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이 여성 전용 소셜미디어 어플리케이션(앱) 접근을 거부 당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차별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영국 BBC가 23일 전했다.
연방법원 재판부는 록산느 티클이 직접적인 차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차별의 피해자인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젠더 정체성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획기적이라고 평가한 방송은 이번 소송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질문은 훨씬 논쟁적인, 여성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티클은 “기글 포 걸스"(Giggle for Girls)란 앱을 다운로드했는데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며 남성은 이용이 불허된다고 홍보했다. 접근권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여성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셀피 사진을 업로드해야 했는데 남성을 골라내기 위해 설계된 젠더 인식 소프트웨어 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그녀는 플랫폼 가입에 성공했는데 7개월 뒤 멤버십이 취소됐다. 티클은 법적으로 완벽한 여성인데 젠더 정체성과 달리 차별을 받았다고 이 플랫폼과 살 그로버 최고경영자(CEO) 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만 호주달러(약 1억 8000만원)를 배상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했는데 연방법원은 이날 그녀에게 소송 비용에 더해 1만 호주달러(1800만원)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모든 사람이 날 여성으로 대했다’
록산느 티클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젠더를 바꿔 2017년 이후 여성으로 살고 있다.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며 그녀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 모든 사람이 날 여성으로 대했다”면서 “나는 가끔 심히 당황스러운 일에 눈살을 찌푸리고 빤히 쳐다보고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그들은 내가 내 업무를 하게 해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 이 앱을 창안한 살 그로버는 어떤 인간도 성을 갖거나 바꿀 수 없다고 믿는데 젠더 비판 이데올로기의 핵심 기둥이다.
'다른 나라 법원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다른 나라들에서의 젠더 정체성 권리와 성에 근거한 권리 사이의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의 법적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컨벤션(CEDAW) 조약이다 1979년 유엔이 채택한 국제 조약인데 실질적으로 여권에 관한 국제법으로 쓰인다.
기글 변호인단은 오스트레일리아도 CEDAW를 비준했기 때문에 단일한 성별에 근거해 여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긴 했다. 이번 판결은 CEDAW를 비준한,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189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국제조약을 해석할 때 각국 법원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해냈는지 들여다보곤 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법 해석은 미디어의 주목을 이끌어 글로벌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갈수록 많은 법원들이 젠더 정체성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릴수록 다른 나라들도 이번 판결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