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릉도원’을 찾아서 | 강씨봉 논남기계곡] 궁예 부인의 사연 담긴 밝고 명랑한 계곡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17.08.10.
수심 낮고 넓어 유아 동반 물놀이에 최적, 원점회귀 산행 14km 5~6시간 소요
‘논남기’란 특이한 이름은 옛날 선비들이 여기서 남쪽을 논했다 해서 생겼다. 지금은 줄여 ‘논남’이라 부른다. 강씨봉 기슭의 논남기계곡은 낮고 편안한 물살이 장점이다. 논남기는 물살은 차분하지만 발원지인 오뚜기고개부터 가평천까지 11km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그중 돗자리 펴고 물놀이하기 좋은 곳은 강씨봉자연휴양림 부근이다. 휴양림 정문 매표소 부근에서 상류 방향으로 1km에 이르는 골짜기가 폭도 넓고 완만하며 수심도 깊지 않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특히 휴양림 물놀이장으로 사용되는 계곡은 깊이가 무릎 정도라 유아를 동반한 여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논남기계곡은 가평군 북면에 있다. 경기도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험준한 산악지대 깊은 곳에 있어, 때 묻지 않은 투명한 계곡이다. 강씨봉자연휴양림이 생기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과거에 비해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강씨봉은 한북정맥에 속해 있다. 한북의 최고봉 국망봉(1,168m)에서 민둥산(1,023m)~강씨봉(830m)~청계산(849m)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이 산줄기는 높고 험준해 예부터 포천과 가평의 생활권을 가르는 자연 장벽이었다. 지금도 차를 타고 가려 해도 먼 길을 한참 돌아가게끔 되어 있는 거대한 산줄기다. 강씨봉을 기준으로 동쪽은 가평군 북면, 서쪽은 포천군 일동면인데 가평 방면이 경사가 완만하고, 포천은 가파르다.
강씨봉은 강씨 성을 가진 이에게서 유래한다.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는 오뚜기고개 부근에 강씨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유래하며, 둘째는 궁예 부인 강씨에게서 유래한다. 궁예의 폭정이 심해지는 와중에 강씨가 직간을 멈추지 않자 궁예는 부인을 강씨봉 아래 마을로 귀양 보낸다. 이후 왕건에 패한 궁예가 부인을 찾아왔으나 죽고 없었다고 한다. 이에 궁예는 국망봉에 올라 불타는 태봉국의 수도 철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이에 나라 잃은 망국의 슬픔을 담긴 봉우리라 하여 국망봉이 되었다고 한다.
산행은 논남기를 기점으로 원점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곡을 따라 능선에 올라 도성고개에서 강씨봉 정상을 거쳐 오뚜기고개까지 종주한 다음, 논남기계곡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능선 오르막 일부를 제외하곤 대체로 완만래 산행은 수월한 편이다. 전형적인 육산이라 위험한 곳은 없다. 다만 14km로 거리가 길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더 짧은 산행을 원한다면 도성고개에서 강씨봉 반대편인 북쪽의 민둥산 정상만 다녀오는 것도 좋다. 민둥산 정상은 한쪽이 트여 있어 화악산과 국망봉 등 일대의 고봉들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산행은 임도를 따르는 구간이 많다. 임도와 계곡이 조화롭게 이어져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기 좋다. 길은 완만하며 계곡의 수심도 깊지 않아 소풍 코스로도 좋다. 일단 능선에 들어서면 오뚜기고개에 닿기 전에 가평으로 빠지는 길이 없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계곡을 왼쪽, 오른쪽으로 바꿔가며 산길이 이어진다. 덕택에 디딤돌을 조심스레 뛰어넘는 일이 잦다. 계류는 너르고 명랑하다. 빛이 잘 들고 넓어 여유롭고 물살이 세거나 깊은 데가 없다. 낯선 곳에 온 긴장감을 자연스레 무너뜨리는 부드러운 계곡이다. 물이 생각보다 차갑진 않다. 골이 길고 수심이 얕아 햇살에 데워져서 그런 것이다.
능선을 만나는 도성고개까지 숨 한 번 헐떡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긴 계곡이지만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가도 힘들다고 보채지 않을 정도로 오르막이 완만하다. 허나 도성고개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제부터 진짜 산행임을 몸으로 알게 한다. 그렇다고 강씨의 산이 왕족의 기품과 너그러움을 잃은 건 아니다. 가파르지만 발의 촉감이 푹신푹신한 흙길을 내주며 정상을 얻으려면 이에 걸맞은 땀을 바치라 한다.
정상은 아담한 헬기장이라 충분히 쉬고 경치를 즐기기에 모자람 없다. 시선은 주변의 국망봉, 화악산, 명지산, 귀목봉 같은 1,000m대 큰 산에 골고루 가 닿는다. 정상에서 오뚜기고개로 이어진 능선은 부드럽지만 넝쿨과 풀이 높아 반바지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은 간간이 “아야!” 하는 작은 비명을 내지른다. 널찍한 임도가 지나는 고개는 오뚜기부대에서 임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오뚜기고개라 이름 붙었다.
임도 따라 구불구불 내려서는 하산길도 논남기계곡 곁을 따라간다. 때 묻지 않은 계곡은 보기 좋지만 산행이 10km를 넘어서면 지루할 수 있다. 전체 14km 코스 중에서 도성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1.6km를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하다. 산행은 5~6시간 정도 걸린다. 휴양림 입구에서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하며 하루 주차료는 3,000원이다.
교통
가평에서 논남을 거쳐 용수동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10회(06:15, 08:40, 09:45, 10:35, 11:25, 13:05, 14:25, 15:45, 16:45, 19:15) 운행한다. 가평터미널에서 출발해 가평역(5분 소요)을 거쳐 논남으로 간다. 논남에서 버스를 타고 15~20분 더 가면 회차 지점인 용수동에서 가평으로 돌아간다. 논남에서 1일 10회(06:55, 09:30, 10:30, 11:20, 12:10, 13:50, 15:10, 16:30, 17:30, 20:00) 운행.
숙박(지역번호 031)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강씨봉자연휴양림(8008-6611)은 시설이 깔끔하고 주변 자연환경이 깨끗해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다. 예약은 매월 1~4일 홈페이지(farm.gg.go.kr)를 통한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밖에도 논남마을에 민박이 여럿 있다. 운암골유원지(582-4309), 아트밸리펜션(582-0063), 선덕산장(582-4703), 탑펜션(581-8332), 신비펜션(010-6332-6031), 잣나무산장(582-5214), 카멜펜션(010-7724-0072) 등이 있다. 식당은 명지산 입구에 여럿 있다.
논남기 계곡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