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다니엘 C. 데닛 지음/ 신광복 옮김
40억년 전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생명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유지 보수와 에너지 획득, 번식을 위한 기초적인 활동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생명이 진화해 인간이 되어 정신(마음)을 갖게 됐을까. 과학철학자인 미국 터프츠대 교수 대니얼 C 데닛은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에서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유물론적 논증으로 풀어냈다.
버트런트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는 ‘마음’ 역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고 말한다. 신경세포(뉴런)는 후손을 갖지 못한다. 대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뇌는 바로 이 신경세포의 집합이다. 현재 인간의 뇌보다 흰개미의 군집에 더 가까웠던 뇌는 어느 순간 의미론적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밈(Meme; 문화적 유전자)’이라는 복사·전달·기억되는 대상이 만들어졌고, 진화를 통해 마음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 그렇다면, 전 세계 사람들의 텍스트를 번역해주고 있는 구글의 AI(인공지능)도 언젠가 마음을 갖게 될까. 저자는 “이른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 원리로는 가능하지만, 필요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이어 일론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이 우려하는 것처럼 인간 문명에 대격변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 점점 발달하면서 인간이 AI의 지배를 받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과 뇌가 상호 의존하고 우리 미래가 과거의 궤적을 따른다면 설사 인간이 인공지능에 더 의존하게 된다 할지라도 인공지능들은 계속 우리에게 의존할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 분야의 최고 지성이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컴퓨터공학의 최첨단 연구 성과를 해석해 들려준다는 점에서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텍스트다.
저자 다니엘 C. 데닛(Daniel C. Dennett)은 미국의 철학자, 인지과학자로 1942년 보스턴에서 출생했다. 데닛은 1959년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963년 하버드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곳에서 철학자인 길버트 라일 밑에서 공부했으며 허트포드 대학의 일원으로 재직했다.
데닛은 자신을 "세계의 몇몇 일류 과학자들로부터 나를 흥미롭게 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수백 시간의 비공식 독학의 수혜자"라고 묘사한다. 철학적 관점으로는 자유의지와 심리철학에 대해 양립가능론자(compatibilist),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알고리즘적인 과정으로 보며, 종교와 도덕에 대하여 자연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