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와 외래어 표기
김 세 중 (국립국어연구원)
1. 외래어와 외래어 표기법
1.1. 외래어
세계에는 3,000개가 넘는 언어가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수를 6,000개 정도로 보는 학자도 있다. 우리가 쓰는 한국어는 그 중의 하나이다. 어떤 언어든지 언어는 단어와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법이란 단어를 엮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말한다. 한 언어의 단어는 대개 수만 내지 수십 만 개에 이르는데 단어를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사전이다.
한 언어의 단어는 크게 고유어와 외래어로 양분된다. 고유어는 그 언어가 본래부터 갖고 있었던 어휘이며 외래어는 다른 언어에서 받아들인 어휘이다. 어느 언어든지 외래어가 있다. 외래어가 전혀 없는 언어는 없다. 다만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언어마다 다르고, 외래어의 비율이 많고 적고의 차이가 언어마다 다를 뿐이다.
국어에도 외래어가 많이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국어의 역사는 외래어를 받아들인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어로부터 한자어를 많이 받아들였기에 오늘날 국어 어휘의 반이 넘는 수가 한자어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영어로부터 어휘가 무수히 흘러들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들어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어에서만 외래어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어에서 들어온 단어도 적지 않으며 음악 용어는 이탈리아어에서 대부분 들어왔다.
1.2. 외래어의 범위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온 국어 어휘이다. 그런데 외래어라고 해서 한결같지는 않다. 외국어에서 들어온 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고유어처럼 인식되는 말이 있는 반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외국어의 느낌이 강한 말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남포'나 '담배'가 전자의 예라면 '컴퓨터'나 '인터넷'과 같은 말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우리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는 중국어에서 들어왔으나 우리말화하였기 때문에 언중의 의식 속에 외래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외래어는 한자어도 포함된다. 외래어란 어원적으로 외국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외래어는 언중들의 의식 속에 외국어에서 온 말이라는 느낌이 뚜렷한, 주로 서양의 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이며 한자어는 배제된다. 한자어는 들어온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외국어에서 온 느낌이 별로 없으며 또한 어형이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다. 이에 반해 서양 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는 어형이 매우 불안정한 특징이 있다. '텔레비전'만 하더라도 표준형인 '텔레비전' 외에 '텔레비젼', '텔레비죤' 등이 사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가스'는 '개스'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오는 말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당시에는 외국어이다. 차츰 국어 속에 퍼지면서 외국어의 색이 엷어지고 국어 단어로서의 자격을 갖기 시작한다. 신문에서는 낯선 외국어가 국어 속에 처음 들어와 쓰일 때는 인용 부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용 부호를 쓰는 이유는 처음 보는 새로운 말임을 표시해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말이 널리 쓰이면서 인용 부호는 빠지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외래어란 국어 속에 들어와 국어의 일부가 된 어휘이고 외국어는 아직 국어가 되지 못한 어휘로 규정되지만 실제의 예를 보면 아직 국어가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어떤 말이 어느 사전에는 수록되어 있는데 다른 사전에는 수록되지 않은 예가 종종 발견되는데 사람마다 외래어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의 지명, 인명은 특히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전문 서적일수록 외국인 이름을 원어의 철자 그대로 쓰는 경향이 강하고 신문이나 아동 도서에서는 그 반대로 외국인 이름을 한글로 쓴다. 외국의 지명, 인명을 원어의 철자대로 쓰면 표기의 혼란은 막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 수가 없게 된다. Clinton을 Clinton이라고 적으면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라서 발음을 못하는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에 반해 '클린턴'이라고 적으면 누구나 '클린턴'이라고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의 지명, 인명도 그것이 본래 외국어임에는 틀림없지만 국어 생활 속에서는 한글로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외국의 지명, 인명도 외래어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1.3. 외래어 표기법의 필요성
