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에서 김환균 전 PD(언론노조 위원장)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PD수첩 탄압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봄철 프로 개편 계기 좌편향 프로그램·제작진 전면 쇄신” “대외적 상징성 때문에 당장 폐지가 어려운 <PD수첩>의 경우 사전심의 확행 및 편파방송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 확보” “노조 무력화·조직개편으로 체질변화 유도” “궁극적으로 MBC 구성원 스스로 민영화를 선택하도록 해 다공영-1민영 체제를 1공영-다민영 체제로 전환”
지난 18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문건 내용 중 일부다.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3월2일 작성된 이 문건은 서두에서부터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노영방송의 잔재를 청산하고 고강도 인적쇄신, 편파프로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 체질개선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MBC 제작종사자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해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로 여론을 호도해 국론분열에 앞장섰다”고도 평가했다.
결국 MBC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잇따라 내놓는 등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를 일삼는 제작종사자들을 손봐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을 때였다.
문건은 실제로 치밀하게 실행됐다. ‘편파 프로그램’으로 지목된 <PD수첩>은 아이템 검열 등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2011년 3월에는 <PD수첩> PD 6명이 한꺼번에 타 부서로 전출됐다.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하고 노조원이 아닌 PD들을 집중 배치했다.
MB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당시 <PD수첩> 소속이었던 PD와 작가들을 잇따라 불러 피해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서 피해자 진술을 마친 김환균·이우환·최승호 PD와 정재홍 작가는 지난달 28일 오후 상암 MBC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과 검찰 조사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에서 팀 소속이었던 이우환·김환균·최승호 PD, 정재홍 작가(왼쪽부터)가 국정원의 MBC 장악 과정, 검찰 조사에서 알게 된 사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건에는 “이틀 후 파기”.. ‘VIP 일일보고’에 “최승호 전출, 김미화 교체”
국정원은 이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이틀 안에 파기하도록 지시했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인 김환균 PD는 “검찰 조사에서 확인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 상단에 ‘대외비, 2010년 3월4일 한 파기’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 날짜 이틀 뒤다. 김 PD는 “기밀문서치고 기간이 짧은 이유는 이 문건이 김재철 전 사장에게 전달되기 위해 작성됐고, (국정원이) 김 전 사장에게 이 문건을 숙지한 다음에 파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분명 김 전 사장에게 직접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영방송 장악 추진과정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PD는 검찰에서 2010년 11월4일 작성된 ‘VIP(대통령) 일일보고’라는 또다른 문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는 ‘PD수첩 최승호 PD 전출, 김미화 교체, 추적60분 담당PD 인사조치’라고 되어 있었다”며 “2010년 8월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불방 이후 상황인데, 시기상 아마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PD는 “실제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는 검찰에서 아직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국정원 정도 선에서 수립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추측도 나왔다. 정재홍 작가는 “검사에게 ‘원세훈이 (이 문건을) 만들었을까요?’라고 하자 검사가 웃었다. 원세훈 차원에서 만들 수 없는 문건이라는 뜻”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같은 권력 수뇌부의 지시로 만들어진 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우리를 간첩 보듯 했다”
간부진을 쇄신하고 편파 프로그램을 퇴출하도록 하는 1단계, 노조를 무력화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2단계, MBC를 민영화하는 3단계로 나누어진 전략을 제시한 이 문건은 모두 실제로 실행되거나 시도됐다. <PD수첩>에 대한 탄압뿐 아니라 간부진이 물갈이됐고, <후플러스>와가 잇따라 폐지됐으며 손석희 앵커 등 출연자들이 대거 하차했다.
이후에는 노조의 파업에 대한 징계·법적대응을 확대하고 국장책임제 등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단협 장치들을 무력화했다. 김 PD는 “김재철 전 사장이 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법인 같은 곳에서 자문을 받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국정원 문건이 노무법인의 노조파괴 문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밀하게 작성돼 실행됐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는 실패했지만 2012년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의 지분 매각 방식을 의논하는 등의 민영화 시도가 있었다.
