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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 아프리카 11
‘안토니오 라짜로티’
여덟 글자의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며 동시에 이탈리아 국민 노랑머리 회색눈동자의 남자 아이 나와는 손자와 외할아버지의 연으로 만났다.
혈연(血緣)으로 분석하자면 복잡하다 지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3종, 4종 짬뽕이고 할머니는 게르만 아라비안이라나, 최소한 2종 이상이니 그것만으로도 지 아빠는 이미 6-7종의 혼혈이다 여기에 코리언 엄마는 알게 모르게 몽골, 만주, 중국인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안토니오는 인류가 서로 만나고 흩어지는 오랜 세월 하늘과 땅과 바람이 사람과 함께 다듬은 걸작이며 법률적으론 한국+이태리 합작품이다.
분당의 한 병원에서 첫울음을 터뜨렸고 바로 대만으로 날아가 아열대의 습기 속에서 자랐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인지 잘못 만난 것인지 이천에 와서 두어 달 살다가 어느 사이 아프리카로 날아가서 마케니마을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새로 만난 아프리카선생님은 영어로 말한다 “돈 크라이, 안토니오!” 집에 오면 엄마는 “안동아”하고 한국말로 아빠는 “아모레!”하며 이탈리아말로 안아준다. 그래도 제일 자신 있는 것은 대만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나누었던 중국말 배고플 때나, 오줌 마려울 때는 중국말이 먼저 나온다.
요즘은 크리올(시에라리온 토속어)을 배워서 검은 친구 토마스와 잘 논다. "레파, 레파" (leave it) "푸다, 푸다"(put it) "루카, 루카"(look at !) 잘못된 영어가 아니고 아프리카의 크리올(kriol)말이다.
녀석은 김과 멸치를 너무 좋아한다. 구운 김과 볶은 멸치 먹는 모습을 보려고 할미는 그 먼 곳까지 35시간이나 비행기를 탔다. 막, 한 짐 싸다주고 돌아와서는 그거 다 떨어지면 어떡하느냐며 걱정이 늘어졌다.
“할머니, 김”과 “할머니, 며루치”는 손자와 할머니를 엮어주는 질긴 끈. 코스모폴리탄으로 분주하게 살아가는 손자를 아내는 아직 농경시대 시골 할머니의 맘으로 태초의 그리움으로 사랑하고 있다.
(2012.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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