외래어는 최근에 들어온 말일수록 어형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 즉 여러 가지 다른 형태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스'와 '개스'가 뜻이 같지만 둘 다 쓰이고 있다. '버스' 외에도 '버쓰', '뻐쓰'가 쓰이고 있다. '볼링'이 흔하지만 '보울링'이라고 쓰는 곳도 있다. 일반 명사가 아니고 고유명사에 이르면 그 혼란은 더욱 심해진다. '맨해튼'인지 '만하탄'인지 '맨해탄'인지 아리송하다. 이런 현상은 고유어나 한자어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산', '바람', '달', '물' 따위의 고유어, 한자어는 단어의 형태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물론 방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 방언 안에서는 단어의 형태가 안정되어 있다. 외래어는 그렇지 않다. 웬만한 외래어는 둘, 셋 또는 그보다 많은 형태로 쓰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외래어는 유입 경로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직접 말소리를 귀로 듣고 받아서 적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어 글자를 접하고 한글로 옮기는 경우이다. 먼저 말소리를 직접 듣고 한글로 적을 경우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뉴욕의 한 구역 중에 Flushing이 있다. 이 지역에는 한국 이민들이 많이 산다. 한국 이민들은 미국인들의 영어 발음을 자주 듣게 되는데 Flushing을 '후라싱', '후라씽', '후러싱', '훌러싱', '훌러씽' 등 갖가지로 인식한다. 실제로 이런 어형들이 개인의 언어 생활에서 다 쓰이고 있다. 두 번째로, 외국으로부터 영어로 쓰인 신문, 잡지, 도서를 받아들이면서 외국의 지명, 인명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Flushing이란 철자를 보았을 때에 그 영어 발음을 모를 경우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막막하다. 발음을 귀로 듣고도 여러 가지로 한글 표기를 하게 되는데 철자만 알고 발음은 모르는 경우에는 더욱 한글 표기가 어려움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플러싱'으로 쓰는 사람, '플러슁'으로 쓰는 사람, 또 다르게 쓰는 사람이 나타난다. 즉 소리를 듣고 적게 되건, 문자를 보고 적게 되건 한글로 적을 때는 여러 가지로 적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렇게 한 단어가 여러 가지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단어는 한 가지로 형태가 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어나 한자어에서도 표기의 통일을 위해서 표준어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일테면 '냄비'와 '남비'가 다 현실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냄비'를 표준어로 규정하고 있고 '상추'와 '상치'가 다 쓰이고 있어도 '상추'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외래어도 어형이 통일되어야 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의 어형을 통일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2. 외래어 표기법의 정신과 기본 원칙
2.1. 원음과 국어 사이의 조화
2.1.1. 원음 중시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오는 말이니만큼 외국어일 때의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살리는 것이 당연하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정신도 외국어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가깝게 표기하자는 것이다.
외래어는 외국어인 상태에서 차츰 국어의 일부로 편입이 된다. 즉 받아들이는 당시에는 외국어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외래어를 외국어 철자 그대로 쓰는 것은 그런 경향을 보여 준다. 언중들 사이에는 국어 생활을 하면서도 '커피', '텔레비전'이 아니라 'coffee', 'TV' 등으로 표기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즉 외래어는 외국어의 소리를 될 수 있으면 유지해서 발음하려는 경향이 언중들의 심리 속에 있다.
외래어는 결국 원음에 가깝게 한글로 표기될 수밖에 없는데 외래어 표기법은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통해서 이를 실현하려고 한다. 외국어의 소리는 국제음성기호라는 발음 기호로 표기할 수 있다. 영어 사전에는 영어 단어의 발음이 표시되어 있는데 대개 국제음성기호로 표기되어 있다.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는 국제음성기호마다 가장 가까운 한글을 배당해 놓은 표이다. 외래어는 이미 확고하게 굳어져 버린 경우 이외에는 이 표에 따라 한글 표기가 결정된다. 이 표에 따르면 외국어 발음에 가깝게 외래어 표기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ice hockey라는 영어 단어는 발음이 [ais h :ki]이다. 따라서 이 표에 따라 '아이스하키'가 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이스호케이'라고 하고 있다. 왜 '호케이'인가? 영어 철자가 hockey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영어 철자에 따라 외래어 표기를 하는 것보다 영어 발음 기호에 따라 외래어 표기를 하는 것이 원음에 가깝게 외래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통해 외래어 표기를 하는 것이 원음을 중시한 것임은 틀림없지만 원음과 100%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 [l]은 'ㄹ'로 대응되어 있지만 이는 [l]이 곧 'ㄹ'이라는 뜻은 아니다. 영어 [l]과 국어 'ㄹ'은 정확히 같은 소리는 아니다. 