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아저씨! 나 이쁘죠? (번외:아저씨의 이야기)
“선배, 담배는 안 좋아요.”
“뭐야?”
“안녕하세요, 1학년 박희수입니다.”
“박희수? 칫, 완전 여자같은 이름이네..”
내가 고등학교1학년 때, 고등학교3학년.. 내겐 선배였던 이안나를 좋아했다.
이안나는 매일같이 담배를 물고 있었고, 결국 지켜보다 못한 내가 담배를 빼내며 접근했다.
역시나 아니꼬운 듯한 표정과 어이없다는 듯 한 말들을 내뱉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무서웠던지라, 자주 보자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고 며칠 동안 다가가지 못했다.
“야야, 저기 이안나 선배 아냐?”
“여기까지 왠일이래? 야, 무섭다..”
며칠 뒤, 우리 반 앞에 이안나가 찾아왔고 당황하고 무서웠던 지라 난 숨으려했지만
그런 나를 본건지 뒤에 다가온 이안나는 내 팔을 붙잡았고, 한참 노려보다 학교 뒤뜰로 데려갔다.
맞을 줄 알고, 한참을 쫄아서 서있던 나는 이안나의 한마디에 긴장을 쫙 풀 수밖에 없었다.
“자주 보자더니?”
그 이후로 나는 이안나를 자주 찾았고, 싫지 않은 듯 이안나는 그런 나를 매번 만나주었다.
이안나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져갔고, 결국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너, 내가 졸업한다고 한 눈 팔면 죽는다!”
“어라라? 너야말로 멋진 놈 만났다고 나 안 보기만 해봐라!”
“이게, 어따대고 너야, 너가! 죽을라고~”
“애인한테 그럼 선배선배 하냐? 너라고 하지. 아니다 자기라고 할까?”
“이게!”
세월을 막을 순 없듯이, 이안나는 곧 졸업했고 불량하긴 했던 이안나지만
집이 잘 살던 덕에 공부를 많이 시켰던지 대학에 떡하니 붙었다.
하지만 이안나의 대학이 근처였던지라, 이안나와 나는 계속 만날 수 있었고 데이트도 자주 즐겼다.
“자기야, 안나야, 이안나! 누나아~”
“...”
“화 풀어. 아니, 공부하라고 엄마가 붙잡아서 늦었다니깐? 자기야~”
“시끄러, 밥이나 먹어.”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섭게 변해버리는 바람에 한 번 화가 날 때마다 풀어주느라 크게 애먹곤 했었다.
그리고 공부는 어찌나 악착같이 시키는지, 성적이 떨어질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안나가 옆에서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도 있었고 한 번 성적이 잘 나왔을 땐
“우와! 멋쟁이 박희수! 최고다!”
라고 했던 말 때문에 공부하는 게 즐거웠고 결국 성적이 쑥쑥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하아...읏. 희수야..”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 하고, 같이 공부하던 도중 이안나를 덮치고 말았다..
화낼 줄 알았던 이안나도 순순히 날 받아들였고, 3년이 다 되어가는 연애기간에
정말 순진하게도 결혼까지 결심했던 나였기에 그 일은 몇 번 더 일어났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이 세월은 흐르는 듯 했다.
우리 연애전선은 더 좋아졌음 좋아졌지 문제는 흐르지 않았고.. 행복했었다.
이안나의 갑작스런 선언이 있기 전에는..
“헤어지자고.”
“왜.. 왜 그러는 거냐고!”
“말들어, 헤어져.”
“안나야.. 내가 이렇게 빌게. 헤어지지 말자. 응? 안나야..”
“....”
“제발.. 제발, 응?”
“박희수, 앉은키도 무지 크네... 허리까지 닿고...”
“제발.... 아..흑..”
“희수야.”
“흑...흑....”
“너의 죄를 사하노라.”
“안나야.. 이안나!!! 가지마, 가지마...”
뜬금없는 이안나의 이별선언에 난 무너져 내렸지만,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이안나는 사라졌다.
내 곁에서도, 내 주변에서도..... 찾을 수 없게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안나는 잊혀져갔다. 기억 속에서 천천히 깨끗이 사라져갔다.
.
.
그런데 지금 모든 게 맞아떨어져가고 있었다.
이안나가 내 곁을 떠났던 이유도.. 아련이가 했던 말이 자꾸만 내 기억 속을 지나쳐가던 이유도..
아련을 만날 때 들었던 사춘기 소년같은 감정도....
그제서야 기억나는 게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이안나도, 박아련도.... 내 곁에 없다.
.
.
.
며칠을 정신을 놓고 그저 로봇처럼만 살았다.
로봇처럼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고, 준비하고, 회사에 가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자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저지른 짓이 너무 후회스럽고 마음 아파서.......
그러기를 며칠.. 갑자기 내 눈에 핸드폰이 들어왔다.
핸드폰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연락하고 어서, 연락을 해주라고...
정신없이 핸드폰을 들어 아련이의 번호를 눌러 귀에 갖다 대었다. 신호음이 들릴 때까지도 정신이 없었다.
한참을 울리던 신호음이 끊기고, 힘없는 아련의 목소리 들려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보세요?]
