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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박정일 팀장 SC제일은행 박정일 팀장(46)은 매일 자녀들을 위해 좋은 글이나 신문기사를 메모한다. 프린트기나 복사기가 없었다면, 손으로 적었을 테니, 출력이나 복사도 메모의 일종이라는 게 박팀장의 생각이다. 그 메모를 자녀들의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
현우(17)와 소희(15)는 언제든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아빠의 메모를 읽는다. 인간관계, 교양서적 서평, 자원봉사하며 사는 사람들, 자기계발, 도전정신, 꿈에 관한 이야기들…. 아빠의 메모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해주고 싶은 아빠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박팀장은 사내커플이었던 아내와도 자주 쪽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결혼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내와 손을 잡고 집 주위를 산책한다는 그에게, 메모는 못다 한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어준 것이다. 아빠의 영향으로 식구들도 모두 메모를 즐겨하게 되었는데, 박팀장의 집에는 안방, 거실 등 집안에만 무려 네 군데에 메모도구가 준비돼 있다.
은행에서 상품 마케팅과 개발 업무를 하고 있는 그에게, 메모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는 원동력도 되어준다. 새벽에도 어떤 착상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를 해놓는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은행에서 일명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리며, 업무 효율을 확대한 공로로 수십 종의 표창을 받았다. 2002년에는 신지식금융인 1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출간한 책이 10여 권이 넘는 것도 모두 메모의 힘이다. “중요한 것을 기억해낼 때 메모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크지요. 메모를 하게 되면 자신감이 생겨요.”
또한 메모는 인간관계, 신뢰를 쌓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는 명함을 받으면, 명함에 그 사람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기록을 해놓는다. 매년 1월 1일에는 그 메모를 가지고 산책을 하며, 다시 그 사람을 되새기고 새해인사를 전하기도 한다고. 박정일 팀장은 언제나 지갑에 얇은 포스트잇, 주머니에 볼펜을 넣어놓고 다닌다. 대화 중에도 신문을 읽다가도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메모지에 바로 메모한다.
세상에 묻힌 나를 일깨우는 일
일상의 메모가 작품의 소재로,만화가 장차현실씨 만화가 장차현실씨가 메모를 시작하게 된 것은 97년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였다. 늘 작은 수첩을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면서, 감동이나 자극을 준 일상들을 그림과 함께 메모한다. “메모하고 들춰보면 머릿속 기억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
즐겁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하는데 기발한 상상력 같은 것이 저에겐 없거든요. 근데 메모를 보면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가 없이, 만화 스토리가 줄줄 나옵니다.” 정확히 기록돼 있는 메모를 바탕으로 했기에, 그의 만화는 과장 없이 생동감 넘치고, 따끈따끈한 생활 속의 이야기들을 편하게 전달한다. 작은 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하려고 하는 그에겐,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메모 수첩이 있다.
먼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작은 수첩, 집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을 스케치하는 노트, 딸 은혜의 학교생활을 기록하는 노트, 자신의 사랑의 감정에 대해 기록해놓은 노트,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막 쓰는 일기장… 등등. 그렇게 하다 보면 생활이 정리되는 느낌까지 든다. “차곡차곡 일단락 지으면서 산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메모가 작품으로 나와 정리가 되니까, 인생의 기승전결이 짜여지는 것 같기도 하지요.” 장차현실씨는 만화나 무언가를 창작하려고 한다면, 먼저 메모부터 하라고 권한다. 어디서든 쉽게 꺼낼 수 있는 펜과 메모장을 구해 적어보고 자꾸 읽어보면 좋다.
