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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도급’ 불법 간접고용 막을 방법은
2015.02.27 편집부 | labortoday
최근 동양시멘트가 고용노동부로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통보를 받자마자 사내하청업체와 맺은 도급계약을 해지해 빈축을 샀다. 노동부는 동양시멘트가 실체도 없는 하청회사에 ‘가짜 도급’을 줬다고 판단했지만 계약해지를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26일 대법원은 현대차가 직접생산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한 것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제조공정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무늬만 도급, 간접고용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방식으로 법·제도를 보완해야 할까.
철저한 감독, 명확한 파견·도급 구분 필요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파견을 강하게 규제하면 풍선효과로 도급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일부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한 파견허용업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거나, 업종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 일본이 2005년 파견을 제조업까지 허용했다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되돌리지 못하고 혼란만 커지고 있다. 간접고용 문제의 핵심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이다. 정부가 지침을 통해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불법파견·위장도급을 철저하게 감독하고, 법제화를 통해 파견과 도급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거대 통신기업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에서는 실제 사용자가 그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하청업체를 지배하는 사업주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목표를 가지고 인력활용에 대한 원칙을 정해 노사가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감독도 안 하면서 일방적으로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는 간접고용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노동부, 현행 파견법부터 제대로 집행해야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
최근 간접고용 문제가 불법파견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되면서 파견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요구했던 것처럼 불법파견 판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고, 현행 파견법상 고용의무는 고용의제로 바꿔 위법한 파견을 활용하는 사용주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아산공장의 2차 사내하청노동자들까지 현대차와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 현재 파견법상으로는 2차 사내하청의 경우 불법파견을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판결의 취지를 받아 안아 불법파견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무엇보다 고용노동부가 의지를 갖고 파견법을 시행·집행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우선돼야 한다. 법 개정에 앞서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용자들에게는 파견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노동자에게는 불법파견의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간접고용 용인이냐 근절이냐, 사회적 논의 필요한 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법원은 25일 판결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은 인정하고 KTX 여승무원의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심각한 우려가 든다. 불법파견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장기간의 소송을 불사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노사갈등은 첨예해지고, 누가 이기든 그 이후 정상적 관계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확하고 일관된 사회적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정부가 고시한 판단기준이 있다고는 하나 내용이 모호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급이나 파견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사실상 만연된 간접고용을 용인할 것이냐, 근절할 것이냐는 국민적 합의가 아닐까 싶다. 기업이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고 값싼 노동력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따라서 불법파견에 대응하는 우리사회의 판단기준은 사용하는 자가 책임진다는 명확한 원칙하에 제시돼야 한다.
지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하도급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사업주에게 비정규직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논의가 시급하지만 이 법안들은 여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4대 중점 개혁 분야 중 ‘노동’을 선정하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제출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해 보겠다고 한다. 아마 3월께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간접고용이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노동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반드시 인식되고 그에 따라 간접고용을 줄여 나가는 정책적 대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후진국형 중간착취 범죄 근절돼야
심상정(정의당 의원)
2012년 최병승 판결 이후 대법원이 두 번째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쐐기를 박았다. 정몽구 회장은 기아자동차 인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 현대건설 인수,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에 이어 ‘다섯 번째’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만약 이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대차는 국회에서 ‘다섯 번째’ 국정감사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끝장 국장감사를 해서라도 불법파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더 이상 기댈 구석만 찾아서는 안 된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현대차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얼마 전 현대차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12년 연속 선정됐다. 12년 전이면 현대차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졌던 해다. 나는 진심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성장통이 뒤따른다고 하더라도 후진국형 중간착취 범죄는 근절돼야 한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없다. 현대차의 아집과 자존심만 버리면 된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과오는 거론하지 말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노사가 새로운 틀에서 문제 해결을 도모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주는 또 다른 함의도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과 손해배상은 초스피드로 이뤄지지만 해고무효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10년간 소송을 한다면 그 가정이 무사하겠나. 이에 대한 개선방안도 국회에서부터 논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