주의 깊게 관찰하면 상당히 다른 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l]을 'ㄹ' 말고 대응시킬 만한 더 비슷한 소리가 없기에 'ㄹ'에 대응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더 가까운 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가까운 소리를 대응시키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f]는 'ㅍ'에 대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f]는 웃입술과 아랫니를 좁혀서 그 사이로 공기가 나오게 하며 내는 마찰음인데 'ㅍ'은 마찰음이 아니라 파열음이다. 이에 반해 'ㅎ'은 마찰음이다. 따라서 'ㅎ'이 'ㅍ'보다 더 가까운 소리라 할 수 있다. 'ㅎ'이 'ㅍ'보다 [f]에 더 가까운 소리라 해서 'ㅎ'으로 표기하면 France는 '후랑스'가 되고 golf는 '골후'가 되어 버리고 말아 어색한 결과를 낳는다. 역시 France나 golf는 '프랑스', '골프'라야 한다. 그렇다면 [f]는 늘 'ㅍ'으로 표기하는 것이 간결함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는 원음과 가깝게 표기하기 위한 방편이긴 하지만 한글이 국제음성기호의 음가와 같은 것은 물론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원음과 꽤 거리가 있는 경우도 생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어의 특징 가운데 두음법칙이 있다. 어두 즉, 낱말의 첫머리에 'ㄹ'이 오지 못하는 것은 국어의 한 특징이다. 그러나 외래어의 경우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어의 radio, lace, rhythm, line 등에서 온 말은 '라디오, 레이스, 리듬, 라인' 등으로 적지 굳이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외래어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외국어의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가깝게 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 중에서는 '라디오'를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라디오'를 발음하지 못하고 '나지오'라고 하거나 '라면'을 발음하지 못하고 '나면'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어두에서 'ㄹ' 발음을 할 수 있다. 고유어에서도 제한적으로 어두에 'ㄹ'이 오기도 한다. '리을'이라는 글자 이름부터 그러하다. 외래어에서까지 'ㄹ'을 어두에 못 오게 한다면 '리듬'이란 말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해진다. '리듬' 대신 '이듬'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외래어는 국어 단어이긴 하지만 특수한 부류로서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외국어 발음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두음법칙 외에도 외래어에는 고유어나 한자어에서 볼 수 없는 음절이 쓰이는 특징이 나타난다. 일테면 '튜브'의 '튜', '블루스'의 '블' 따위의 음절은 고유어나 한자어에서는 볼 수 없는 음절이다. 고유의 국어에서 쓰지 않는 음절을 외래어에서 쓰는 것은 원래 외국어 상태의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가깝게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외래어의 표기를 할 때에 원지음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지나쳐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어에 흔히 나타나는 [f], [v] 소리는 국어에는 같은 소리가 없다. [f]는 'ㅎ'도 아니고 'ㅍ'도 아니다. 따라서 [f]를 정확하게 적기 위해서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새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면 [f]만 만들어야 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새 글자를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결국 외래어는 기존의 한글 글자만을 가지고 표기할 수밖에 없으며 원지음에 가깝게 적으려고는 하지만 원지음을 똑같이 적을 수는 없음을 알 수 있다. 상당한 정도로 원지음과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2.1.2. 국어의 특성 중시
외래어는 외국어의 발음과 가깝게 적어야 하지만 외래어도 국어이기 때문에 국어의 일반적인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외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반영하겠다고 현재의 한글에 없는 새 글자를 만들어 써서는 안 된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온 말인데 외국어의 소리가 그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국어에 있는 소리로 바뀌어 들어온다. 새 글자를 만들어서라도 외국어의 소리를 보존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일반 국민이 외국어의 소리를 알 까닭이 없다.
외래어는 국어이므로 국어의 음절 구조에 따르게 된다. 언어마다 음절 구조가 다르다. 우리말은 어두에 자음이 두 개 이상 올 수가 없고 어말에서도 두 개 이상 올 수가 없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어두에 세 개의 자음이 올 수 있고 어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영어 단어 film은 '자음-모음-자음-자음'으로 되어 있다. 어말에 자음이 둘 온 것이다. 그리고 film은 한 음절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어말에서 자음이 둘 올 수가 없다. 그래서 '필름'이 되고 만다. 두 음절로 늘어났다. 영어 spray[sprei]는 '자음-자음-자음-모음'으로 되어 있는 1음절 단어이다. 즉 어두에 세 개의 자음이 왔다. 그러나 국어에서는 어두에 한 개의 자음밖에 올 수가 없다. 따라서 영어의 1음절 단어가 국어에 들어와서는 '스프레이'로 네 음절 단어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언어마다 음절 구조가 달라서 생겨나는 것이다.
