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24시간 켜두는게 전기세 덜 나감 ... ㄷㄷ
1. 24시간, 비효율이 아니다
인버터 에어컨을 잠깐(1~2시간) 껐다가 다시 켜는 것보다는, 계속 켜두는 것이 전기요금이나 쾌적성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에어컨 전기요금의 진실2 : 인버터 에어컨은 계속 켜두는 게 나을까).
요즈음, 잠깐이 아니라 꽤 긴 시간이라 할지라도 그냥 켜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자정이 다 되어 아내가에어컨을 끈다고 했을 때, 아직은 하루 24시간 틀 정도로 더운 것은 아닌 듯하여, 그러라고 했지만 켜둘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된다.
왜냐하면 에어컨을 끄니 실내 온도와 습도가 즉시 상승해, 잠자리의 쾌적감이 매우 떨어졌음에도, 전기요금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낮, 기온이 오르자 11시간만에 다시 에어컨을 켰는데, 이로 인한 소비 전력량 증감을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여기서, 에어컨 사용 환경이나 측정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과거 글과 중복되므로 생략한다.
- LG 휘센 2in1 인버터 스탠드 에어컨 (`15년형, 1등급, 6500 W, 16평형)
- 실내온도 27도로 설정 (28도 설정한 결과도 나중에 추가 예정)
- 일반 냉방 모드 + 풍량 강 (절전 모드 아님)
- 거실에 있는 스탠드형 하나만 가동 (다른 방들 문은 다 열어 둠)
- 집안 단열상태는 보통 이하 (재건축이 이슈인 오래된 아파트)
- IoT 전력량 센서(자작)로 1분마다 서버에 기록 (에어컨 전력량만을 별도 측정)
다만, 에어컨 운전 중에 환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껐을 때는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한 경우다.
그 결과를 아래의 그래프에 나타냈는데 한눈에 알 수 있다. 새벽과 오전의 11시간 동안 에어컨을 꺼서 전력량을 약 3.04kWh 절약했는데, 낮에 다시 켜니까 에어컨이 고속으로 돌아가느라고 절약했던 것 이상으로 전력을 더 많이 소모해, 오히려 손해가 된 것이다.
소비전력이 시뻘겋게 치솟은 것을 보면 그 구간에선 냉방 능력도 대단할 것 같지만, 능력이 그만큼 많이 나와서 전기를 많이 먹었다기 보다는, 비효율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프에서 봐도 알 수 있듯 그냥 계속 켜두는 게 나았을 것이다.
11시간 만에 가동을 하니까, 저번에 한두 시간 만에 다시 켰던 것에 비해서 안정되는데도 훨씬 많은 시간이 들어가서, 비효율적인운전 구간이 무지하게 길어진 것이었다(건물이나 가구들의 축열 효과).
결과적으로 공연히 껐다가 켠 바람에 1kWh 정도의 전기를 더 소모했다. 물론 한낮엔 덥기 때문에 안정이 되었어도 새벽의 운전 구간에 비해서는 전기를 더 먹었겠지만, 그런 것을 고려해도 요즈음의 하루종일 더운 날씨엔 그냥 켜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사람이없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최소한 이번 일주일 동안은 무조건 계속 켜 두자고 얘기했다.
(낮 최고 3X도였고 하루종일 습하고 더웠던 최근 같은 날씨에 24시간 틀어도 하루에 7kWh 정도 나올 것이므로, 한 달에 200kWh 내외의 전력량이 된다. 즉, 전기요금이 1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므로 동절기 대부분 가정의 난방 비용보다도 훨씬 적을 것이다. 또한각 가정에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매달 무지하게 지출되는 통신비와 비교할만 하다)
실제로 끄지 않고 연속 운전한 측정 결과와 비교를 해 보았다. 참고로 잘 때 껐던 날보다 24시간 운전한 날이 더 더워서 올해 최고기온으로 폭염경보 문자까지 왔었다. 아래의 두 그래프는 24시간 운전한 결과이다.
첫 번째 것은 위의 본문에서 이미 소개한 것과 같이 새벽~오전의 11시간 동안 껐다가 켠 경우로, 하루 총 소비전력은 7.57kWh가 나왔다.
두 번째 것은 첫 번보다 더웠던 날에 측정한 것으로 에어컨을 아예 끄지 않은 상태인데, 하루 총 소비전력은 7.33kWh로 나왔다. 즉, 11시간이나 껐던 것보다도 계속 켜댄 것이 전기를 덜 먹었다.
이것도 가족들이 중간에 설정 온도 확인 등의 이유로 에어컨을 몇번 건드려서 많이 나온 것으로, 에어컨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면분명 7kWh 미만으로 나왔을 것이다(세 군데 정도 튀어나온 구간들이 제거되었을 것이므로). 그래프를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듯 건드리지 않는 게 더 낫다.
