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따라 가는 산행 광양 매화축제 & 구례 오산
▲ 오산의 바위벽에 기둥을 세우고 조성한 사성암.
봄이 오고 있다. 산 깊은 강원도 산골엔 아직 눈이 깊고 계곡의 얼음장은 꽝꽝 얼어붙어 있지만, 봄의 여신이 맨 먼저 발을 디디는 남도는 이미 동백꽃 화사하고 매화 꽃눈이 벙글고 있다.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울타리 삼고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은 봄 풍경이 아름다운 강이다. 평생 섬진강 물줄기만 바라보고 시를 써온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로 섬진강을 예찬하고 있다. 봄볕 쏟아지는 날엔 더욱 그렇다. 섬진강의 봄을 제일 먼저 밝히는 꽃은 바로 매화다. 이미 몸을 풀기 시작한 섬진강이 휘감고 돌아가는 구례의 오산은 섬진강과 지리산 조망이 매우 빼어난 산이다. 게다가 오산은 높지도 않고 산길도 험하지 않아 가족산행지로도 아주 적합하다. 3월엔 봄볕 쏟아지는 섬진강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광양 매화축제 꽃구름이 언덕을 뒤덮은 '무릉매원' 3월11일부터 19일까지 다양한 행사 펼쳐져
3월 중순이 되면 광양 섬진강변에 있는 매화마을은 매화꽃으로 뒤덮인다. 마을 언덕길을 올라서면 무리지어 피어난 새하얀 매화꽃이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봄볕이 쏟아지는 산기슭에 10만여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3월의 매화마을은 연분홍 빛에 휩싸인 환상의 '무릉매원(武陵梅源)'이 된다.
3월 중순이면 매화로 뒤덮이는 청매실농원 매화는 한겨울에도 피는 꽃이다. 그래서 옛 시인은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늘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평생 춥고 배고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며 그 고결한 지조를 노래했다. 이곳의 매화는 한겨울에도 피어나지만, 모두 꽃망울을 터뜨리는 건 3월 중순 무렵이다. 매실농원 언덕에서 매화꽃 너머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꽃과 산과 강이 한데 어우러져 멋들어진 산수화가 된다. 언덕길을 올라서면 무리지어 피어난 꽃구름이 반긴다. 눈부시게 하얀 건 백매화, 하얀 꽃에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도 손짓하는데, 복숭아꽃처럼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꽃봉오리도 어여쁘다. 이런 풍경 덕인지 영화 '흑수선'에서 이미연이 자전거를 타고 매화나무 사이를 가는 장면을 비롯해 '취화선', 그리고 드라마 '다모'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도 이곳을 그냥 지나치진 않았다. 매화마을의 청매실농원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일제시대인 1930년쯤 김오천 선생이 심은 70년생 수백 그루를 포함한 매화나무 단지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잘 가꾸어져 있다. 지금은 국가지정 매실명인인 홍쌍리 여사가 이 '매화의 언덕'을 지키고 있다. 17세에 시집온 후 60세가 넘은 지금까지 매화 사랑, 매실 사랑으로 살아온 홍 여사가 매화에 파묻혀 일생을 보낸 이야기는 꽃보다 아름답다.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매화문화축제는 3월11일(토)부터 19일(일)까지 9일간 열린다. 많은 행사가 있으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토,일요일 4일간(11,12,18,19일)에 대부분의 행사가 집중된다. 축제 중엔 청매실농원에서 생산한 매실발효농축액, 매실정과, 매실고추장아찌, 매실김치, 매실절임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남한 최대의 봄꽃잔치답게 시음회도 넉넉하다. 올해는 의전행사와 무대행사를 간소화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매화 퍼포먼스, 매화 그리기, 매화 서화전 등 매화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다. 특히 소망연, 풍선날리기, 매화백일장 및 사생대회, 사진촬영대회, 매화보물찾기 등 관광객이 직적 참여하는 행사를 대폭 확대해 매화마을에서 아름다운 봄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배려했다. 이외에도 매화압화 만들기, 참숯공예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매실음식전시회, 남사당공연, 매화꽃길 음악회 등도 눈길을 끈다. 또한 이번 축제기간 중 광주에서 행사장까지 임시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라 하니 광주권에서 찾아오는 탐승객은 염두에 두면 좋다.
하지만 축제기간 주말에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교통체증 때문에 고생한 생각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매년 축제기간엔 수십만의 탐승객들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광양시에서 목표로 삼은 올해 탐방객 수는 무려 50만 명. 농원이야 넓고 주차시설도 넓게 되어 있어 괜찮지만, 주말 무렵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면 섬진강 강변도로는 심하게 정체된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몰리면 아무래도 여유로운 매화 감상은 물 건너가게 된다. 자칫하면 매화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오가는 길에 시간을 다 빼앗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주중에 찾는 게 낫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매화 탐승을 하려면 오전에 서둘러 다녀가는 게 낫다. 아침 일찍 들르면 섬진강의 하얀 안개에 휘감긴 매화 언덕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거닐 수 있어 더없이 황홀하다. 홍쌍리 여사도 매실농원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봄날 이른 아침에 이슬 맺힌 매화를 감상하며 산책하는 것이라 귀띔했다. 한편, 3월에 만개한 매화가 지고 나면 5월 말쯤부터 매실이 여물기 시작한다. 매실 수확철인 6월의 청매실농원도 가볼 만하다. 이때는 매실농원에서 매실 따는 일을 체험하고, 품삯 대신 적당량을 공짜로 가져올 수도 있다. 매화축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광양 매화문화축제 홈페이지(www.maehwa.org)나 청매실농원 홈페이지(www.maesil.co.kr 061-772-4066)를 참조하면 된다.