'커피숍'을 '커피��'으로 쓰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조사 '-은', '-이', '-에서'가 붙으면 [커피쇼븐], [커피쇼비], [커피쇼베서]와 같이 발음되므로 '커피숍'이라고 적어야 옳다. 영어 coffee shop이 영어 is 앞에서는 [p]로 발음되지만 국어에서는 다르다. 외래어는 국어이기 때문에 국어의 특성에 따라 적어야 한다.
'ㅈ', 'ㅊ' 다음에서 '야, 여, 요, 유' 등을 적지 않는 것도 국어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텔레비전'을 '텔레비젼'으로 적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다. 국어의 'ㅈ, ㅊ'은 구개음이기 때문에 다른 자음과 달리 이들 다음에서 '아, 어, 오, 우'로 발음하나 '야, 여, 요, 유'로 발음하나 발음이 같다. 국어 고유어나 한자어에서 '장'은 있어도 '쟝'은 없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래어도 국어의 일부이기 때문에 'ㅈ, ㅊ' 다음에 '야, 여, 요, 유' 등을 적어서는 안 된다.
외래어는 국어의 특성에 맞게 적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나치게 고집하면 두음법칙까지도 적용하게 된다. '라디오'를 '나지오'라고 하면 두음법칙에는 맞는다. 그러나 원지음과는 너무나 멀어진다. 중국, 일본의 지명, 인명을 우리 한자음으로 적어야 한다는 주장도 외래어를 국어의 특성에 맞게 적어야 함을 지나치게 내세운 결과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원지음을 중시하되 국어의 특성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원지음을 반영하려고 한다. 원지음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국어에 없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지 않으며, 그 반대로 외래어도 국어임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원지음과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두 가지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원칙을 적절히 조화시킨 결과이다.
2.2.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
제1항은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이다. 단 한 글자도 새로 만들어서는 안 됨을 선언하고 있다. 외국어에는 국어에 없는 소리가 꽤 많이 있다. 예컨대 [f]는 국어에 없는 소리인데 으로써 [f]를 적자고 한다면 [ ], [ ], [z], [ ] 등을 적기 위한 글자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어디 이뿐이랴. 프랑스어의 [r] 소리나 콧소리가 나는 모음을 위해서도 새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글자를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 모르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보다도 더 많은 글자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여러 모로 문제를 낳는다. 당장 컴퓨터만 놓고 보자. 이들 새 글자를 입력할 수 있도록 자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컴퓨터의 자판은 쉽게 늘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글자를 새로 만들어 쓰는 것은 실현 불가능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설령 를 컴퓨터에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수의 외국어 전공자만 그 발음을 알고 대다수 일반 국민은 음가를 알 수 없는 문자는 채택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은 단 한 글자도 새로운 글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2항은 "외래어의 1음운은 1기호로 적는다"이다. 외국어의 한 소리는 늘 일정하게 한글로 적혀야 예측 가능하다. 만일 [f]를 [i] 앞에서는 'ㅎ'로, [u] 앞에서는 'ㅍ'로 한다고 치자. film은 '휠름', football은 '풋볼'이 되는데 기억의 부담을 주어 따르기가 쉽지 않다. [외래어 표기법]은 [f]는 언제나 'ㅍ' 또는 '프'로 적도록 하고 있다.
제3항은 "외래어의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적는다"이다. 그 밖의 받침은 적을 필요가 없고 적어서는 안 된다. '커피��'이 아니라 '커피숍'으로 적어야 한다. '이', '은', '에서'와 같은 조사가 올 때에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를 생각한다면 '커피��'과 같이 적어서는 안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커피쇼비], [커피쇼븐], [커피쇼베서]와 같이 발음하지 [커피쇼피], [커피쇼픈], [커피쇼페서]와 같이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커피��'이라고 쓸 이유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커피��'이란 표기는 다분이 coffee shop이라는 영어 철자에 끌려서 생긴 표기이다. 영어 단어 shop의 p는 'ㅍ'과 같다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습관 때문에 '커피��'이라는 표기가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슈퍼마�R'이라든지 '디스�R', '케��' 같은 표기도 물론 틀렸다. '슈퍼마켓', '디스켓', '케이크'가 바른 표기이다. 외래어의 받침에는 물론 겹받침을 써서도 안 된다. '맑스'와 같은 표기는 옳지 않다. '마르크스'라고 적어야 한다.
