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1곳 “의대 신설 희망”… “내 지역구에 의대” 총선앞 의원들도 가세
[필수의료 개혁]
대학들 “의대 만들 마지막 기회” 사활
지역명 달고 발의된 설립법안만 8건
“의대 증원, 지역 이기주의 변질 우려”
서울시내 한 대학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1개 대학이 지난해 정부에 의대 신설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 의료가 위협받고 있는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역시 의대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지역구에 의대를 유치하려는 정치권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 “의대 유치 마지막 기회” 대학들 사활
20일 교육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요청하며 17개 시도별 의대 신설, 증설 수요를 조사해 보냈다. 신설을 원하는 대학은 △부산 부경대 △인천 인천대 △대전 KAIST △충남 공주대 △전북 군산대, 국립공공의대 △전남 목포대, 순천대 △경북 안동대, 포스텍 △경남 창원대였다. 증설을 원하는 대학은 울산대와 충북대였다.
의대가 없는 대학들은 대부분 의대 신설을 원한다. 의대가 있으면 입시 경쟁률이 매우 높아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원하는 ‘최고의 포트폴리오’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복지부가 증원 규모를 결정하면 내년 3월까지는 대학별 정원 배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수험생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각 대학이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내년 4월 전에 정원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우선 지역 국립대, 의대 정원이 소규모인 대학을 중심으로 증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KAIST, 포스텍 등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이 신설된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정원을 결정한다. 2009년 의전원 27곳이 도입됐지만 현재는 차의과대만 남았다. 의전원은 다양한 전공 배경의 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했으나 공대생 이탈, 사교육 유발 문제 등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의대로 복귀했다.
● “내 지역구에 의대” 여야 경쟁전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지역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이기주의’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남 지역 의원들은 18일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하며 ‘전남 의대 설립’을 촉구했고,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의대 신설’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회의에서 “이 문제(의대 정원 확대)가 자칫 정치 포퓰리즘에 휘둘리거나 지역 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공공의대나 지역의대를 서로 ‘내 지역’으로 끌고 가려고만 하면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결국 지역 다툼이라는 늪으로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역명을 달고 발의된 의대 설립 법안만 8건이다. 같은 전남 내에서도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목포의대’ 설치 특별법을,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순천의대’ 특별법을 발의했다. 여당 의원들도 자신들의 지역 및 당 텃밭 위주로 의대를 설립해 달라는 법안들을 줄줄이 내놨다. 국립창원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강기윤 의원), 국립공주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성일종 의원), 경상남도 내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설치 특별법안(최형두 의원), 경기 북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최영희 의원) 등이다.
최예나 기자, 윤명진 기자, 권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