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충격 영상을 보았다. 집에서 책이나 읽으며 소일하고 있던 찰나... KBS위성에서 매일 낮에 유럽리그를 방영해주는 것을 깨닫고는 거침없이 티비를 켰다
마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간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를 조금만 아는 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팀이다. 영국 최고의 프로팀이자, 99-2000 시즌 최고의 흑자경영을 한 클럽!!! 갑부구단... 그저 명문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화려한 그들...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건 그들의 플레이였다. 솔직히 개인기 좋은 선수들을 많이 사다가 좋은 성적 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그렇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조직력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클루이베르트가 스트라이커... 쉐도으 스트라이커는 히바우도... 루이스 엔리께, 시마오, 코쿠, 프랑코 데 부르, 오베르마스, 쁘띠...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팀은 개인기량이 훌륭한 아이들을 모아놓은 컬렉션으로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3위권을 달리고 있다.(물론 이탈리아 세리에 에이의 인터밀란처럼 죽이는 아이들가지고 조지는 팀에 비해서는 낫지만...)
하지만... 맨유는 다르다. 그들은 훌륭한 선수를 적재적소에 박아 놓고... 그들로 하여금 유기적인 최고의 플레이를 하도록 짜여져 있다.
먼저 골키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파비앙 바르테즈... 프랑스가 유로 2000과 98 월드컵을 우승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단 같은 필드플레이어들의 몫과 더불어 이 친구의 공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골키퍼로써 갖추어야 할 최고의 판단력과 순발력은 거의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188의 그리 큰 키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첩성과 순간동작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능력은 세계최고 지상최강이다.
다음은 수비진... 네덜란드의 붙박이수비수 야프 스탐(한국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그 빡빡이 수비수)이 현재 부상으로 결장이다(최근에 다시 복귀했다고 한다) 그 공백을 웨스 브라운 등의 신예와 필립 네빌과 같은 노장이 조화를 이루어 잘 막아내고 있다. 솔직히 이들 수비진은 이탈리아의 까나바로 - 네스타 라인 등에 비교해 너무나도 초라하다. 그러나... 한 경기에 많이 내주어야 2골... 평소에 1골만을 내주는 이들의 수비력은 초라할진대 무시할 수는 없다. 이날의 경기에서도 1점만을 내주었다.
다음 살펴볼 부분은 바로 이 팀의 핵심인 미드필더진...
정말 뭐라고 해야할지... 너무나 감동을 받아서... 아니 감동을 넘어서 충격을 받아서...(왠만하면 직접 맨유의 경기를 보시라!!!)
흔히들 맨유의 최고의 미드필더라면... 영국의 꽃미남 데이비드 베컴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무림의 고수는 드러나지 않는 법... 내가 오늘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선수는.... 현재 웨일즈의 국가대표이자... 맨유의 왼쪽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Ryan Giggs, 28세, 웨일즈)이다.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돌파능력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비수 2명을 달고 다니면서도... 정확한 횡패스를 공격수에게 연결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수비수가 붙으면... 어딘가는 공간이 비게 된다. 이 공간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 요크나 스콜스 같은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긱스의 절묘한 패스와 공간장악을 바탕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왼발을 주로 쓰는 긱스의 개인기는 절묘했다. 크게 휘두르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잘게 재끼는 능력은 정말 발군이었다. 아직까지 난 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미드필더는? 긱스가 돌파와 잔패스를 잘하는 인물이라면... 반대편에는 크로스패스의 1인자 데이비드 베컴이 있다. 그의 장거리 패스는 정확도 99%의 보석이다. 항상 베컴이 볼을 잡으면 반대편 전방을 주시하라!!! 이것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철칙처럼 되어있다. 그리고 그의 센터링은 강하게 감겨들어가 정확히 공격수의 발과 머리의 한뼘 정도 앞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프리킥 슛은... 그리고 그의 중거리슈팅은... 말로 그 정확성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올시즌도 그 킥으로 8골이나 뽑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돌파보다는 킥력으로 먹고사는 선수가 베컴이고... 그의 킥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사설 : 베컴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서... 맨유에게 지금의 4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달라고 했단다. 잉글랜드 최고의 연봉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페인리그로 가버리겠노라고... 때마침 포르투갈의 영웅, 바르셀로나의 역적인 루이스 피구가 베컴의 킥을 존경한다느니... 스페인에 오면 성공할거라느니...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베컴은 현재 기세등등해 있다. 거만한 놈...)
돌파를 잘 하는 선수와... 킥이 좋은 선수... 그렇다면 다음 미드필더는?
이 둘을 모두 잘하면서 게임리딩능력을 갖춘 선수. 바로 로이 킨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베컴과 긱스 등은 다른 선수로 대체가능하지만... 절대로 이 선수만은 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그 선수... 이 말만으로도 맨유에서의 맏형으로써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다. 정말 베컴과 긱스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패스도 잘하고 돌파도 발군이다. 거기다가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다른 미드필더... 폴 스콜스... 이 친구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수인데...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의 중간 쯤에 있는 선수이다. 뭐... 힘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기가 일품도 아닌데... 골 결정력 하나로 버티는 아이다. 미드필더이면서도 자신에게 온 골 찬스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상대편을 가장 힘빠지게 하는 게 바로 요 놈이지. '못넣었으면!!!'하는 순간 가차없이 상대방 골네트를 흔들어버리니까... 골을 잘 넣는게 축구선수로써 나쁜일은 아니지만.. 이 녀석은 좀 얄밉다. 소위 잔챙이 플레이어라고나 할까... 그래서 싫다
글이 길어지는군... 나도 내가 무슨 얘기 써 놓은 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제 공격수...
동안의 암살자 군나르 솔사르(노르웨이)... 오른쪽 공격수와 오른쪽 날개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현대 축구의 중요한 흐름인 쉐도우 스트라이커(골잡이이자 게임메이커, 히딩크 사단의 베르캄프 & 박성배)정도의 역할을 맨유에서 하고 있다. 얼굴이 동안이고 골결정력이 좋아서... 별명이 동안의 암살자란다. 이 선수는.. 뭐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하다. 골 잘 넣고... 헤딩 좋고... 킥 괜찮고... 패싱능력도 좋고... 뭐... 괜찮은 놈이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최전방 공격수 드와이트 요크... 뭐.. 이 선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냥... 골 잘 넣는 선수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팀의 공격라인은 좀 밀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훌륭한 미드필더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베컴-킨-긱스의 삼각편대는 실로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가져오는 그라운드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그리고 이들로 말미암아 맨유가 현재 세계 최고의 강호 중에 하나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국축구를 보게 된다.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전에서 보여준 한국 미드필더들의 몸놀림... 유상철 서동원 이영표... 특히 서정원...
조직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건... 감독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바로 개인전술이 더욱 크고 근원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전술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일본과 같은 기적적인 성장을 바라지도 못하며.. 또 바래서도 안될 것이다.
어쨌든 맨유... 그리고 한국... 일본...
그리고 맨유... 어쨌든 한국... 일본...
그러나 맨유... 하지만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