“꼬맹아..아니, 아련아.. 아...아..”
[.....]
“아빠야..”
[.....아빠...]
겨우 말했다.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말을.. 겨우 꺼냈다.
스피커 너머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고, 웅성거리며 아련을 걱정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풀렸던 몸이, 아련의 울음소리에 다시금 굳어가려하고 있었다.
[... 아련아!]
또다시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련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쓰러진건 아닐지, 많이 아픈건 아닐지..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지만 당장 정장마이를 걸치고 회사문을 나섰다.
“이사님! 어디 가세요?”
“...우리 딸 만나러요.”
.
.
.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린 것 같아 발을 동동 굴리다 겨우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로비에 도착했다.
로비를 힘껏 달려, 회사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아련의 교복만 매번 봤을 뿐, 아련의 학교가 어딘지 정확히 몰랐던 탓이었다..
좌우만 살피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달렸다.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얼마를 달렸을까, 멀리서 아련인 것 같은 모습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이 멈춰 숨만 고르고 서있었다.
아련이도 나를 봤는지 멈춰 섰다.
그렇게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서서.. 한 발짝씩 옮기기 시작했다.
등줄기를 따고 흘러내리는 땀줄기 한 방울, 한 방울을 셀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예민해지고
잘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은 자꾸만 가빠져오고, 가슴은 벅찰듯이 뛰어왔다.
“하아..아..아빠.”
.
.
.
.
“자, 찍을게. 하나, 둘.....”
“꼬맹이!”
“선생님, 잠깐만요! 멋쟁이아저씨!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미안,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녜요. 어서 서세요, 같이 찍으셔야죠.”
“네.”
“어이! 멋쟁이아저씨, 빨리 와.”
“넌 아빠한테 여태 멋쟁이아저씨가 뭐냐?”
“시끄러, 내 맘이다. 흥! 선생님, 찍어요!”
“자, 그럼 진짜 찍습니다. 하나,둘,셋!”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희수에게 기댄 채 꽃다발을 안고 선 아련과 희수가 카메라 속에 담긴다.
그리고 이내, 사진 찍던 선생님이 인사를 하고 사라지고, 아련은 또 희수를 훈계한다.
딸에게 훈계를 받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으며 답하는 희수.
두 사람은 세상 그 어느 부녀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아니, 두 사람은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하다.
첫댓글 꼬맹이 차암.. 왜 아빠를 처음에 아저씨라 불러가지고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건지ㅋㅋ 어쨌든 해피엔드~좋네요>w<!
루비즈님♡ 엇 헷갈리셨어요? 음... 일부러 그런거였는데 헤~ 헷갈리셨다니 죄송합니다 흑 .. 아무튼 해피엔딩이여서 다행이죠? 감사합니다♡
결국 해피하게 끝나서 다행이예요. 쿡쿡>_< 아직 학생인 남자친구한테 자신의 임신사실을 밝히긴 너무.. 미안했나봐요? 어쩌면 여자 입장에선 가장 현명한 판단 인 것 같기도 한데.. 왜 죽은건지.. ㅜㅜ 죽지 말지..ㅜㅜ 그럼 셋 다 결국엔 행복했을텐데..ㅜㅜ // 잘 읽고 갑니다.
아코에님♡ 다행이죠~ 앤홀은 해피를 좋아하니까요 히히 아직 고등학생이니 부담감을 주기 싫었겠죠? 미안하구.. 왜 죽었는지는 흑.. 앤홀사상 처음 번외두편을 시도하걸랑요 아무래도 아저씨이야기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서요 헤헤 두번째번외도 많이 사랑해주시구요, 감사합니다♡
아그런거였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소재가신선해요
특별판님♡ 역시 번외를 봐야 이해할 수 있는거죠? 흑 이건 슬픈걸거야 분명해 흠.... 소재가 신선한가요? 그건 뭐 그럴수도 있겠네요, 아빠와 딸이니깐 머.. 헤헤 감사합니다♡
아 해피엔딩이군요.이제 이해가 가네요ㅋㅋㅋ어라?번외가 한개 더있는건가요?기대할께요!
풀잎한조각님♡ 아 번외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라죠... 하하; 네 번외가 한 개 더있습니다. 지금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요. 곧 올라갈 예정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꼬맹이가 너무 귀여워요 ㅜ_ㅜ 대충 예상은하구있엇지만.. 너무 잘만드셨어용~
바보의사랑z님♡ 아 꼬맹이가 귀엽죠? 귀염둥이 꼬맹양 ㅋㅋㅋㅋㅋ 헛 여기선 예상할수있었단 말이 와우 헤헤 잘만드셨다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해피엔딩이군효~저는 지금또 번외를 읽으러 감 ㅋ
맛난ⓘ쮸크림♬님♡ 해피엔딩이죠ㅋㅋㅋㅋㅋㅋ오우그럼전또번외에답글을달러~? 히히
아빠??... 해피엔딩~~ 넘 맘에 들어요!!! 번외 읽으러 ㄱㄱ
영민뉘짱조아님♡ 해피엔딩! 꼭 해피엔딩을 만들어야겠군요 히히 그럼 번외로 고고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