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동역자님께 2011. 2. 14
한국에는 눈이 내리고, 날씨가 많이 추웠다는데 건강하신지요?
추운 것이 그립곤 한데, 열대의 날씨에 젖어 살다보니 영하의 혹한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서 와서 전혀 다른 기후, 문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에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일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선교사의 고향은 비행기 안 이다’라고 22년 전 싱가폴 선교사 훈련 센터(ACTI)에서 훈련을 받을 때 훈련원 원장이셨던 Dr 룽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들과 같아질 수 없는 이방인이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환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땅을 밟는 순간의 쓸쓸함. 내리기전 설렘과 기대감 행복한 상상을 지녔던 그곳, 비행기 안이 영원한 선교사의 고향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20년이 마치 20일이 지나가듯 가버렸고, 30대의 젊음을 이곳에서 불사르면서 이제는 은퇴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 시점에 서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약속 ‘너는 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말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18년 전 학교를 시작할 때 철거민들이 한 가족 두 가족 집을 짓고 들어오는 ‘바뚜아지’에 교실 몇 개를 지어 유치원 1반, 초등학교 1학년 1반으로 시작한 학교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이 교육의 해택을 누리고 이제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은혜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공하려고 최소한의 학비를 받았기에 학교가 자립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학교는 성장해서 지금은 그 유치원 원아가 80명, 초등학생이 700명이 되었습니다.
‘윈소르’는 주변 섬에서 올라와 방 한 칸 얻어 사는 가족이지만 부모는 이혼했거나 다른 아버지 밑에서 아이들이 자라, 깨지고 아픔이 많은 곳입니다. 자녀들은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부모들의 사랑과 관심 밖이라 게임장, 오락장이 친구이고 성인 오락장, 몸 파는 누나들이 이웃이고, 마약을 먹고 환각에 빠진 형들을 그들의 옆방에 보고 자랍니다.
이곳에 10년 전 은혜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무료로 영어, 팝송, 기타, 키보드, 드럼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교회를 시작했는데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야간 대학생이 되어 낮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10일조를 주님께 드리고, 주일에는 하루 종일 헌신하며 주일학교 교사로, 토요일에는 청소년부 교사로 하나님께 자신들을 드립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공부가 싫다며 학교를 포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때 주일학교를 나오던 아이들 중 12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은혜인지요.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부모가 이혼위기에 있던 아이의 가정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 주고, 칭찬 없이 자란 아이들에게 격려를 날마다 부어주면 10년을 보냈습니다.
10년 전 우리의 세 아이들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이곳 현지인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 없이 질풍노도의 시기 10대를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지내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부모 없던 시간의 아픔을 나누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아이들에게 ‘인생은 잃는 것이 많으면 얻는 것도 많다’고 힘 있게 말하지만 가슴 모퉁이로 슬픔이 잦아듭니다.
날마다 뜨거운 날씨가 시간을 잊게 하고 20일처럼 지난날들이 가버렸는데,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그 행위로 지금까지 수 천년동안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복을 누리고 사는 것처럼. 부족 저희들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온전해 지고, 주님의 복을 누리는 이곳의 젊은이들을 보면 감사로 제사를 드리게 됩니다.
잠깐인 인간의 삶속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우리를 헌신할 수 있음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다시 시작한다 해도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아올 수 있던 원동력은 하나님의 은혜지만 뒤에서 쉬지 않고 기도하시고, 필요한 물질을 아끼지 않은 동역자님들과 지금까지 이곳에서 땀과 눈물을 함께 뿌린 선교동역자들 때문임을 진심으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역자님의 기도, 물질에 감사를 드리고, 함께 삶을 나눈 선교 동역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남은 사역도 잘 감당 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8년 전 시작한 새싹 초등학교(학생700명)의 건물이 아래는 시멘트 블럭으로 위는 합판으로 지은 교실인데 흰개미들이 나무를 갉아 먹어서 속이 ‘뻥’ 뚫려서 무너질 상황이라 2년 동안 교실4개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교실을 사용하다 현재는 고등학교 1층 건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실이 부족해서 오전 오후반으로 학급을 운영하는데 올 7월에는 고등학교가 3학년이 신설되고 1학년 신입생이 모집이 되면 고등학교 건물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새싹 초등학교 학생들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졸업고사를 모두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좋은 학교로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대기하며 들어오려고 합니다. 그러나 교실이 없어 한 학년을 3반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다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새롭게 건축을 해야 합니다. 올해에는 1층 건물 교실 4개를 건축하려 합니다. 평균 1개 교실 당 한화 1천2백만 원이 소요됩니다. 학교가 지어 지어져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아래에 사진을 첨부합니다.
동역자님의 가정과 교회 위에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김동찬.김정임 선교사 올림
첫댓글 사진은 안 보이지만 왠지 가슴이 물클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시면서도 때론 인간적 고뇌도 느끼시는 것을 잠시 제가 느껴봅니다. 요즘 저도 순간순간 마음 속에 아주 잠간이지만 갈등을 겪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오늘 이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호강스런 우리의 일상을 죄스럽게 여기며 고개 숙여 회개하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