매화꽃과 즐기는 섬진강 드라이브 매화도 좋지만, 봄날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섬진강 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 아쉬운 마음으로 매화꽃 그늘을 벗어나 섬진강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강변에도 매화꽃이 줄지어 피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푸른 새싹이 돋기 시작한 버드나무 너머로 흐르는 맑은 강물, 새하얀 모래톱에 앉아 노니는 물새.... 소박히기만 한 섬진강 봄 풍경이 반긴다. 젖빛 꽃망울이 조금씩 부풀고 있는 벚나무들은 화창한 4월을 기다리며 나직이 소곤거린다. 벚꽃은 매화보다 보름쯤 늦게 피어난다. 매화마을에서 섬진교를 건너 화개로 향하다 보면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이 나온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혜택을 동시에 받은 평사리의 마을길은 모두 최참판댁으로 이어진다. 고샅길 한쪽엔 어깨를 사이좋게 맞대고 있는 초가 풍경이 정겹다. 이 마을의 초가는 50여 채 정도. 대부분 SBS드라마 '토지'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야외세트다. 평사리를 빠져나와 승용차로 10여 분 더 거슬러 오르면 화개천 쌍계사 일원의 화개골. 차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배한 곳이기도 하다. 이웃의 구례 화엄사 자락과 최초 자리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하동에선 화개골에 '차시배지' 임을 알리는 비석도 세워놓았다. 야생차나무 덕분에 화개골은 늘상 초록의 물결이 장엄하게 일렁거린다. 화개골을 거닐다가 쌍계사 앞에서 맘에 드는 찻집에 들러 차 한 잔 음미하면 세속의 찌든 때는 어느덧 사라지고 마음은 선승처럼 여유로워질 것이다. 입안에 맴도는 차향을 음미한 뒤엔 지리산의 맑은 기운이 도는 산사도 들러보자.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 쌍계사에선 최치원의 친필로 알려진 '雙磎石門(쌍계석문)'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유적을 만날 수 있다. 또 화개골 끄트머리의 칠불사에선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전설을 들은 뒤, 한번 불을 때면 49일이나 간다는 신비의 온돌이 있는 '아자방'도 볼 수 있다. 모두 섬진강의 화사한 봄날 풍경과 더불어 만날 수 있는 답사 대상지다.
섬진강과 지리산 기슭은 3월이 되면 매화와 더불어 샛노란 산수유꽃으로 뒤덮이는데, 특히 산수유가 많은 만복대(1,438m) 남서쪽의 산동골은 조물주가 노란 물감을 풀어서 그려낸 듯한 열두 폭 수채화가 된다. 산수유꽃 감상의 정점은 산동골 가장 상류에 있는 상위 마을이다. 산수유꽃은 보통 매년 3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샘추위가 심하다 해도 매화와 비슷한 시기인 중순 전후로는 피기 시작해 3월 말이면 만개한다. 올해 산수유축제는 3월25일(토)부터 4월2일(일)까지 9일간 위안리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매화가 피었을 때 산수유도 볼 수 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산동골도 들러보는 게 좋다.
숙박 청매실농원 아랫마을인 매화마을에 김충길(061-772-3937), 오세균(772-3044), 조상현(772-3823), 배한태(772-5606) 등의 민박집이 있다. 마땅치 않다면 하동 방면 섬진강변을 따라 있는 민박집과 장급여관을 이용하면 된다. 지리산 화개골 쌍계사 근처에 조용한 산골 민박집과 깨끗한 여관이 많다.
별미 섬진강 재첩국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사는 민물조개인 재첩은 국물 맛이 매우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뽀얗게 우러난 제첩 국물에 부추를 숭숭 썰어 넣고 한 차례 더 끓여 내면 과음했을 때 숙취해소로 일품이다. 동흥재첩식당(055-884-2257) 등이 잘한다. 재첩백반 1인분에 5,000~6,000원, 재첩회 2~3인분에 20,000원.
교통 매화축제가 열리는 청매실농원의 행정구역은 광양이지만, 대중교통이든 자가운전이든 하동쪽에서 접근하는 게 훨씬 빠르다.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대정,통영간고속도로-함양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광주 방면)-남원나들목-19번 국도-구례-하동-섬진교-매화마을(서울에서 5시간 소요)/ 남해고속도로-하동나들목-19번 국도(하동 방면)-섬진교-매화마을(부산에서 2시간30분, 광주에서 1시간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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