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이 가을을 맞았다.
은행로 실개천 개통 이후 첫 번째 가을이 성큼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옥마을의 가을은 또한번 전주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600년 된 은행나무가 고운 노랑 물감을 칠하고 높게 오른 푸른색 하늘은 고즈넉한 청색 기와지붕들과 묘하게 조화를 이뤄 가는 이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한옥 담장길을 따라 경기전에 들어서면 차갑거나, 혹은 쌀쌀하거나 하는 낯선 바람에 고독함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꿈의 ‘꽃심’ 전주>
전주의 역사성은 흔히 풍류로 요약된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로 대변되기도 한다.
그러나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빈곤 또한 전주의 새로운 모습으로 안착했다.
이런 것들의 묘한 집합체로서 전주는 지금 천년 고도 이미지를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각각의 요인들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관광전주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전주를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이라고 표현했다.
“완산부성을 높고 풍수사와 지상가들이 말하기를, 행주형(行舟形)이라 한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과 재물을 한 배 가득 싣고서, 순풍에 돛을 달아 항로에 오른 배를 지그시 잡아매어 둔 형상이란 말이다.
다시 말하여 나무랄 데 없는 지형을 구비한 산수형국이니, 그야말로 백대천손 길이길이 만세를 살아가기에 참으로 알맞고 넉넉한 곳이란 얘기지. 이러한 땅에 풍광도 수려하고, 물산도 풍부하며, 교통의 요지로서 사람과 물물의 왕래가 빈번하고, 군사적으로도 요충이 되는 전주 완산이,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그런 끔찍한 백안(白眼) 외면을 당했던 것이다.
그것은 꽃심을 가진 죄였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 그 꿈은 지배자에게, 근(根)이 깊은 목의 가시와도 같아서, 기어이 뽑아 내버리고자 박해, 냉소, 소외의 갖은 방법을 다하게 했다.” (최명희, ‘혼불’ 제8권 중에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도시 전주,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던 전주를 문학적으로 완곡히 표현한 내용으로, 그러나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핍박을 받았으며 민중의 저항의식이 또한 싹 터왔던 곳이라는 설명이다.
최명희는 전주의 이미지를 조선왕조 등장으로 ‘풍류’라는 새로운 상징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제각각 하나로 합쳐져 전주의 역사성으로 정립돼온 것이다.
문화계에서는 개발시대를 넘어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방화 시대라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전주의 ‘예향’과 ‘천년고도’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전주가 ‘풍패지향(豊沛之郷)’으로 ‘제왕의 고향’이란 명성을 얻은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풍성한 한옥마을의 가을>
전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한옥, 한식, 한지 등을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 도시이다.
특히 비빔밥, 한정식 등 한국음식의 본 고장으로 음식 그 자체만으로도 관광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체험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문화평론가 강영희씨는 ‘금빛 기쁨의 기억’이라는 저서를 통해 “전통은 기억 속의 심상”이라고 말했다.
전통은 기억 속의 심상이 지금 이 순간에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며, 문화의 저력이란 문화 속에 덧쌓인 기억 속의 심상의 두께라고 표현했다.
즉, 전통은 우리 곁에 늘 있어야 하며 즐겁게 뛰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심에 전주한옥마을이 있다.
전주의 심장부인 풍남동, 교동 일원 25만2천307㎡에 700여채 한옥이 군락을 이루며 3천900여명의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거주형 한옥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행사는 바로 이 곳에서 시작되며 관광객들 또한 이 곳으로 몰려든다.
한옥마을 600년 된 은행나무가 가을로 물들고 있다.
경기전 참죽나무, 느티나무와 구 도의회청사 회화나무에도 가을내음이 물씬 풍기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일대에서 푸짐한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한옥마을 방문객은 109만명, 올해도 이미 9월말 75만명을 돌파하고 연말까지는 지난해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11월 1일부터 천년의 맛축제가 열리며 지난 19일까지는 전주약령시 한방엑스포가 실시됐다.
주말마다 각종 행사가 잇따르며 전통문화센터, 전통술박물관, 공예공방촌 지담, 한옥생활체험관, 공예품전시관, 최명희문학관, 황손의집(승광재), 아세헌, 동락원, 교동아트센터, 전주향교 등지에서 체험행사가 연중 수시로 전개되고 있다.
오목대, 이목대, 전동성당, 학인당, 강암서예관, 한벽당 등등에서도 전통을 체험할 수 있으며 남부시장, 웨딩거리, 객사 등도 또하나의 볼거리다.
천년고도의 세월만큼이나 전주의 가을은 정이 넘친다. |
첫댓글 전주에 대한 좋은 관광정보 전주의 예향도시의미 설명 감사합니다. 이가을 한번 고향의 맛을 느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