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석 회장님으로부터 『미동유고』를 받고/안성환
미동(嵋東)은 아호이고 종락(鍾洛)은 이름이다. 유고(遺藁)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남긴 글을 말한다.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삶과 학문, 정신이 담긴 기록인 만큼 아무나 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학문과 덕망을 갖춘 이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유고는 더욱 귀한 가치를 지닌다.
지난 2026년 6월 16일, 월강종중 규석 회장님께서 (사)울산문화아카데미 특강을 마친 뒤 필자에게 『미동유고』를 주셨다. 문장에 능하지도 않고 선조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릴 능력도 부족하지만, 회장님의 정성을 사양할 수 없어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다. 우선 목차와 일부를 읽어보았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선조의 삶과 정신을 차분히 되새겨 볼 생각이다.
미동 공의 증조부는 태봉 경서 선조로, 1770년경 구산서당(현 구산정사)을 창건하신 분이다. 조부는 사택, 부친은 국설이며, 미동 공은 어려서부터 독서를 즐겨 일찍이 문장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미동유고』는 다섯째 아들 성암 복초(식원) 선생이 선친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정성껏 엮은 유고집이다. 또한 성암선생은 구산서당을 오늘날의 구산정사로 중건하고, 이어 낙봉정을 창건하여 학문과 후학 양성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지금도 미동 공의 학문적 정신은 낙봉정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무엇보다 필자의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미동 공께서 임종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無實有文, 不如無文(무실유문, 불여무문).“
곧 "실천이 없는 글은 차라리 글이 없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참된 학문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성암 선생은 이 뜻을 후세에 전하고자 분성 김병린 선생에게 발문을 부탁하였으며, 그 깊은 의미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월강 후손들이 더욱 마음에 새겨야 할 소중한 교훈이라 생각한다.
한 마을에 서당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교육과 인성을 키우고 공동체를 이어가는 정신적 중심이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평생학습이 강조되는 시대에도 지식보다 사람됨을 먼저 가르치는 서당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태봉 공께서 1770년경 구산서당을 창건하신 것은 우리 월강문중의 큰 자랑이며, 후손들이 오래도록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정신적 유산이다.
선조들의 학문과 삶은 책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실천 속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난다. 『미동유고』를 펼치며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오늘의 나 또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2026년 6월 30일, 7월을 하루 앞두고. 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