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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은 임경수 울산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님이 대한의학회지에 투고한 내용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체계(EMS system; emergency medical services system)는 사회안전망(social safety)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선진국에서는 응급의료를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여 개선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9년부터 정부가 주도하여 정책적으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도 응급의료체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문에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하여 간략하게 피력하고자 한다.
1.병원전 단계의 응급의료체계
우리나라 국토의 약 70%가 산악지역이며 3,000 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특성으로 인하여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대도시에 분포하고 있으며, 대도시 이외의 지역은 인구분포도가 낮고 의료시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산악지역이나 섬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의료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원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너무 낮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이러한 의료취약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료하기 위해서는 응급이송체계를 강화해야만 하는데, 의료기관이 많은 대도시에 비하여 의료취약지역은 응급이송체계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소방항공기의 대부분이 대도시에 위치하고 행정단위로 운영되고 있어 현장 도착까지의 시간이 길며, 구급항공기에 탑승하는 전문인력(1급 응급구조사)이 매우 부족하고, 각종 전문의료장비를 탑재한 구급차와 전문인력의 70%가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구급차로 5~10 분 이내에 대형 의료기관에 도착할 수 있는 대도시에는 각종 전문구급차와 전문요원이 상주하는 반면, 구급차로 20분 이상을 이송해야 하는 의료취약지역에는 구급차의 장비도 부실하고 전문요원도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점인 것이다.
소방에서 운영하는 항공기 25대 이외에도 경찰 및 해양경찰, 산림청, 군부대 등에는 매우 많은 항공기가 있고, 모든 항공기가 응급환자의 이송에도 관여하고 있다. 또한, 해양경찰, 지방자치단체의 병원선, 군함 등에서도 응급환자의 이송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모든 항공기와 의료용 선박을 의료취약지역에 재배치하고 전문인력과 장비의 70% 이상을 의료취약지역에 배치하면서 장비를 현대화하는 방안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상기 항공기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도 바람직한 데, 비상상황(산악구조, 응급환자 이송, 산불진압, 해양구조 등)에 따라서 항공기에 탑승하는 요원들만 달리하는 다기능 항공운영체계(multi-functional air services system)가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의료취약지역이나 고립된 상황(재난, 섬, 선박, 열차 등)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서는 해당지역의 안전요원이나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문제점을 신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2.병원단계의 응급의료체계
법적으로 응급의료기관들이 여러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는 매년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응급의료기관들이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평가방법도 시설장비 평가와 인력평가에 편중되어 있어 기능평가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예를 들면, 신속히 진료하고 조속히 입원/귀가시키는 응급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병원 응급실에는 체류시간이 짧으므로 응급실의 병상수나 장비의 수가 적은 것이 당연하지만, 현재의 평가에서는 응급실에 침대수가 많고 장비가 많아야만 높은 점수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응급환자의 진료는 응급실을 포함하여 임상전문과와 전문의료진, 수술실, 중환자실, 전문처치실, 검사실 등의 모든 요소가 체계적으로 가동되어야만 응급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할 수 있다. 응급실의 장비와 인력만으로는 응급환자의 생존율이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응급실의 공간과 장비가 없던 1990년대 초에 제정된 법률에 근거하여 현재까지 응급요소(응급실 병상수, 장비수, 면적, 인력 등)를 평가하고 있어 치명적인 응급질환(심폐정지,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급성 호흡곤란, 다발성 외상 등) 환자들의 생존율과 사망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능평가방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방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평가한다면 응급환자의 생존율도 개선될 뿐만 아니라, 해당 영역의 의료수준들도 현격히 개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응급환자의 수는 적지만 사망률이 높은 응급질환들에 대해서는 전문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질환들로는 화상, 중독, 외상 등이 대표적이지만, 이러한 영역의 응급환자를 위하여 의료기관이 별도의 시설과 장비, 전문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정부는 공공의료의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문기관들은 이송시간 1~2시간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배치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해당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H1N1 virus 감염을 경험하면서 의료기관들은 많은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지만, 이미 2005년도부터 국제규모의 재난학회에서는 정부와 의료기관에 대비책을 강구할 것을 당부하였다. 지금부터라도 의료기관들은 응급진료구역에 각종 화학물, 미생물, 방사능 등에 오염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 진료지침 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이 재난에 의하여 기능이 마비될 때를 대비하여 자체적으로 72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생명선(life lines; water, food, gas, electrics)을 준비하고 기본적인 응급의료장비를 비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각종 재난이나 응급상황에서 최소한의 기능을 발휘할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별 혹은 인구 30~50만명 단위로 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3.국가적 차원의 응급의료와 재난의료