제4항은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의 무성파열음은 국어의 된소리와 아주 비슷하므로 된소리로 적을 수도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수도 Paris는 '파리'보다는 '빠리'라고 하는 게 프랑스어 발음에 가까울 수 있다. 만일 프랑스어의 [p]는 된소리인 'ㅃ'으로 적는다면 '나폴레옹'도 '나뽈레옹'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고 [p]뿐 아니라 [k], [t]도 다 된소리로 적어야 할 것인데 이는 문자 생활의 커다란 변혁으로 이만저만한 파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커다란 파장을 감수하고라도 된소리 표기를 허용한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된소리로 적어야 할 언어와 거센소리로 적어야 할 언어를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등이 무성 파열음인 [k], [t], [p]를 된소리인 'ㄲ, ㄸ, ㅃ'으로 적어야 할 언어로 쉽게 떠오르겠지만 네덜란드어, 터키어, 그리스어, 아랍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일일이 발음을 조사해서 정해 주어야 한다. 그 결과 영어, 독일어 등과 같이 무성 파열음을 거센소리로 적어야 할 언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과 같이 된소리로 적어야 할 언어로 나뉘게 될 것인데 이를 기억해서 이대로 지키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기억의 부담이 따르더라도 된소리 표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는 앞으로 두고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로서는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이 표기법을 따르는 길이다.
한편 영어에서 온 외래어 중에서 원어가 유성 파열음인데도 불구하고 국어 생활에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단어들이 있다. '까스', '땜', '뻐스'와 같은 말들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이들 단어는 영어에서 gas, dam, bus로 적힌다. 영어 gas, dam, bus의 발음이 한국인의 귀에는 'ㄱ, ㄷ, ㅂ'로 들림에도 불구하고 국어 생활에서는 된소리 표기와 된소리 발음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 또한 바른 표기는 '가스', '댐', '버스'로 정해져 있다. 만일 '까스', '땜', '뻐스'가 널리 퍼져 있다 해서 이를 인정해 버린다면 어디까지 된소리 표기를 인정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골프', '게임', '골', '가운', '달러', '더블', '백', '볼' 등도 현실 국어 발음에서는 된소리로 흔히 발음되기 때문이다. 파찰음인 '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재즈', '지프', '잼' 등도 현실 국어 발음에서는 된소리로 흔히 발음되지만 표기는 'ㅈ'으로 하는 것이 옳다. 된소리를 쓰지 않는 원칙은 마찰음인 [s]에도 이어진다. service, system에서 온 말도 '서비스', '시스템'이 바른 표기이다.
제5항은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이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굳어진 관용이 존중되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어형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지음과 다르게 굳어졌다 하더라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외래어는 국어이기 때문이다. '모델'과 '라디오'를 예로 들어 보자. 영어 model의 발음은 영국영어로는 [m dl], 미국영어로는 [m dl]이어서 '모들'이나 '마들'이 원어 발음과 가깝지 '모델'은 영어 발음과 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온 국민이 '모델'로 써 온 것을 영어 발음과 다르다고 해서 '모들'이나 '마들'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언어라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요 관행이므로 갑자기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이미 맺어진 약속을 바꾸자고 해서는 안 된다. '라디오'도 '레디오'나 심지어 '뤠이디오우'라고 쓰자고 할 이유가 없다. '피자'도 마찬가지이다. '피자'는 영어 발음과 거리가 머니 영어 발음과 가깝게 '핏자'나 '피짜'라고 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피자'로 익숙해져 있는 것을 굳이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
2.3. 외래어 표기법의 성격과 용도
흔히 외래어 표기법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즉 외래어 표기법의 표기를 외국어를 구사할 때 해야 할 발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은 '커피'는 영어 회화를 할 때 coffee를 발음하라고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그럼 영어 회화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 회화를 할 때에는 '커피'의 '어' 대신에 입술을 약간 둥글게 오무리고 혀를 뒤로 더 빼야 한다. 그뿐 아니라 [f] 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f] 소리는 윗니를 살짝 아랫입술에 갖다 얹고 그 사이로 바람을 내뿜으며 내는 소리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악센트이다. 첫 음절에 강하게 악센트를 주어야 영어다운 발음이 된다. 요컨대 '커피'는 국어 생활을 위해 쓰는 것이지 영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비단 '커피'뿐이 아니고 모든 외래어가 다 그렇다. 