단순한 작품의 소재를 넘어, 장차현실씨는 메모는 “나를 일깨우고 삶을 빛나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준다고 한다. “메모를 하다 보면 삶에 대해서 진지해집니다. 자기를 되돌아보게 되니까. 그리고 실수했던 것을 메모로 남겨놓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특히 여성은 육아와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고립되는 느낌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런 때 메모를 봅니다. 내가 느낀 것들이 기록된 노트. 세상에 묻혀 있는 나를 일깨우는 거죠.” 여러 분야로 나누어 쓴다는 장차현실씨의 다양한 메모장들.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생활이 정리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고 한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힘
사내 특허왕, LG전자 연구소 장운근씨 LG전자 연구소 장운근씨(33)에게 메모 노트는 아이디어 창고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라도 적어놓는다. 그리고 수시로 메모해놓은 것을 보며, 아이디어를 한 단계 진척시켜 메모를 한다. 생각에서 메모로, 그것이 그 다음 단계의 소스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분기에만 다섯 건이나 특허를 출원, 사내 특허왕에 올랐다. “ |
대학교 다닐 때부터 생각을 시각화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기획할 때도,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화살표로 연결시키며 도식화시켜서 그려보는 거죠.” 그에게 메모는 생각한 것을, 눈에 보이게 가시화하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뭔가를 기획할 때 자연스레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이런저런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진척시켜보는 것은, 아이디어를 낼 때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감각적으로 기획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예전에는 메모 노트를 가지고 다녔으나 요즘에는 회사의 연구노트에 메모를 다 모아놓는다. 노트가 없을 경우 때로는 휴대전화에, 휴지조각에도 메모를 적어놓고 정리를 한다.
꼭 생각나서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적다 보면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도 있다고 한다. “메모라는 건 신경을 써서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 자체를 자연스럽게 적으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칸이 없는 종이에 굵은 볼펜으로 메모하는 걸 좋아합니다. 백지 상태의 노트에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마음껏 굴러가게끔 하는 거죠.”
그는 “앞으로 5년 뒤에 내가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메모를 해 시각화해놓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하고의 차이는 크다”고 말한다. “한창 도전정신과 열정이 많았던 대학시절에 회사에 가면 이런 것은 꼭 해야지 하고 적어놓은 게 있어요. 그중에 이룬 것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더러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때의 메모가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것이지요.” 그의 메모는 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청사진이다. “메모는 생각한 것을 눈에 보이게 가시화한 것”이라는 그는 이렇게 구체적인 그림 메모를 통해 전체까지 파악한다.
“우연히 몇 자 끄적이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서씨는 무엇보다 제일 고마운 건 메모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360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어요
울산 SK 동력팀 서일황 대리 (주)SK 동력1팀에 근무하는 서일황 대리(39)는 사내에서 ‘메모왕’으로 통한다. 평소 메모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0년 말부터다. “전에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었어요. 식당에 가도 잘못된 거 바로잡으려고 따지다 보니까 집사람이 같이 다니길 싫어할 정도였죠 |
. 노동조합을 하면서 사내에서도 미운털도 박히고, 밖에서만 도니까 집에서도 불만이 많았어요. 가정도 책임져야 하고 이미지도 바꿔야겠다 싶었습니다.”
이후 현장에서 눈에 보이면 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사람들과 대화 중에도 그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대화 중에도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게 그 이유. 메모를 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물을 볼 때마다 ‘저 모습이 가장 좋겠다’며 끄적이고, 문제점을 봐도 ‘이러면 좋아지겠네’ 하며 더 나은 결과를 상상하며 메모를 하기 때문이라고. 대인 관계 또한 자신감이 생겼다. 전에는 관리자와의 대립으로 회사 다니기가 싫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업무 개선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동료가 됐다. “메모를 하기 전에는 잊어버릴까봐 강박관념이 생기고, 뭐였더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하지만 메모를 하고부터는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으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주위도 돌아보게 되면서 가정에도 충실하게 되구요.” 메모를 통해 꾸준히 이뤄진 제안이 회사 성과물로 이어지면서 2000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제안왕과 준제안왕으로 연속 선정되었고, 2003년도에는 ‘신지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생활도 즐거워지고 가정생활도 편안해지고 모든 면에서 변화된 거 같아요.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데도 실적이 나오지 않은 분들에게 메모를 권하고 싶습니다.”
