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복무는 손해"…수도권 대학 ROTC 첫 미달 '0.92:1'
전국 대학 평균 지원율 역시 2.22:1 '급락'
수도권 대학 ROTC 선발률도 절반 '턱걸이'
국방부,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 '안간힘'[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 초급 장교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학군사관(ROTC) 지원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대학 ROTC 후보생 지원율이 처음으로 선발 예정 인원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대학 ROTC 후보생들의 선발율도 50% 수준으로 급락했다.
29일 군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수도권 대학 ROTC 후보생 지원율이 처음으로 선발 예정 인원을 하회해 0.92: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53:1, 2021년 1.52:1의 경쟁률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된다. 전국 대학 평균 경쟁률도 2020년 2.52:1, 2021년 2.62:1에서 지난 해 2.22:1대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수도권 대학 선발율은 51%에 그쳤다. 2021년 73%에서 22%포인트(p)나 하락한 수치다. 후보생 지원 이후 심정 변화로 인해 입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지원율 하락이 계속돼 절반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군사관후보생들이 겨울방학 기간 학생군사학교에 입교해 기초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학생군사학교 홈페이지)
육군학생군사학교가 지원율 하락 원인 관련 2022년 후보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병 봉급(100만원) 대비 많지 않은 봉급(소위 178만5000원)과 △병(육군기준) 보다 10개월 더 긴 28개월 의무복무를 해야함에도 △취업 혜택이 없다는 게 주 이유였다.
게다가 △학기 중이나 방학 기간 교육·훈련으로 인해 인턴십, 교환학생, 아르바이트 등이 제한된다는 점도 기피 사유로 꼽혔다. 이에 따라 후보생 기간 중도 포기자 역시 2019년 전국 255명에서 2020년 333명, 2021년 364명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국방부는 ROTC 지원율 하락에 따른 초급장교 수급난 해소를 위해 단기복무장려금을 현재 900만원에서 260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330만원을 주는 입영훈련비 역시 최대 8개월 치를 더 주고, 매달 8만원씩인 후보생 역량강화비도 10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군 학군장교의 경우 36개월인 의무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초급간부의 다른 한 축인 부사관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지난해 부사관 획득 계획 인원은 1만2596명이었지만 지원자 저조로 1만837명만 뽑아 선발률이 86%에 그쳤다. 전년도 선발률 91.5%보다 5.5%p 줄어든 것이다. 특히 7500여 명을 뽑아야 하는 육군의 경우 5815명밖에 뽑지 못해 선발률이 평균보다 낮은 77.2% 수준이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단기복무장려금과 장려수당을 증액하고 하사 호봉 승급액, 초급간부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당직근무비 등을 공무원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한편, 리모델링과 신축을 통해 간부숙소를 1인 1실로 개선할 것”이라면서 “예산 확보와 법령 정비 없이는 군의 이러한 노력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80] 태어나자마자 대학 입학 허가증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패션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나 골프선수 박지은이 다녔던 학교로 알려진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는 1885년 개교하여 역사가 138년이다. 수백개 전공학과와 더불어 학생이 자신의 4년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다른 대학보다 일찍 온라인 대학을 만들었고, ‘U.S.뉴스 & 월드 리포트’의 ‘혁신 프로그램’ 분야에서 MIT나 스탠퍼드대학을 제치고 매년 1위를 차지할 만큼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성장하는 대학이다. 스타벅스나 우버 등 기업의 장기 근속자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대학의 온라인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또한 유명하다.
얼마 전 이 대학에서 앞으로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입학 허가증을 수여한다고 발표해서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미국도 대학 진학 예정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출생부터 초, 중, 고등학교 과정 모두를 대학이 지켜보면서 학생의 선호와 장점을 파악하고 일찍부터 지원하며 좋은 인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입학 정원 미달을 고민하는 우리나라의 지방 대학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다소 단편적인 생각이지만 프로그램이 좋은 대학에 출생과 동시에 입학이 보장된다면 부모의 사교육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입시 지옥에서 자유로운 학생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찾게 되고, 원한다면 이미 합격이 되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그 분야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그야말로 참신한 아이디어다.
얼마 전 정부가 ‘글로컬 대학’ 육성을 위한 지방 대학 지원책을 발표했다. 사용한 표현대로 대학의 ‘과감한 도약(Quantum Leap)’과 더불어 미래의 학생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프로그램의 실행이 시급해 보인다. 1980년대 초반, 송도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농구선수 정덕화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인고속도로가 마르고 닳도록 달렸다는 연세대 강필승 체육부장의 일화가 생각난다. 교육의 핵심은 사람이고, 교육의 시작과 끝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