외래어는 국어이고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 표기법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외래어를 외국어로 알고, 외래어 표기법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오해에 바탕을 두고 외래어 표기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를 적는 방법도 물론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일본의 도시 이름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이다. 여기에 대해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는 일본어 발음과 아주 다르며 '도-꾜', '오-사까', '후꾸오까'라고 해야 일본어 발음에 가깝다고 주장하면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요컨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는 일본 사람과 만나서 일본어를 할 때에 쓰라고 만든 어형이 아니니까 일본 사람과 만나 일본어를 할 때에는 그렇게 발음 안 하고 자기가 아는 지식대로 일본어 발음을 정확하게 하면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국어 생활에서 쓰기 위해 만든 것이니만큼 일본어 발음과 가깝지 않다며 불평할 이유가 없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 그 자체를 적기 위한 방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한글은 국어의 소리를 적기 위한 글자이지 아무 외국어의 소리나 다 적을 수 있지는 않다. 한글이 우수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어의 소리를 체계적으로 잘 분석한 과학적인 글자라는 점에서 우수하다는 것이지 아무 외국어의 소리나 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니다. 한글의 능력을 턱 없이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글과 국어를 떼어 놓고 생각해는 것은 옳지 않다. 한글은 국어의 소리, 즉 음소를 기호화한 것이다. 요컨대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 발음을 적기 위한 방법이 아님을 분명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 생활을 하는 가운데 외래어를 통일되게 표기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외국어 교육을 한글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어 교육을 한글로 할 수 있다면 왜 오디오를 통해 외국어 발음을 들으려고 하겠는가. 왜 외국에 직접 가서 외국인들의 발음을 들으려고 애쓰겠는가. 지구상의 수 많은 언어들의 발음을 들어 보면 한글로는 도저히 적을 수 없는 소리가 참으로 많다. 한국어와 비교적 발음이 가깝다는 일본어조차도 실은 한국어와 발음이 여러 모로 다른 점이 많다. 외래어 표기법이 외국어 교육용이 아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 영어에서 온 외래어의 표기
영어 data에서 온 외래어는 '다타'라고 할 수 없고 game에서 온 외래어는 '가메'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각각 '데이터'이고 '게임'이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아주 복잡해서 따로 발음 기호가 필요한 언어이다. 프랑스어도 마찬가지이다. Loire를 어떻게 적어야 할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루아르'이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왜 Loire가 '루아르'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어 역시 발음 기호가 따로 필요한 언어이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발음 기호로는 국제음성기호가 있다. 음성학자들이 약속한 세계 공통의 발음 기호이다. 원지음을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한글로 옮기고자 할 때는 국제음성기호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이다.
어느 언어의 소리이든 자음과 모음으로 크게 나뉜다. 다시 자음은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 유음, 비음으로 나뉜다. 영어의 파열음 표기는 좀 까다로운 데가 있다. 어말과 자음 앞의 무성 파열음의 처리가 특히 그렇다.
단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음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tip[tip]은 '티프'가 아닌 '팁'이고 Jack은 '잭'이다. 그러나 그 어말 무성음이 [t]이고 1음절어일 경우에는 '으'를 붙여 새 음절을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 net, jet, set, mat, bit, dot, mitt 등은 '네트, 제트, 세트, 매트, 비트, 도트, 미트' 등이다. cut는 '커트'와 '컷' 다 있는데 '커트'는 탁구 용어이거나 머리를 다듬는 방법을 가리키고 '컷'은 인쇄 용어이다.
무성 파열음이 단모음과 유음, 비음 이외의 자음 사이에 올 경우에도 받침으로 적는다. 따라서 lipstick은 '리프스틱'이 아닌 '립스틱'이다. 위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성 파열음은 '으'를 붙여서 적는다.
한편, cutter, locker에서 온 말을 '컷터', '록커'로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커터', '로커'가 바른 표기이다.
유성 파열음은 원칙적으로 어떤 경우에서든지 '으'를 붙여서 적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관용적으로 받침으로 적는 경우도 있다. bag, handbag, lab, jab은 '백, 핸드백, 랩, 잽'으로 굳어져 있으므로 굳어진 대로 따라야 한다. gag는 규칙에 맞게 '개그'로 적는다. Webster의 [b]는 유성음이므로 '으'를 붙여서 적어야 하고 '웨브스터'라고 적어야 한다. Hudson은 따라서 '허드슨'이다.