좀 더 데이터를 살피고 분석해 보니, 내가 측정한 환경에서는 아래의 5가지 운전에서와 전기요금이 서로 비슷할 것 같다(27도로 설정하고, 운전하지 않을 때는 창문을 열어 둔 상태 기준). 하지만 실내 쾌적감은 천지차이가 날 것이다.
1. 24시간 내내 하루종일 켜두는 경우
2. 하루에 1번 10시간 30분 동안 켠 경우
3. 하루에 2번 3시간 20분씩 켠 경우
4. 하루에 3번 1시간 40분씩 켠 경우
5. 하루에 4번 1시간 10분씩 켠 경우
결국, 하루에 7kWh 정도라면 가장 비싼 누진제 구간(280.6원/kWh)을 적용해도 2천원 수준이다. 즉, 점심 먹고나서 다들 하나씩들고 다니는 커피 보다 저렴하다. 이걸 알고서도 에어컨 켜는 것에 벌벌 떤다면 그건 스스로 삶의 질을 낮추는 답답한 모순이다.
예상했던 대로 (더 예전엔 몰랐지만) 11시간 동안이나 껐다가 켜는 것보다도, 그냥 켜두는 것이 경제성이나 쾌적성 면에서 더 나은결과를 얻었다. 놀라운 일이다.
특히 반려 동물을 혼자 집에 남기게 되는 경우, 에어컨을 켜건, 끄건 매우 괴로운 선택이었을텐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나 배우자에게 너무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2. 28도의 경우와 최종가설
측정 결과를 하나 더 추가한다.
아내가 온도에 예민하고 추위를 잘 타는 편인데 27도 설정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해서, 28도로 설정을 하고 만 하루를 다시 측정했다. 전날보다 1~2도 낮은 것 같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여름 날씨였고, 실외 온도도 IoT 온습도계로 기록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30도 이상으로 유지되었었다.
이번에는 정말 에어컨을 거의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서 아래와 같이 깨끗한 결과가 나왔다.
24시간 동안 300와트를 넘는 구간이 거의 없다. 막판 오후 7~8시 구간에 튀는 것은, 주방에서의 조리열 및 식기 건조기에서 열풍건조된 그릇을 꺼내는 과정에서 실내 온도가 상승한 탓이다. 또한 안방에 있는 실내기를 함께 켰던 것도 포함되어 있다. 하루 종일전력량은 5.61kWh로 나왔다. 아마 이것이 우리집에서 전기요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한계에 가까울 것이다. 고작 1천원 내외 밖에안된다. 만약 27도로 설정했다면 6~6.5kWh 정도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편, 실내온도를 28도 설정하면 그리 시원하지 않다. 하지만 하루종일 바닥이나 벽체온도가 모두 그 온도가 되기 때문에, 공기만시원한 것에 비해 나은 면도 있다. 거실에서 먼 거리에 있는 방에선 가볍게 선풍기를 함께 틀면 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일반화할 수 없는 내용임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인버터 에어컨과 특정 조건에서 개인이 단편적으로 실험한 결과다. 특히구형의 정속 에어컨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아무튼 이 결과를 일방적으로 맹신하면 안 되지만, 실험 결과, 인버터 에어컨의 효과적인 사용 방법은,
- 하루종일 더운 날이라면, 집에 12시간 이상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계속 켜 놓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특히 한참 더울 때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 손해다.
- 연속 운전 중 환기가 필요하다면, 기온이 가장 낮고 바깥 공기의 오염이 적은 시간(즉, 출퇴근 집중 시간은 피할 것)에 30분을 넘지 않는 정도로 집중 환기를 함이 좋다(에어컨은 OFF). 외부 기온이 낮다면 환기를 위해 에어컨을 껐다 켜도 전력량 손해가 많지 않거나 없다. 인버터 에어컨의 설정온도와 주변 온도와의 차이가 많지 않다면, 기동할 때라도 전력량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인버터 모터는 정속 모터처럼 기동할 때 급격한 전류가 필요하지 않음).
- 선선하여 밤에 에어컨을 켤 이유가 거의 없는 경우라면, 일부러 켜지는 말고, 대신 다음 날 너무 더워지기 전에 에어컨을 미리 켜는 것이 낫다(즉, 집안 전체를 너무 달궈놓지 말 것). 이건 실제 효과를 확인해보지 못한 나의 가설인데, 이미 외부 기온이 너무 올라가서 벽체나 열려진 창문을 통해서 더운 공기가 사정없이 침투되면 그 만큼 에어컨의 부하가 가중되므로, 미리 틀어 놓고 창문도 닫아서 급격한 열 침입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