수년 전부터 세계재난학회는 각종 기후변화와 변종 바이러스 등에 대한 대량 환자발생에 대비할 것을 국가와 의료기관에 권고하였다. 즉, 기후변화로 인하여 폭설, 홍수, 가뭄, 자연화재 등이 발생하면서 인근의 각종 시설(화학공장, 유류시설, 정화조, 핵시설, 수자원시설 등)이 침수되거나 파괴되면 오염물이나 전염병에 의한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조류독감이나 신형 독감, SARS 등의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대재앙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것을 의료단체와 관련학회는 수 년 전부터 경고하였다. 즉, 이러한 오염재난(contaminated disaster)에 국가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하며,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재난의료(disaster medicine) 전문가와 응급의료 전문단체, 의사단체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재난계획은 재난의 예방과 피해자 구조, 현장복구에 치우쳐 있어 재난의료는 거의 도외시되었다. 즉, 재난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계획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에 재난현장으로 12시간 이내에 투입될 전문의료진과 장비 및 시설은 재난계획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의 재난현장에 12시간 이내에 투입될 재난의료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 team)과 국외의 재난현장에 24-48시간 내에 투입될 해외재난의료팀(DRMT; disaster relief medical team) 등에 대한 정부지원지침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응급의료와 재난의료는 국가가 반드시 관장하고 지원해야 할 광범위한 의료영역이지만, 보건복지가족부에는 전담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즉, 보건복지가족부 내의 1개 부서가 다른 의료업무를 관장하면서 간혹 다루는 분야가 응급의료와 재난의료이므로 정부차원의 중장기 계획이 없으며 정책의 연속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분야에 너무 집중하여 보건의료에 등한시 한 적은 없는지 다시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재난발생률도 증가하고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대량 환자 발생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시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녕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응급의료와 재난의료는 정부와 의료단체가 앞장서서 개선해야 할 분야인 것이다.
4.생활응급의 보급과 국민계몽
응급환자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응급질환 발생시 2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들과 의료기관들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 첫째,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응급처치에 대하여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계몽해야 하며, 특히, 장애자(발달장애, 소아, 고령자, 외국인, 다문화 가정,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도 응급처치법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계몽매체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운전 중 갑작스러운 운전장애를 유발할 있는 환자들(협심증, 경련, 습관성 약물, 불안장애 등)에게 운전을 자제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계몽하거나 행정적으로 지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소아나 정신장애환자들이 가정에서 생활용품(가정용품, 자동차용품 등)에 중독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중독정보센터의 정보체계 및 전화상담원체계를 운영하여 미량의 물질을 섭취한 경우에 불필요한 병원방문을 방지함으로써 의료비를 절감해야 할 것이다(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외국보고가 있음). 넷째, 응급환자들이 입원실이나 치료시설의 부족으로 인하여 응급의료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응급의료전달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과 응급종사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중?고 교육기관에서는 매년 일정시간을 응급처치법의 교육에 할애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며, 일반인들도 공공기관에서 수시로 응급처치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할 것이다.
5.응급의료와 관련된 국가재정과 운영비용의 통합관리체계
지금까지 열거한 사항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며, 현재의 응급의료기금(매년 약 1천억원)으로는 감당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정부기관들이 중복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통합하여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에 소속된 전문인력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는 정부기관들을 통합하여 군부대 항공대와 연계하는 방안이 개발된다면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즉, 통합운영으로 최소한의 항공기와 항공요원 및 정비요원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산악지역 및 섬의 군부대에 항공기가 배치되면 해당지역의 주민과 군병력이 항공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군부대 의료요원이 응급의료에 많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응급의료에 관한 전문정보를 제공하거나 일반인 상담을 제공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1339정보센터 전문요원과 소방지령실의 전문요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전국적으로 1~2개의 응급통합상담센터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인구수와 환자발생수, 응급차량 수를 고려한다면 응급통합상담센터는 국내에서 1-2개로 충분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미 일본의 사례에도 증명이 되었다. 이외에도 독극물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8개 정부부서의 정보센터를 통합적으로 운영한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평상시에는 국민들의 복지증진이 중요하지만 응급상황에서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응급의료체계는, 정부가 유관단체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하고, 모든 계획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암만익어도 머리 속으로 저장안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