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EIDI MITCHELL
브렛 헤어먼(32)은 자질구레한 장신구를 옷장 속 깊숙이 넣어두었다. 남편과 어머니가 선물로 준 것, 자신이 직접 구입한 액세서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청바지와 자켓만 유니폼처럼 입는 처지에 달랑거리는 귀걸이와 짤랑거리는 팔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올 봄 안 쓰는 물건을 싹 다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는 옷장 속에 처박아둔 장신구 한 뭉치를 들고 맨해튼 보석상에 가서 팔아 수십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지난 10년 동 안금 가격이 거의 6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1온스당 1,800달러가 되자, 집안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보석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 많은 여성들이 할머니가 물려주신 브로치와 유행이 지난 세팅의 보석을 고이 간직해야 할 집안의 가보라기 보다는 필요할 때 팔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에게는 퀴퀴하고 쓸모없고 독창성 없는 보석이, 누구에게는 새로운 보석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윗세대와는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좀처럼 착용할 일이 없는 칵테일 반지(파티석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커다랗고 화려한 반지)를 포함해 모든 보석류를 팔 생각도 못했다. 보석을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궁핍하거나 촌스러운 행위로 여겨졌다.
유명기업 대신 지역 보석상이 이렇게 고객의 비밀을 보장하면서도 빠르고 비교적 힘들이지 않게 보석 판매를 중개해주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편견은 사라지고 있다.
- Andrew Gage
- 뉴욕 보석거래상 ‘카밀라 디에츠 버거른’ 진열대
2001년 창업한 ‘써카’는 ‘여러분의 보석을 판매하는 현대적인 방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10여 곳에서 고객들로부터 보석을 사들인다. 올해 하반기들어 라스베이거스에 11번째 지점을 열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재산가치가 있는 보석류를 취급하는 대다수 업체와 달리 고객의 보석을 구입은 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 (이름을 밝힐 수 있는 딜러에게 다시 되판다고 귀띔했다.) 써카 직원들은 매장이라기보다는 가정집처럼 프라이빗한 사무실에서—부러진 20년된 금팔찌든, 다이아몬드 5캐럿짜리 티파니 목걸이든, 고객이 가져온 보석을 즉석에서 감정한다.
써카 고객의 65%는 여성이다. 어떤 고객은 나중에 자녀에게 유산 상속을 할 경우까지 고려해서 거래한다. 빅토리아 시대 브로치나 다이아몬드 커프 한 쌍보다는 현금이 더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회사로서 최상의 거래는 총 가치 1만~2만5,000달러인 보석류 세 점을 사들였던 것이라고.
써카 부회장이자 공동 창업자인 제프리 싱어는 “보석을 상속 받거나, 예전에 사둔 액세서리가 유행이 지나거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40대 이상 여성이 주고객층”이라며 “20년 전에 금붙이를 구입한 많은 사람들은 예전에 소매가로 구입한 것보다 이제 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부탱이 제 아무리 명품 구두라도 세월이 지난 후 더 높은 가격을 받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보석을 들고오는 고객 중에는 재정상태가 좋아져서 결혼반지를 더 좋은 보석으로 바꾸는 부부도 있고, 가보를 현금화해서 기억에 남을 휴가를 떠나거나 대학 등록금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 5번가의 140년 된 보석거래 업체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앤드류 패브리컨트는 “보석을 거래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라며 “은행계좌를 해지하거나 주식을 매각해서 현금화하는 것은 보통 꺼리겠지만, 40년간 금고 속에 처박아놓은 자산(보석)이 상당한 금액의 현금으로 바뀌는 건 괜찮은 거래”라고 말했다.
러셀 쇼어 미국보석협회 수석 애널리스트는 보석거래시장의 최상위 스펙트럼에는 높은 캐럿의 보석이 존재하는데, 지난 10년 간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석류의 유행은 돌고 돈다. 이미 한 세대 전에 유행이 지나갔다고 여겼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파이어 약혼반지는 또 다른 왕족(케서린 미들턴)의 손가락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카메라 세례를 받자 다시 유명해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통적인 커팅 방식에서 벗어난 ‘팬시한 모양(프린세스 컷, 마키즈 컷, 페어 컷 )’의 다이아몬드로 사람들의 취향이 변하는 추세다.
30년 전에 남성들은 연인, 아내, 딸을 위해 고품질 원석으로 만든 ‘평생 한 번 가져볼까 말까 한’ 보석류를 구입했다. 이제는 품질이 그리 높지 않고 크기가 작은 다이아몬드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석업체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하트모양 목걸이(100달러)와 1980년대 유행했던 테니스 팔찌와 같이 트렌디한 스타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쇼어는 다이아몬드 보석류의 유행이 돌고 돌면서 “보석을 시장에 되파는 것을 금기시하던 관습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는 다이아몬드 장신구 가운데 약 30%는 중고품이다.
전직 월가 임원이었지만 현재 보석거래를 하는 피오나 드러큰밀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다 전문화된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가 있는 보석류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 약자를 딴 FD라는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모든 재산을 은행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 하면서 예술작품, 부동산, 빈티지 주얼리 등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금융회사 직원은 콜롬비아 에머랄드와 까르띠에 팔찌에 수천 달러를 쓴다. 그는 보석에 투자할 때 얼마나 아름답고 착용하기 간편한가도 보지만 원석의 가치도 고려한다. 그는 브랜드 이름이 없는 보석류를 사들일 때 “금과 다이아몬드 중량으로만 가치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브랜드 보석류는 브랜드가 없는 보석류에 비해 그 가치를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해리 윈스턴을 녹여서 거래하지는 않으니까.”
보석거래상은 인도 골콘다 광산에서 나온 다이아몬드와 콜롬비아 무조 에머랄드 등 폐쇄된 광산에서 나온 원석으로 만든 보석 그리고 유명 디자이너의 서명, 인증서, 일련번호가 붙은 보석에 최고가를 매긴다.
드러큰밀러는 “까르띠에, 티파니, 밴클리프앤아펠이 최상의 보석을 매입해서 박물관에 진열하기 때문에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가리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했던 모든 보석류를 되사들임으로써 시장에 남아있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장신구 가격은 올라갔다.
- Alexandra Shriner
- 사파이어, 다이어몬드, 백금으로 만든 목걸이(시가 5만 달러 상당)
뉴욕 매디슨애비뉴에 있는 ‘카밀라 디에츠 버거른’의 거스 데이비스는 소중한 보석을 내놓는 여성들이 매일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결혼반지와 약혼반지는 예외지만 “여성들은 이제 남편의 허락을 따로 받지 않고 중요한 보석류를 시장에 내놓는 추세”라고 한다. 30, 4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태도의 변화다.
데이비스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파는 것은 브로치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는 아무도 브로치를 착용하지 않는다. 브로치만큼 시장에 많이 나오는 것은 귀걸이다. 브로치 20개를 팔아서 멋진 보석 하나를 사는 이유를 이제 남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드러큰밀러의 고객 중 한 명인 헤이먼은 재키 오나시스 때문에 유명해진 굵은 금팔찌를 하나 구입하려다 비슷한 액세서리를 너무 많이 사고 말았다. 그녀는 최근에 낡은 핸드백, 안 입는 옷가지, 이제는 착용하지않는 부담스러운 팔찌를 처분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생각이 있는 캐주얼한 보석류로 바꿨다.
그녀는 다시 사들인 보석류 가운데에도 앞으로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망설임없이 팔 생각이다.
“옷장을 탈탈 털어 마련한 귀중한 금액으로 산 보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