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로부터 지난 주에 할머니의 인적사항을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은 지금은 너무도 좋은 사이인데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리고 복지사는 할머니를 통해 마음의 수양을 쌓아서 자기가 이만큼 된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다른 복지사는 할머니를 어려워한다고.
처음 뵙는 분이라 전화로라도 나를 소개해주면 좋을텐데. 복지사의 손전화가 꺼져있다.
전화를 했다.
아주 가는 목소리의 할머니.
복지관 윤팀장님 얘기를 하며 찾아뵙겠다는 말에 오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긴장이 된다. 관리카드를 꺼내어 봤다.
고혈압. 골다공증. 자궁암. 대·소변 기능이 안되고, 거동이 불편함.
김할머니 집에서 가까운 거리인데 차에서 내려 최할머니 댁이 가까울수록 발걸음이 무거웠다.
할머니는 어두운 방안의 침대에 앉아 계셨다. 병원에 갔다가 방금 오셨다고 한다. 깔끔한 인상의 할머니는 많이 지쳐보이셨다.
왼쪽 팔이 아프시다고 했다. 침대에 올라가도 될 지 묻고 침대에 올라가 맛사지를 해드렸다. 왼쪽 다리도 아프시다고 이불 밖으로 다리를 내놓으신다. 할머니를 편안하게 눕혀드렸다. 그리고 양말을 벗겨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2주 정도 발을 안 씻어서 냄새가 날테니 벗기지 말라고 하신다. 할머니 뵐 때 맛사지 해드릴텐데 냄새나도 괜찮고, 손을 씻으면 된다면서 양말을 벗겼다.
여기를 어떻게 왔느냐고 하신다. 돈이라도 받고 하는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고 봉사팀을 꾸려서 신청하였는데 이런 방문은 처음 해보는 초보라고 말했다.
발 맛사지를 조금 했을 때 내가 힘들까봐 그만하라고 하신다. 오른쪽 양말도 벗기고 맛사지 했다. 할머니는 상의를 올리고 아랫배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서 배를 만지셨다. 내가 만져도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나야 만져주면 고맙지 하신다. 정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는데 무척 조심스러웠다. 배를 맛사지하면서 아프지 않으세요 하니 견딜만하게 아프다고 하시며 또 힘드니까 그만 하라고 했다. 할머니는 대변을 못 봐서 3∼4일에 한번씩 관장을 하신다. 그리고 온 몸이 아프시단다.
할머니는 나에게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하시더니 입도 이쁘고, 귀도 이쁘구먼 한다. 이쁘게 봐주시니 그런가 보다 했더니, 할머니는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란다. 귀티가 나는 얼굴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 안 하더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웃었더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억지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
12시 50분
식사는 하루에 한끼 갖다주는 곳이 있었다. 거실에서 식사를 하셨는데 침대 가장자리를 잡고 나와서 겨우 상 앞에 앉았다. 두부국과 나물무침, 김치, 고등어 튀긴 것이었다. 비린 냄새가 나서 고등어는 싫으시고, 나물은 이가 안 좋아서 못드신다고 했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해서 밥을 먹은 지 얼마 안된다고 했더니 새 밥이니 먹자고 하신다. 무 김치를 가위로 작게 잘라 드리고, 국은 냄비에다 덜어 놓고 식사 시중을 하였다. 밥과 국에만 손길이 가신다. 혹시 과일을 드셔도 되는가 물었더니 윤팀장이 사과가 좋다고 하였단다. 할머니는 나야 같이 있으면 좋지만 차 운행하러 빨리 가라고 하신다. 다음주 목요일에 뵙겠다고 인사하고 할머니 댁에서 나왔다.
할머니 집에 있는 동안 할머니의 외로움과 고통이 절절하게 전해져 왔다. 가끔 쌀쌀하게 느껴지는 말투가 느껴졌지만 그분의 어투가 그럴 뿐.
집에 왔는데도 강한 울림으로 할머니가 남아있다. 당장 사과를 들고 할머니께 가고 싶지만 약속한 날짜에 가야 겠다. 다음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는 할머니를 만나러 갈 것이다.
첫댓글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친다(월인천강) 은하수님의 글이 저희 게시판을 환하게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