들이 손끝으로 꾸준히 전수를 해온 적이 많다. 물론 교과통합 수업으로 배운 손기술을 꾸준히 익혀가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저마다 특기를 살려 펼치는 경우도 많다. 막걸리는 노학섭 선생님이 나에게 꾸준히 배워서 전수를 받았고, 발효빵은 아직 뒤를 잇는 분이 없다. 모둠 선생이 아니기에 막걸리를 빚으며 모둠 교사에게 일부러 일의 차례, 저울로 재야 할 양을 알려주며 전수를 시키는데 끝내는 혼자 해봐야 자기 기술이 되고 자신이 붙는 법이다. 하기야 막걸리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철학을 살리는 교육과정, 교육활동 모두가 그렇다.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고 삶에서 구현해야 살아나는 법이다. 교사마다 일놀이 활동 꼭지가 다양해서 좋지만, 풍성한 교과통합 꼭지로 검증된 일놀이 교육은 잘 전수하고 배워서 살려가면 성과가 더 쌓여갈 것이다.
전통부의주 막걸리 밑술 만들 때는 내가 아이들을 이끌고 주도했지만, 사흘 뒤 덧술 할 때는 최명희 선생님이 오롯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거들기만 하는 것도 전수 방법이다. 따로 밖에서 배우려면 비싼 연수비를 내고 배울 손기술을 동료들에게 나누고 배우는 전통이 잘 이어지면 좋겠다.
[쑥 뜯기]
낮에는 우면산 숲체험원으로 쑥을 뜯으러 갔다. 어린이들과 쑥떡쑥덕 노래를 부르며 쑥을 뜯었다. 날이 따듯해 놀기 좋으니 어린이들이 쑥 뜯다 놀다 신이 났다. 아오와 선련 어머니 유키상이 와서 도와주었다. 쇠뜨기를 찾아오셔서 보여주었다. 쇠뜨기를 알아보는 분답게 발효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설아가 뭐냐고 물으니 먹으면 좋은 봄나물이라고 말씀주시고 집에서 요리해서 학교로 보내주신다더니 저녁에 학교에 갖다주셨다. 4,5학년 영어 수업도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먼저 내가 하는 수업을 보고 함께 수업 계획을 짜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