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철에 따라, 지방에 따라 갖가지 젓갈을 밑반찬으로 밥상에 올려 왔다.
젓갈은 예로부터 김치와 더불어 우리 음식 가운데 매우 뛰어난 저장 발효 식품이자, 가장 요긴한
밑반찬이었다. 김치가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비타민 공급원 구실을 했다면, 각각 제철에 담가 먹는 여러
종류의 젓갈은 유류(乳類)식품이 귀했던 우리의 식단에 사계절 내내 칼슘을 공급해주는 요긴한
것이었다.
젓갈의 기원은 열대지방인 인도차이나반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더운 기후로 인해 음식의 저장이 쉽지 않았는데, 수렵, 채취, 어로를 통하여 얻은 음식물이 부패되어
버려져 왔다. 그러나 버려진 음식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발효되면서 새로운 맛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발견이 인류가 젓갈발효식품을 만들게 된 유래가 되었다.
그 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농업권 지방에서는 콩을 발효시킨 ‘장’
같은 발효식품이, 수산업권 지방에서는 ‘젓갈’이란 발효 식품이 태어나게 되었다.
어패류의 내장 등에 소금을 가하여 부패균의 번식을 억제하면서 그 자체의
효소와 육질을 외부 미생물의 효소작용으로 분해시킨 독특한 맛을 풍기는 발효식품이 바로 젓갈이다.
가장 원초적인 맛을 일으키는 소금과 양념, 그리고 발효가 어우러진 맛이 바로
젓갈이다. 젓갈은, 서양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오래 전부터 익숙해져 있는 식품이다.
중국, 말레이반도, 인도네시아, 일본 등이 수많은 젓갈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젓갈의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작은 새우의 미세한 알만을 따내 젓갈을 담글 정도로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의
선진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효에 대해 무궁무진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비록 무학의 촌로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사람은 발효실력에 관한한 서양의
미생물학자보다 훨씬 앞서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발효기술은, 그 연륜이나 다양성으로 볼 때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일부 양의학자들이나 보건 담당자들은 한국인에게 고혈압과 위장병이 많은 것은
맵고 짜게 먹는 자극적인 음식문화 때문이라는 말을 하며 수시로 우리의 식생활문화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여 올바른 식생활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맵고 짠
음식의 섭취가 고혈압과 위장병의 원인이라면, 우리 선조들은 이미 대대로 고혈압과 위장병에 시달려
왔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고혈압과 위장병에 시달리지 않고 평생 살아오고
있다. 더욱이 세계 장수촌 사람들은 발효식품을 즐겨 먹고 있고, 최근 장수비결의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우리나라의 1백세 이상 장수자들 역시 된장 등 발효음식을 매일 상식하고 있다.
오늘날의 젓갈은 옛 조상들과의 젓갈과는 다르다. 아마도 고춧가루의 사용이
가장 클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 젓갈의 종류에서 그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고춧가루의 사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1592.4.24)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 이전의 젓갈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젓갈의
차이는 역시 고춧가루를 포함한 여러 양념들의 첨가 유무일 것이다.
그리고 젓갈의 종류 변화는 상품가치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젓갈은
140-150종에 이르렀는데, 그 제조 방법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원료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품가치가 있는 종류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예를 들면, 어장육해와 같은
발효방법(술을 담글 때의 발효방법)은 지금에 와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 새우젓
새우젓은 젓을 담근 시기에 따라 새우의 생김새와 이름,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 보통 육질이 탄력이 좋고, 껍질이 얇은 것이 맛이 있다.
* 자하젓
크기도 작고, 색이 다른 새우에 비해 붉은 색을 띤다. 5-6월 사이,
9-10월 사이에 잡힌다. 국, 돼지고기요리, 해장국, 콩나물국, 김치 담글 때 사용된다.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나다. 소금을 새우와 섞은 후 단지에 차곡차곡 넣은 후 윗부분을 덮고, 소금을 위에 다시
얹는다. 그리고 3개월 이상 음지에서 발효시켜 먹는다.
* 새하젓
작으면서도 맛은 좋은 편이다. 5-6월 9-10월 사이에 잡히고, 사용용도는
자하젓과 동일하다.