시어머니의 메모지 한글공부
취업 주부 전혜진씨의 메모지 사랑법
신혼 초, 맞벌이를 하던 우리 부부는 분가를 하지 않고, 시어머님과 같이 살았다. 아니, 사실은 우리가 얹혀산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시댁에 살면서 직장을 다니다 보니 말이 시집살이지, 오히려 시어머니께서 옷가지며 방 청소, 음식을 챙겨주시는 날이 더 많았다. 죄송한 마음에 거들기도 하지만, 늘 출근시간에 기고 퇴근시간에 지쳐 들어오는 고달픈 직장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점점 어머님과 집안일을 이야기할 기회도 적어지고,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메모지를 살짝 어머니께 전해드렸다. ‘어머님, 요즘 자꾸 늦어서 집안일 혼자 하시느라 힘드시죠. 죄송해요’ ‘어머니, 오늘은 방안에 어질러놓은 대로 그대로 두세요 네^^’ 등등 어머님께 전하고 싶은 의사표현을 포스트잇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어떤 날은 늦겠다는 메모를 남겼는데도, 전혀 모르고 계시고, 어머님이 읽으신 건지 안 읽으신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외출하신 어머니의 화장대 안에서 그동안 내가 쓴 포스트잇 뭉치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노트 한켠에 그대로 따라 쓴 삐뚤삐뚤한 어머니의 글씨….
어린아이의 글씨 같은 필체를 본 순간, 가슴이 찌르르하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어머니가 글을 잘 못 읽으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의견 하나도 쪽지에 덜컥 덜컥 써서 붙이고 가는 며느리가 얼마나 야속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공과금영수증이나 통지서가 오면 먼저 뜯는 법이 없던 어머님의 습관이 생각이 나고, 혼자서 며느리가 쓴 글자를 따라 써보며 읽으시려 애쓰시는 모습이 눈에 훤히 그려졌다. 그날,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물어보니, 어머님이 전혀 글을 못 읽으시는 것은 아니지만, 좀 읽고, 쓰시는 것이 더디시다는 것을 그제야 귀띔해주었다. 너무 늦게 알려준 남편이 야속하기도 하고, 지금부터라도 좀 배려를 해드리고 싶었다. 그때부터 메모지에 크게 글씨를 써드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내 마음을 눈치 채셨는지 “야야, 그렇게 크게 안 써도 내가 대~충은 안다” 하시고 웃으셨다. 그 후, 얼핏 구민회관에서 노인분들께 글을 가르쳐주는 무료강좌가 있다는 말을 들은지라 싫다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곁에 앉아 첫 수업을 함께하며 용기를 드렸다. 처음에는 부끄럽다며 안 가시려 했던 어머니는 친구분도 사귀고, 흥미를 갖고 열심히 공부를 하시며 정말 일취월장 나날이 실력이 늘었다. 글씨가 크고, 밉다고 처음에는 말로만 하시던 어머니가 메모를 즐기시고, 글씨 쓰시는 것에 재미가 들려 냉장고에도, 책상에도 포스트잇에 전화 번호를 적어 붙이시기도 하고, 누구누구 생일에도 표시를 해서 붙이기도 하고, 정말 아이처럼 즐기시는 어머님의 그 마음이 느껴졌다.
어머님이 남겨두신 메모를 모아두고, 언젠가 어머니 생각이 나도 뵐 수가 없을 때 한 자 한 자 어머님 마음을 다시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두려 한다. 세월이 지나 우리 서로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해도 이 메모지는 그 마음을 담은 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주리라 믿으며.
<월간마음수련> 2월호 테마기획에서
첫댓글 어제는 봄을 시샘하는 춘설이 하얗게~날씨는 차갑지만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꽃샘 추위에 늘~ 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바래 봅니다 교수님 덕분에 좋은 자료 많이 배우고 나갑니다 "오늘도 좋은날 되소서!"
항상 감사합니다.
기억력 한계 메모해두면 다시한번 내용 보게되죠 조은글 감사 ㅎㅎ
저도 메모하는습관이있어여♡ 기억력삼초로 인해 시작한거긴하지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