마찰음은 국어에는 잘 발달되어 있지 않으나 영어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어말이나 자음 앞의 마찰음은 '으'를 붙여서 적는다. [f]의 경우 '후'로 적으려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옳지 않다. [f]를 'ㅍ'으로 적으면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fan이 '팬'이면 pan도 '팬'이니 서로 같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f]를 'ㅎ'으로 적는다고 동음이의어가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feel을 '휠'이라고 하면 wheel도 '휠'이어서 동음어가 되고 만다. [f]를 'ㅎ'으로 적으면 곤란해지는 이유는 실은 따로 있다. golf처럼 [f]가 어말에 오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골흐'나 '골후'라고 할 것인가? '파일'보다 '화일'이 영어 발음에 가깝다고 하지만 '골흐'나 '골후'가 '골프'보다 영어 발음에 가까울 것 같지는 않다. 그뿐이 아니다. 어말이 아니라 자음 앞에 [f]가 올 경우도 있는데 이 때도 [f]를 'ㅎ'으로 적기가 쉽지 않다. muffler를 '머훌러', waffle를 '와훌'로 하기는 곤란하다.
sh[ ]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샤, 섀, 셔, 셰, 쇼, 슈, 시'로 적어야 한다. 어말에서는 '시'로, 자음 앞에서는 '슈'로 적는다. 어말에서 '쉬'로 적는 경향이 있지만 옳지 않다. '대시'이지 '대쉬'가 아니며 '플래시'이지 '플래쉬'가 아니다.
[ ]는 'ㅈ'에 대응된다. 따라서 vision[vi n], television[telivi n]은 '비전, 텔레비전'으로 옮기는 것이 옳다. '비젼, 텔레비젼'은 틀린 표기이다. '쥬스', '레져' 따위도 물론 틀린 표기이며 '주스', '레저'가 바른 표기이다.
[s]가 'ㅅ'에 대응되어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service, system 등의 표기가 '서비스, 시스템'이고 '써비스, 씨스템'이 아니다. 회사 이름 등 일부 고유명사에서 '써비스', '씨스템'과 같은 표기를 쓰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통 명사까지 '써비스', '씨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다.
파찰음([ts], [dz], [ ], [ ])의 경우에도 '챠, 쳐, 쵸' 등과 같은 표기가 있을 수 없다. '찬스', '차트'이지 '챤스', '챠트'는 틀린 표기이다. '죠지'도 마찬가지로 '조지'가 옳다.
유음과 비음의 표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유음에서 유의할 사항은 [l]의 표기이다. slate[sleit], slide[slaid]에서 온 말을 '스레이트', '스라이드'와 같이 표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슬레이트, 슬라이드'가 옳다. blues[blu:s]도 따라서 '블루스'가 옳다.
영어의 모음 글자는 늘 일정하게 발음되지 않고 여러 가지로 소리난다. 예컨대 a는 [ ], [ ], [ ], [ ] 등으로 다양하게 소리난다. e도 [e], [i:], [i] 등으로 소리난다. 따라서 어떻게 소리나느냐에 따라 한글 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원칙은 발음에 따라서 한글 표기를 해야 하지만 이미 굳어진 말은 굳어진 대로 적는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gas[g s]는 원칙에 따르면 '개스'이지만 '가스'로 굳어져 있으므로 '가스'로 적어야 한다.
원어가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복합어일 경우에는 복합어를 구성하고 있는 말의 원래 표기를 적는다. 따라서 highlight[hailait]에서 온 말은 '하이라이트'라고 적지 '하일라이트'라 적지 않는다. online[ nlain]도 on과 line에서 온 말로 보아 '온라인'으로 적는다.
이밖에 [외래어 표기법]에 고시되지는 않았지만 어말의 a[ ]는 '아'로 적는 것과 어말의 s[z]는 '즈'가 아닌 '스'로 적는 것도 유의할 만하다. Times[taimz], Thames[t mz], James[ eimz], Jones[ ounz] 등은 각각 '타임스, 템스, 제임스, 존스'이다.
영어의 표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인이 어떻게 국제 음성 기호로 적힌 영어 발음 정보를 얻을 것인가이다. 발음 사전을 참조할 수도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발음을 보여 주는 사이트가 있으니 이용할 만하다.