▶[전문]MB 국정원의 MBC·KBS 장악 문건 들여다보니
네 사람은 “지난 시간 동안 MBC에서 일어났던 일이 모두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는 것이 놀랍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 작가는 “그 동안은 김재철 전 사장 같은 경영진들이 자기 자리를 유지하거나 출세하려고 제작진들을 과도하게 탄압했다고 추측해왔다”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아니고, 이 문건을 실행하기 위한 하수인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PD는 “문건에 당시 <PD수첩> PD들을 거론하며 이들이 모두 ‘좌편향 일색’이라고 표현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거론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에 친북 좌파 성향의 <PD수첩> PD들이 많다’고 한 부분이 나온다”며 “국가권력이 정말로 우리를 간첩 보듯 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최 PD는 “누군가는 내가 쫓겨난 대가로 인사고과를 잘 받았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잡으라는 간첩은 안 잡고 최승호만 때려잡고 간첩 잡은 것처럼 자화자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보수정권이 이른바 ‘좌파정권’에 권력을 빼앗긴 기간을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영구집권을 위해 언론을 통제·장악하려 한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단순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반헌법적 발상에서 나온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최 PD는 “어마어마한 잘못을 범한 국정원은 그간의 잘못을 모두 자백하고 MBC 내부 간부들과 만나 장악 전략을 짠 개별접촉보고서 등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MBC 전직 간부들도 당시 상황을 증언해 진실이 밝혀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봄철 프로 개편 계기 좌편향 프로그램·제작진 전면 쇄신” “대외적 상징성 때문에 당장 폐지가 어려운 <PD수첩>의 경우 사전심의 확행 및 편파방송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 확보” “노조 무력화·조직개편으로 체질변화 유도” “궁극적으로 MBC 구성원 스스로 민영화를 선택하도록 해 다공영-1민영 체제를 1공영-다민영 체제로 전환”
지난 18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문건 내용 중 일부다.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3월2일 작성된 이 문건은 서두에서부터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노영방송의 잔재를 청산하고 고강도 인적쇄신, 편파프로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 체질개선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MBC 제작종사자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해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로 여론을 호도해 국론분열에 앞장섰다”고도 평가했다.
결국 MBC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잇따라 내놓는 등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를 일삼는 제작종사자들을 손봐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을 때였다.
문건은 실제로 치밀하게 실행됐다. ‘편파 프로그램’으로 지목된 <PD수첩>은 아이템 검열 등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2011년 3월에는 <PD수첩> PD 6명이 한꺼번에 타 부서로 전출됐다.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하고 노조원이 아닌 PD들을 집중 배치했다.
