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스크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가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무단으로 글을
올립니다.
하지만 일일이 글을 쳐야 하는 노가다는 감수 해야겠죠...
1. <조폭마누라> 시리즈의 최민수, 장즈이
평론가들에게 된서리를 맞았지만, 카메오만 놓고 보면 조폭마누라 시리즈만한 영화
가 없다.
단 한 신 등장하는 카메오가 영화 흥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경우. 1편의 연출을
맡았던 조진규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의외의 인물을 등장시켜 방점을 찍으려 했는
데...,
처음부터 최민수를 점찍어 섭외에 들어갔지만 우리의 카리스마 제왕이 한번에 승낙
할 리는 없었다. 제작진의 두번째 작전은 거나한 술자리, 취중에 최민수는 출연을
승낙했는데, 정작 촬영 당일엔 잊고 말았다.
취중이었지만 약속은 약속인지라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간 촬영장. 최고의 카메오가
이워지기까진,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폭 마누라2> 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즈
이는 1편의 전통 계승과 3편의 예고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캐스팅.
한편 겨울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민수가 여름 양복을 입고 등장한 건, 당시
여름이었던 현장에 급하게 달려가느라 미처 겨울 양복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다.
2. <황산벌>의 김선아 전원주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려 개수작 부리
다 죽는것이여~" 김선아의 서릿발같은 한미디에 객석은 얼어붙었다. 마지막 장면,
혈전 끝에 살아남은 거시기가 엄마(전원주)의 품에 안길 때 객석은 녹아내렸다.
김선아의 출연 장면은 원래 한 신이었으나, 그녀의 임팩트 있는 연기 덕분에 두 개의
신으로 늘어났다는 후문, 한편 전원주는 <흑수선>에도 카메오 출연했으나 편집에서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3. <몽정기>의 싸이
<조폭 마누라>의 최민수를 훌륭히 벤치마킹한 사례. 시사회 전까지 99퍼센트 철저히
보안을 지켜 싸이의 출연은 거의 막판 반전에 가까웠다. 특히 어린 시절 걱구 역을
맡은 전재형과 형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아 시사회장은 발칵 뒤집혔다.
원래는 양동근을 캐스팅하려 했으나 섭외 과정에 문제가 셩겨 마지막 신 촬영을 계속
미루고 있다가 싸이가 섭외되었다는 후문.
시사회 후 열광적인 반응에 감동한 싸이는 카메오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홍보에
적극참여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 <YMCA 야구단>의 조승우
<YMCA 야구단>의 조승우가 주었던 상큼함은, 다서 처지전 영화 후반부를 클라이맥
스로 재도약 시켜주는 좋은 발판이 되었다.
그가 맡은 역활은 송강호에게 말을 빌려주는 마부, 우여곡절 끝에 야구장까지 따라가
는데..., 난장판을 진압하는 그의 한마디 "암행어사 출두요~!" <춘향뎐>이후 두번째
불러보는 어사 출두였다.
5. <바보선언>의 이장호
영화가 시작되면 반바지에 찢어진 러닝셔츠 차림의 남자 한 명이 빌딩 옥상에서 어설
픈 체조를 한다.
자세히 보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장호 감독이다. 감독은 뛰어내리고 쉰 목소
리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활-동-사-진-멸-종-위-기-" 원래는 어둠의 자식들 속편으로 영화를 기획했지만
제목이 너무 어둡네 뭐네하며("어둠"의 자식들이니까 당연히 어두운 것을...)
관공서에서 허가가 안 떨어지자 거의 막가자는 심정으로 붙인 제목 "바보선언". 이
영화는 일단 감독을 죽여놓고 시작하는 용감무쌍한 걸작이다.
이장호 감독은 자기 영화에 즐겨 출연하곤 했는데 <무릎과 무릎 사이> 에선 정신과
의사로 출연, 혼란스러운 영화의 주제와 요즘을 정리해주고 사라진다.
최근 카메오 걸작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아버지 역할. 밥상 앞에서 잔소리
늘어놓고 호통치는 모습은 리얼함의 극치다
6. <바보들의 행진>의 하명중 이기동 윤일봉 최인호
한국 최초의 본격 카메오 영화라고 불러도 좋은 바보들의 행진. 신체검사 장면의
군의관으로 이젠 원로가 된 미남배우 윤일봉을 출연시킨 이 영화는 곳곳에 카메오를
배치한다.
술 마시기 대회 장면에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호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코미디
언 이기동이 출연하고, 당대 톱 배우이지 하길종 감독의 동생인 하명중을 비롯 무오장, 박암 ,최남현 같은 중견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송창식의 노래 "왜 불러" "고래사냥"은 지금도 귓가에 쟁쟁히 울리는 명곡이다.
7. <태극기 휘날리며 >의 최민식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한 최민식이 맡은 역할은 인민군 소좌 역, 강제규 감독의
<쉬리> 에서 이미 북한군 장교 캐릭터를 완벽히 마스터했던 그는, 전쟁에 서서히
미쳐가는 장동건과 혈투를 벌인다.
잠깐의 출연이었지만 "역시 최민식!"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연기였다.
하지만, 최민식에 맞선 장동건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던 걸?
8. <두사부일체> <역전에 산다> <낭만자객> 의 임창정
한국 카메오계의 기린아를 꼽으라면 단연 임창정이다.
<두사부일체>의 준치 장면에서 정준호에게 "엉기던" 모습은 <비트> 에서 전학생
정우성에게 겁도 없이 덤비던 때를 연상시키는 명장면.
하지원과의 친분으로 부산으로 "출장" 가서 2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출연한 <역전에
산다> 카메오 장면에선, 매 테이크마다 애드리브를 쏟아내는 임기웅변을 발휘했다.
<낭만자객>의 장군 역은 "임창정 카메오 3부작" 의 완결편. 그의 주연작도 기대되지
만, "카메오 신작" 이 더 궁금하다면 조금은 오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