(http://www.speech.cs.cmu.edu/cgi-bin/cmudict)
4. 그 밖의 서양 언어에서 온 외래어의 표기법
독일어의 표기에서는 sh[ ]가 어말에서 '시'가 아닌 '슈'가 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영어와 달리 어말의 파열음은 무조건 '으'를 붙여서 적는다. [ts]를 'ㅊ'으로 적는 것은 독일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Mozart는 '모짜르트'가 아닌 '모차르트'이다.
프랑스어의 무성 파열음은 국어의 거센소리보다는 된소리에 훨씬 가까운 것이 사실이나 된소리가 아닌 거센소리를 적는다. 따라서 Paris는 '빠리'가 아닌 '파리'이다. 또 어말에 올 때에는 '으'를 붙여 적는다. 결국 영어 Philip은 '필립'이지만 프랑스어 Philippe은 '필리프'이다.
이중모음의 표기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w]의 표기는 '우'로 하고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적지 않는다. 따라서 Renoir[r nwar]는 '르느와르'도 '르노와르'도 아닌 '르누아르'이다. 마찬가지로 Beauvoir, Francois는 '보부아르', '프랑수아'이다.
강 이름인 Seine[s n]은 '세느'가 아니고 '센'이다. [n]이 '느'가 아닌 '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Canne[kan]도 '칸'이다.
[ ]는 '에'이지만 []은 '앵'임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Chopin, Rodin은 '쇼팽, 로댕'이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에 비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체코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세르보크로아트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의 표기법은 간명하다. 철자가 늘 일정하게 발음되는 언어여서 해당 언어 철자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표기하면 된다.
1986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이 일부 수정되었다. 1958년에 만들어진 [외래어 표기법] 가운데 문제 있는 부분이 바뀌었다. 나라 이름 중에서도 바뀐 것이 몇 개 있다. '말레이지아' '베네주엘라', '이디오피아', '에쿠아도르', '니카라구아'는 '말레이시아', '베네수엘라', '에티오피아', '에콰도르', '니카라과'로 바뀌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도시 이름도 바뀐 것이 있는데 '다마스커스', '부쿠레시티'는 '다마스쿠스', '부쿠레슈티'로 바뀌었다.
5.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의 표기법
일본이나 중국은 지명, 인명을 한자로 적는다. 그런데 그 한자의 발음이 우리의 한자음과는 현저히 다르다. 중국보다 일본이 더 현저히 다르다. 成田의 우리 한자음은 '성전'이지만 일본어 발음은 '나리타'에 가깝다. 일본어 발음에 가까운 '나리타'로 적을 것이냐 우리 한자음인 '성전'으로 적을 것이냐가 문제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이에 대해 일본어 발음에 따라 한글 표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태도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적인 원칙이 원지음에 가깝게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어, 중국어에서 온 말에 대해서만 원지음을 무시한 우리 한자음식 표기를 채택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현실적으로 沖繩, 札榥은 우리 한자음으로 읽으면 '충승, 찰황'이 되는데 '오키나와, 삿포로'를 버리고 '충승, 찰황'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풍신수길, 이등박문' 대신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토 히로부미'로 적어야 한다. 일본어의 표기는 '가나와 한글 대조표'에 따른다.
중국의 경우는 고대인은 우리 한자음대로 읽는 관용이 있으므로 이를 인정하여 '공자, 맹자, 주자, 왕안석' 등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굳어진 관용이 없으므로 원지음에 가깝게 적어야 한다. 중국어에서 온 외래어의 표기는 '주음 부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른다. 한자의 중국어 발음인 주음 부호는 중국어 사전에서 확인하면 된다.
일본어와 중국어에서 온 외래어의 표기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일본어의 경우 장음은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어에서는 구별되는 말이 한글로 옮기면 표기가 같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촉음은 'ㅅ'으로 통일한다. 따라서 '삽포로'가 아닌 '삿포로'이다. 마찰음 가운데 '쓰'가 허용되는 점은 특이하다. 따라서 '고마쯔'가 아닌 '고마쓰'이고 '쯔시마섬'이 아닌 '쓰시마섬'이다.
중국어의 표기에서는 'ㅈ, ㅊ' 다음에 '야, 예, 요, 유'를 적지 않는다. 파찰음에서는 된소리인 '쯔'가 허용됨은 특기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