MB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당시 <PD수첩> 소속이었던 PD와 작가들을 잇따라 불러 피해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서 피해자 진술을 마친 김환균·이우환·최승호 PD와 정재홍 작가는 지난달 28일 오후 상암 MBC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과 검찰 조사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에서 팀 소속이었던 이우환·김환균·최승호 PD, 정재홍 작가(왼쪽부터)가 국정원의 MBC 장악 과정, 검찰 조사에서 알게 된 사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건에는 “이틀 후 파기”.. ‘VIP 일일보고’에 “최승호 전출, 김미화 교체”
국정원은 이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이틀 안에 파기하도록 지시했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인 김환균 PD는 “검찰 조사에서 확인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 상단에 ‘대외비, 2010년 3월4일 한 파기’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 날짜 이틀 뒤다. 김 PD는 “기밀문서치고 기간이 짧은 이유는 이 문건이 김재철 전 사장에게 전달되기 위해 작성됐고, (국정원이) 김 전 사장에게 이 문건을 숙지한 다음에 파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분명 김 전 사장에게 직접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영방송 장악 추진과정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PD는 검찰에서 2010년 11월4일 작성된 ‘VIP(대통령) 일일보고’라는 또다른 문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는 ‘PD수첩 최승호 PD 전출, 김미화 교체, 추적60분 담당PD 인사조치’라고 되어 있었다”며 “2010년 8월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불방 이후 상황인데, 시기상 아마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PD는 “실제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는 검찰에서 아직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국정원 정도 선에서 수립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추측도 나왔다. 정재홍 작가는 “검사에게 ‘원세훈이 (이 문건을) 만들었을까요?’라고 하자 검사가 웃었다. 원세훈 차원에서 만들 수 없는 문건이라는 뜻”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같은 권력 수뇌부의 지시로 만들어진 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우리를 간첩 보듯 했다”
간부진을 쇄신하고 편파 프로그램을 퇴출하도록 하는 1단계, 노조를 무력화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2단계, MBC를 민영화하는 3단계로 나누어진 전략을 제시한 이 문건은 모두 실제로 실행되거나 시도됐다. <PD수첩>에 대한 탄압뿐 아니라 간부진이 물갈이됐고, <후플러스>와
이후에는 노조의 파업에 대한 징계·법적대응을 확대하고 국장책임제 등 제작자율성을 보장하는 단협 장치들을 무력화했다. 김 PD는 “김재철 전 사장이 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법인 같은 곳에서 자문을 받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국정원 문건이 노무법인의 노조파괴 문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밀하게 작성돼 실행됐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는 실패했지만 2012년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의 지분 매각 방식을 의논하는 등의 민영화 시도가 있었다.
▶[전문]MB 국정원의 MBC·KBS 장악 문건 들여다보니
네 사람은 “지난 시간 동안 MBC에서 일어났던 일이 모두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는 것이 놀랍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 작가는 “그 동안은 김재철 전 사장 같은 경영진들이 자기 자리를 유지하거나 출세하려고 제작진들을 과도하게 탄압했다고 추측해왔다”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아니고, 이 문건을 실행하기 위한 하수인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PD는 “문건에 당시 <PD수첩> PD들을 거론하며 이들이 모두 ‘좌편향 일색’이라고 표현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거론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에 친북 좌파 성향의 <PD수첩> PD들이 많다’고 한 부분이 나온다”며 “국가권력이 정말로 우리를 간첩 보듯 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최 PD는 “누군가는 내가 쫓겨난 대가로 인사고과를 잘 받았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잡으라는 간첩은 안 잡고 최승호만 때려잡고 간첩 잡은 것처럼 자화자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보수정권이 이른바 ‘좌파정권’에 권력을 빼앗긴 기간을 언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영구집권을 위해 언론을 통제·장악하려 한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단순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반헌법적 발상에서 나온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최 PD는 “어마어마한 잘못을 범한 국정원은 그간의 잘못을 모두 자백하고 MBC 내부 간부들과 만나 장악 전략을 짠 개별접촉보고서 등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MBC 전직 간부들도 당시 상황을 증언해 진실이 밝혀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첫댓글 조작원 씨발새끼들.
이나라의 병폐를 알고 있는 이들은 종북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지역을 사수하고 서로 탓을 해대면서 살아가는 이기적 사람들은
동서로 나눠 각각 내 지역이라는 곳에만 편을 드느라고
눈알크게 하고 개거품 물고 부라리고 있죠~
아직도 지역 이기주의는 평안하고 공평한 방송보다는
각지역 지방에 유리한 거짓말이라도 아부성 발언을 더 맘에 들어하며
그런말만 유포하고 선호하는 생활을 합니다.
결국 각 지역의 국민들은 우리의 조상을 믿지않고 조상들의 위대함을 돌아볼 생각도 못 하고
물려줄 2세들께 정리하여야 할 정직과 진실은
삶에서 아무런 혜택을 주는 재료가 아니라고
쓰래기 버려지듯 버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