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0일 여행 18일째
오늘은 아이들 찬우, 건우 한 팀.
우리 부부 한 팀.
향숙샘 한 팀 각자 다니기로.
어젯밤 아이들이 둘이서 역할분담을 하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일정을 짜더니
아침에 교토역에서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뛰어갑니다.
불안하기도 하고 겁이 없는건지 어이없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믿어보자...
아이들이 처음 간 곳은 교토역에서 걸어서 한시간쯤 걸리는
우메코우지 증기 기관차관으로...
입장료 200엔(*780원)
건우는 역사, 지리 쪽에 관심이 많고
작은 놈 찬우는 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관차가 너무 보고 싶었던 찬우가
건우랑 같이 가게 되어 소원 풀게 되었지요...
니조 성 근처에 있는 역사를 옮겨 만든 곳으로
증기 기관차의 역사와 구조에 관해 알기 쉽게 소개해 놓은 곳입니다.
황실 전용 열차를 비롯한 18대의 증기기관차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증기 기관차에 탈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인접해 있는 우메코우지 공원에서는 오랫동안 교토 시민들에게
사랑 받아 온 교토시덴을 관광용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노면전차로 공원 내 250m에 달하는 구간을 왕복합니다.
한시간이나 걸리는 긴 거리를
물어물어 이 더운 날에 찾아왔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흥분합니다.
이제 어디를 가도 걱정이 없다는 듯.
걱정이 되어 뒤쫓아갔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어디 가실거예요?
'글쎄, 어디를 갈까 고민중이라 같이 가면 안될까?'
'그럼, 여기 구경하시고 오세요. 우리 먼저 갈께요...'
뛰어가는 걸 겨우 붙잡았답니다.
'같이 가자.
너희들이 스스로 길찾기, 배낭여행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의미로
일본 택시를 태워주마. 어때? 너무 덥지 않아?
그리고 점심도 먹어야지, 맥도널드 어때?'
'좋아요. 그럼 같이 가죠...'
휴, 자동으로 열리는 택시를 타고(720엔*780원)
교토역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이 뜨거운 날 어디를 갈까?
교토 국립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교토 국립 박물관
일본의 3대박물관 중 하나로 1895년에 설립된
르네상스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건물 자체도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요.
나라와 교토의 절, 신사로부터 기탁 받은 예술품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고고 유물과 고미술품 10,00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각자 둘러보다 3시에 만나기로 하고 흩어집니다.
유물과 그림을 보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특히 대각사 특별전시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입구에 쉼터가 있는데
아주 편한 소파와 컴퓨터가 있어
잠시 앉아 눈을 붙이기에 아주 좋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과 살갗에 스미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쉬어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답니다.
박물관내 레스토랑으로.
커피마시며 내다보는 풍경이 참 좋습니다.(1,050엔)
둘이 앉아 일본 여행에서의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나눠봅니다.
박물관을 둘러 보고 교토역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왼쪽 날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파란색 하늘에 하얀 탑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끝없이 올라가는 느낌도 좋지만
가끔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의 느낌도 참 좋습니다.
우리 이쪽으로 올라가서
구름다리를 건너 저 쪽으로 내려오자...
중간 쉼터에 아름다운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더워서...ㅠ.ㅠ
오늘 5시에 숙소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하루종일 마음대로 다니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스스로 그 먼 거리까지 갔었다는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철학의 길을 다녀오신 향숙샘도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 행복했었다고 합니다.
내일 여행을 접고 나고야까지 가는데
아이들보고 각각 교토역에 가서 가격이랑 시간을 알아오라고 시키니
서로 질세라 손짓 발짓, 간단한 영어 알고 있는 일본어를 총동원하여 알아옵니다.
기특해라...
9시 나고야행 고속도로 어른 2,500엔, 아이 1,250엔
4일동안 시원하고 편안하게 묵었던 료칸입니다.
주인아주머니의 깔끔함이 기억납니다.
언제든 아침에 나갔다 들어오면 깨끗하게 정리된 방과
뜨거운 물, 비스켓이 놓여있습니다.
에어컨이 미리 켜져 있어 더워 헥헥거리다가도 금새 산뜻해집니다.
공동화장실과 공동목욕탕이지만
방이 많은 것이 아니라 늘 우리만 쓰는 것처럼 느껴졌지요.
2007년 8월 11일 여행 19일째 마지막날
이제 짐을 꾸려 9시 고속버스를 타려고 교토역으로 나왔습니다.
교토에 5일이나 있어서 그런지
친숙한 동네를 떠나는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에 도쿄, 오사카, 교토 중심으로 한 번 더 기약하며...
차가 많이 막힙니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인데다 일본 명절(15일)이군요.
이런, 우리나라처럼 막히면 어떡하지?
그럼 큰일이네.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타야 할텐데...
뭐, 잘 되겠지. 놓친다면 그것도 할 수 없고...
이미 차에 몸을 싣고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으니.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백제사'라는 정류장이 나옵니다.
어? 우리나라 삼국시대 백제 맞지?
으쓱해지는 느낌.
다행히 밀리지도 늦지도 않았습니다.
점심을 나고야역에서 먹었는데 명절이라 그런가?
일본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입니다.
공항가는 전철을 타고 (850엔, 아이 430엔)
나고야 공항에 가 수속받고
라멘이랑(800엔) 꼬치랑(400엔) 사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인생을 축소해놓은 것을 느낍니다.
즐거움도 노함도 괴로움도 행복도 피하고 싶은 상황도
다 감사함으로 마무리하게 하십니다.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라는 의미도 새삼 느끼며
청결하고 어디나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분위기를 우리도 가져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보다는 훨씬 훗날에 더 많은것을 생각하고
더 많은 것을 얻었구나 하고 느껴질 때
지금의 곱절로 감사하게 되겠지요.
첫댓글 정말 뜻 깊은 여행을 하셨군요.. 우리가족도 언젠가는 꼭 선생님가족처럼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백제사는 시가 근처에 있는 절입니다. 일본 지인 말이 聖徳太子(쇼우토쿠타이시)가 백제 사람들을 위해서 세운 절이라고 합니다.
우왕 ㅎㅎ 멋지다 ㅎㅎ
어릴때 좋은 경험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참 좋은 경험했네요. 건우 듬직해 보입니다. 그리고, 일본 료칸 1박 하는데 가격은 대충 얼마하고, 어떻게 예약을 해야 하는지요. 여행 경비을 줄이기 위하여... 우리 가족도 작년 여름 방학때 계획했다가,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멋있다..... 친구가 딸과함께 일본을 여행하고 왔다던데... 저는 눈요기라도 해 보려고 들어왔습니다. 언젠가 저도 성완이랑 떠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