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는 여름을 즐기기에도 좋지만 요즘 같이 하늘이 높은 가을에 가면 더욱 좋다. 국내에서 8번째로 큰 이 섬은 특히 비수기 때엔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아 한적한 시간을 보내면서 철저한 일탈을 꿈꾸기에도 그만인 곳. 1박2일 백령도 여행기를 소개한다.
출발 인천 연안부두 여객선 터미널에서 페리호에 올랐다. 7시 30분에 출발한 페리호는 4시간 가까이를 바다를 가로질러 서해 최 북단의 섬, 백령도에 도착했다. 100점이 만점이라면 2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최고의 날씨가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켰다. 맑은 시야로 즐기는 백령도의 풍경 역시 여행을 완벽하게 한다. 간단한 올갱이 맑은 된장국으로 끼니를 해결 한 후에 짐을 풀고 잠깐 백령도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심청각을 시작으로 사곶 천연비행장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두문진을 보고 오자 단박에 저녁이 되었다.
저녁 식사는 청정한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회와 게 요리로 즐기고 골목골목 정답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백령도의 대지를 산책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은 아침 7시경부터 서둘러 밥을 챙겨 먹고 오전 시간을 콩돌 해안가와 특산물을 살 수 있는 시장에서 보내면서 알찬 백령도 1박 2일 여행을 즐겼다.
아름다운 군사지역
드라이브로 길을 따라 섬의 내륙지역으로 들어서면 널따랗게 펼쳐진 황금빛 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체 거주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오직 10% 만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백령도다. 군사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니만큼 섬에 살고 있는 인구의 절반이 군인이다. 지역적 특성상 아름다운 해변을 감상하면서 낭만적인 여행을 즐길만한 해안가 숙소는 없다. 바닷가 경관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어차피 잠은 내륙지방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하다. 숙소는 민박에서부터 작고 아담한 팬션, 대가족이 즐길만한 대형 팬션 등 다양하다. 자동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오는 비용은 아직까지 비싼 편이다. 왕복으로 4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호젓한 여행을 즐기려면 섬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보통은 여행사 버스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다 저렴하게 백령도를 관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박 문의 : 032-899-2241 / 렌터카 문의 : 032-836-5101, 032-836-8118
심청각 눈 먼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심청이가 몸을 던진 인당수와 심청이가 환생했다는 연봉바위가 동시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는 망망대해와 곳곳에 오롯이 올라와 있는 섬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심청각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심청전에 관련된 판소리와 영화, 고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두무진
유람선을 타고 두문진 포구를 출발해 바다로 나가면 선대바위, 코끼리 바위, 형제바위, 촛대바위, 장군바위, 병풍바위 등 그 이름도 화려하고 외우기에도 많은 가지각색의 특색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장엄한 바위들의 파노라마를 선상에서 즐길 수 있다. 거대한 바위들을 통틀어 칭하는 두문진이란 명칭은 뾰족한 바위들이 많아 생김새가 머리털 같이 생겼다 하여 두모진이라 칭하였다가 후에 장군 머리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해 두무진으로 이름을 바꿨다.
두무진은 수천 년 동안 파도에 의해 이루어진 병풍 같은 해안절벽과 가지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어 금강산의 만물상과 흡사하다. 깎아 지르는 절도 있는 바위들의 선과 드라마틱하게 꺾여 내려오는 각진 형태는 이름 모를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적 미를 뽐내고 있는 거대한 바위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미리 백령도 관광지도에 소개된 바위들의 이름을 숙지하고 보면 좋다.
사곶 천연비행장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딱 두 곳 중 한 군데인 천연 비행장 사곶. 모래가 여느 해변과는 다르게 미세하고 고와 단단하게 잘 뭉쳐지고 그래서 단단한 지반을 형성해 천연 비행장으로 사용된다. 백령도 동남쪽 진촌리 사곶마을 해변에 위치한 사곶해변은 주로 석영으로 구성된 모래가 펼쳐져 길이 3km, 폭은 0.2km(썰물 시) 정도의 규모를 지닌다. 백령도 사람들이 전하는 말로는 이탈리아의 나폴리보다 더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자동차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을 달리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은 그저 로맨틱하기만 하다. 단단하게 다져진 백사장은 오토바이가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운전 미숙으로 모래에 차가 빠져 버리는 불상사를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맨발로 모래 사장을 걸으면 보통 해변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콩돌 해안가 맨발로 콩돌 해안을 걷고 있으면 발 지압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예쁜 돌들이 너무도 많이 있어 이리저리 돌을 주워 구경하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다. 가을이라 물이 차가운 것도 있고 모래가 아닌 돌 위에 서 있는 느낌은 더욱더 차가운 느낌이 있지만 그 청량감은 가슴까지 시원해 질 만큼 맑고 깨끗하다.
파도가 들고 날 때마다 작은 돌들이 쓸려 내려가면서 미처 들어본 적 없는 색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다른 해변에서는 들락거리는 파도의 역동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푹 빠질만하다면, 콩돌 해안가에서는 색다른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게 된다. 해안가 입구에는 막걸리와 맛있는 먹거리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식점들이 파라솔과 야외용 테이블을 비치하고 늘어서 있다. 배가 출출해 져 간식거리가 필요할 때면 약간은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음식점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배를 채우는 일도 낭만적이다.
청정 향토 특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