* 데떼기젓(김치육젓)
새우가 크고, 각질이 두꺼운 편, 우리나라 새우 중에선 가장 많이 생산되는
새우젓이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흔히 잡히고, 김치 담글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 곤쟁이젓
새우가 아주 작으나 맛은 좋은 편에 속한다. 이른 봄 잠시 동안 잡히고,
자하젓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나 밥에 쪄서 먹기도 하고, 비벼서 먹기도 한다.
* 동백하젓
한 겨울에 나오는 새우젓으로 깨끗하고 흰 빛깔을 가지고 있다. 이 새우는 한
겨울에 잡히고 있지만, 수 년 전부터 바다 오염으로 인해 잘 잡히지 않고 있다.
* 오젓
흰색 새우가 주류이고, 질이 좋다. 육젓과 같다. 소화에 탁월한 기능이
있다. 시기에 따라 잡는 때가 틀리지만, 오젓이 육젓 앞에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 찬 종류에 많이
쓰인다.
* 육젓
새우가 크다. 종류는 흰색, 붉은색이 있고, 좋은 새우에 속하지만, 잘
잡히지 않고 있다.
* 추젓
겨울에 많이 잡히고, 오젓 보다 좀 작은 편이다.
* 토하젓
오염되지 않은 논이나 하천에서 서식하는 민물새우 중 새뱅이(또랑새우)를
젓갈로 담근 것이다.
키틴과 키틴올리고당 함유로 항종양 형성이나 생리 활성 기능이 향상되고, 유해
중금속 배출에 DHA까지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 멸치젓
액젓은 생멸치와 소금을 섞어 발효시키는데, 멸치 육질을 모두 걸러 낸 것이고,
걸러내지 않은 그대로가 육젓이다. 그리고 향이 고소하고, 불그스름한 색을 가지 면 좋은 젓갈이다.
멸치젓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 밀접해 김장을 담그던지 어떤 음 식을 만들거나
먹을 때에도 꼭 필요한 젓갈이라 말할 수 있다. 동맥경화 억제가 뛰어난 새로운 물질을 가진 미생물이
새우젓에 생육하고 있다는 학계의 발표가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로 남해안 지방에서 가공하고 있다. 멸치 세척과 물기 제거 작업이 끝난 후
용기 안에 소금을 넣고 차례로 절인다. 소금과 멸치를 잘 섞은 후 밀봉하여 약 2-3개월 간 음지에서
발효시킨다.
* 갈치젓
갈치를 통째로 절인다. 2-3개월 절이는 갈치젓과 1년 이상 발효시킨 갈치
젓국이 있다. 김치에 주로 사용되는 갈치 젓국은 내장만 제거하고, 소금을 아가미와 복강 부에 넣고,
항아리에 담은 뒤 윗부분을 소금으로 덮어 무거운 것으로 누른 뒤 그늘에서
발효시킨다.
* 전어젓(돔배젓)
이 젓갈은 다른 젓갈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특유한 풍미가 있다. 좋은 젓갈을
얻으려면 밤에 잡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뻘이 창자 안에서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진품 중의 진품인
내장 속의 밤이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소화촉진에 좋아 소화제로도 사용되었다. 전어 내장을 씻지 않은 상태로
밀봉하여 재운 후 1-2주정도 지나서 삭은 부분만을 꺼내어 매운 고추와 섞어 양념을 만들어
먹는다.
* 밴댕이젓
멸치 보다 훨씬 큰 물고기로, 밴댕이의 내장은 너무나 작지만 그 나름대로의
맛을 자랑한다. 젓갈은 봄에 담그며 고춧가루와 풋고추를 다져 무친다. 밥반찬으로 많이 먹지만 다른
용도로도 많이 사용한다. 전라도에서는 송애젓으로, 평안도에서는 반댕이젓으로 불린다.
* 황석어젓(황새기젓)
참조기 새끼와 매우 흡사하게 생겨서 구분이 잘 안 돼지만, 엄연히 다르다.
황새기라고도 불리는데, 중부에서는 황석어젓, 전라도에서는 황숭어리젓, 황실이젓 이라고도 불린다.
