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후보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종 당선됐다.
세계에 없을 K-정치 ‘위장 탈당’
영국 처칠 총리는 당적을 수차례 옮겼다. 보수당의 보호관세 정책에 반대해 탈당한 뒤 자유당으로 갔다. 보수당의 비판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국가 위기가 고조되자 보수당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철새라는 비판은 듣지 않았다. 공천이나 자기 이익이 아닌 정책과 노선 문제였기 때문이다.
▶김대중·김종필 공동 정권 때 ‘의원 꿔주기’라는 신종 탈당이 등장했다. 자민련이 총선에서 17석밖에 못 얻자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느라 민주당은 의원 4명을 탈당시켜 자민련으로 보냈다. 유럽식 연정을 표방했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던 편법이었다. 이 의원들은 ‘연어처럼 돌아오겠다’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2012년 통합진보당 탈당파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셀프 제명’을 했다. 제명하면 비례대표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분당 때도 탈당파가 비례대표 9명을 셀프 제명했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이 강제 도입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에선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여야는 자기들 위성 정당이 앞 순위 기호를 받도록 하려고 의원 꿔주기와 셀프 제명을 했다.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되듯 독일식 선거제가 한국 정치에 오자 편법이 난무하는 엉망진창이 됐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려고 자기 당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넣으면 논의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한국 정치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꼼수였다. 민주당은 그 후 각종 투기·비리 혐의로 제명되거나 위장 탈당한 의원들을 아예 입법 폭주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위장 탈당한 의원은 그 행위를 마치 자랑처럼 여기고 있다. 공수처법을 밀어붙일 때는 반대하는 의원을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빼고 다른 의원을 집어넣기도 했다. ‘사·보임’ 꼼수였다.
▶과거 과테말라 대통령이 아내를 대선에 출마시키려고 위장 이혼한 적이 있다. 직계가족은 출마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피하려 한 것이다. 러시아 메드베데프는 푸틴을 위해 대통령 자리를 잠시 맡아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라는 대부분 민주국가가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한국처럼 민주주의를 비웃는 각종 편법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곳은 없다. 세상의 모든 좋은 제도는 한국에 오면 변질하고는 한다. 그 나라에서 그 제도를 만들 때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허점을 한국 정치가 찌르기 때문이다. 가히 ‘K정치’라 할 만하다.
은행위기 음모론 국제금융가에 은행 파산 공포가 가득하다. 167년 전통의 스위스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위기설에 시달린다. 공교롭게도 두 은행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곳이다. 러시아와 탈레반을 비롯한 중동 테러범들, 북한의 자금 저수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은행위기 배후에 미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설까지 나돈다.
CS는 비밀주의 원조답게 검은돈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등 많은 독재자가 비자금을 맡겼고 불가리아 마약조직과 일본 야쿠자 등 세계 범죄조직도 돈세탁 등 불법 거래를 했다. CS가 2020년부터 3년간 지급한 합의금과 보상금만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한다. 독재자와 전쟁범죄자를 포함해 3만여 범죄자들의 검은돈 약 120조원을 굴리고 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대주주 악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CS 지분 9.9%를 인수했는데 SNB의 최대주주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사우디에 가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수모를 겪었다. 이로부터 6개월후 사우디는 CS 몰락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봤다.
도이체방크도 온갖 스캔들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 일쑤였다. 5년 전에는 미 법무부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주택저당증권(MBS)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아 과징금으로 72억달러(약 8조7000억원)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과 영국 정부는 러시아 부호의 자금세탁을 방조한 혐의로 6억3000만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미국의 고강도 규제가 이어졌는데 중국 국영 하이난항공그룹이 2017년 10% 가까이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떠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세에는 음모론이 창궐하는 법인데 은행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음모론은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섞여 세인들을 현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불법 자금거래와 편법경영을 일삼다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한꺼번에 핀 봄꽃,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서울에서 아직 꽃망울 못 터뜨린 목련도 적지 않은데 벌써 벚꽃이 폈다. 진달래는 아직 펴 있고 개나리는 여전히 무성해지고 있다. 봄꽃은 대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순으로 핀다. 서울 벚꽃 개화의 기준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벚꽃은 25일 폈다. 친구가 전남 구례 화엄사를 찾아 멋진 홍매화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준 것은 19일이다. 매화에서 벚꽃까지 한 달에 나눠 피던 꽃들이 전국에서 일주일 사이에 다 피었다.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지자체는 봄꽃 축제를 앞당기고 있다. 산수유는 매화와 더불어 봄철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중 하나다. 경기 이천시는 백사 산수유 축제를 2006년까지 4월 7일에 시작했으나 2007년에는 3월 30일로 1주일 앞당겼다. 이천시는 올해 다시 축제를 3월 23일로 1주일 앞당겼다. 7년 사이에 2주일 앞당겼다는 사실에서 점점 더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40만 종 이상 꽃의 평균 개화 시기가 1753∼1986년에 비해 1987∼2019년에 30일 더 빨라졌다. 영국에서 이런 과학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과학자 박물학자 정원사 등의 관찰기록을 모아놓은 ‘자연의 달력(Nature’s Calender)’이라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다. 우리도 훌륭한 기록문화를 가진 나라인 만큼 비슷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개화 시기의 정확한 변화 추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가 겨울에 예전보다 덜 식었다가 빨리 데워지기 때문에 봄꽃 피는 시기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압착되고 있다. 다양하고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니 보기는 좋다. 진달래의 분홍은 은은하기는 하지만 잿빛 산야를 물들이기에는 역부족이고, 개나리의 노랑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지만 너무 노랗기만 해서 귀해 보이지 않았는데, 목련의 송이송이 탐스럽고 벚나무의 팝콘 터지는 듯한 흰 꽃과 함께 피어 있어 한데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외관 너머에는 심각한 생태학적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하고 있다. 꽃이 너무 일찍 피었다가 져버리면 그 꽃에 의존해 살아가는 곤충의 활동 시기와 어긋나 곤충이 살 수 없고 그 곤충을 먹고 사는 새도 살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꿀벌 폐사 현상이 양봉업자의 애를 태웠고 근래로 올수록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꿀벌이나 새가 없으면 자연수분이 이뤄지지 않아 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생태계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봄꽃을 구경하는 게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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