익혀서 살은 다지고, 나머지는 달여서 김치에 넣는 방법과 무치는 방법, 찌는 방법이 있다. 소금으로
2년 정도 발효시켜야 제 맛이 난다.
* 모치젓
숭어 새끼를 젓갈로 담근 것이다. 8-10월 사이 서해안과 영산강 부근에서
많이 잡히는 모치는 담근 후 1년이 지나야 먹을 수 있는데, 그 지방에서도 소문난 별미이다.
모치와 풋고추를 소금으로 덮어 비린내를 뺀 다음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다.
* 조개젓
바지락, 백합, 모시조개, 대합 등이 사용된다. 위 재료들의 속살을 깨끗이
발라내어 모두 골고루 소금에 재워놨다가 한 달이 지 난 뒤에 갖은 양념으로 무친다. 밥반찬으로
애용된다.
* 어리굴젓
비타민과 미네랄이 아주 풍부한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려오는 굴은 많은 어패류
중에서 여러 가지 영양소를 이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양 식품이다. 굴을 고춧가루와 소금을 섞어 단지에
넣고, 6-8일 정도 절인다. 소금에 절인 무를 고춧가루와 설탕, 생강, 마늘을 같이 버무리고, 다시
굴젓과 버무려 단지에 담는다. 그 후, 잘 익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다.
* 오분자기젓
전복과의 패조류인 오분자기는 제주도가 약 70%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고급 어종이다. 전복 내장(게웃)과 혼합 발효시키므로 풍부한 영양을
자랑한다.
* 소라젓(구쟁기젓)
우선 소라살을 소라에서 빼고 난 후 푸르고 누런 내장을 떼어내고, 깨끗하게
세척을 해서 소금을 살살 뿌려둔다.
두세 달 지나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오래두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익으면
얇게 썬 후 갖은 양념으로 무친다.
* 오징어젓
오징어젓은 소화 흡수율이 높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포함한 영양가 높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생체 내에서는 합성되지 않거나 미량만이 합성되는 필수아미노산을 증가시키고,
한국인에게 부족되기 쉬운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 잘게 썬 후 소금과 골고루 섞고, 단지에 넣는다.
7-8일간 음지에서 절인다.
* 꼴뚜기젓
흔히 보잘 것 없는 것의 비유가 되는 꼴뚜기이지만, 젓갈로는 제 맛을 낸다.
꼴뚜기젓은 황해도와 평안도에서는 호디기젓이나 느레젓으로 불리고, 또 전라도에서는 꼬록젓, 꼬락젓으로
불린다.
이 꼴뚜기에 소금을 뿌려 한두 달쯤 지나게 되면 빨갛게 되면서 잘 익는다.
깍두기나 김치 등에 넣어도 별미고, 양념과 버무려서 밥반찬으로 먹어도 별미다.
* 명란젓
명란젓은 명태알을 소금에 절인 것이다. 명란젓은 젓갈로 분류되어 있으나,
염장품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명태 배에서 꺼낸 알을 단지에 넣고, 소금을 알맞게 뿌려
절인다.
* 창란젓
창란젓은 생태의 창자로 담가야 제 맛이 난다. 그러나 대구의 창자로도 담그는
경우가 많다. 창란을 소금물로 깨끗이 세척한 후 물기를 잘 제거해서 단지에 소금과 차곡차곡 뿌려
담는다. 그리고 최소 한달 이상 두었다가 익으면 잘게 썰어 무채와 양념을 넣어 무친다.
* 아가미젓
흔히 아감젓이라고도 불리는 이 젓갈은 명태의 아가미를 이용해서 소금만을 뿌려
두었다가 무채김치처럼 담근다. 강원도에서는 서거리젓이라고도 하는데, 서거리는 아가미를 가리키는
말이다.
* 성게젓
밤송이 조개, 구살이라고도 불리는 성게는 국으로도 많이 쓰인다. 성게의 노란
알로 만든 고급 전통젓갈로 소금을 넣어 버무린 후 살짝 익혀 먹는 다. 특히, 비타민, 철분 등
영양분이 풍부하여 건강식으로도 자주 쓰인다.
* 명태식해
깨끗하게 세척을 한 후 내장, 기름기, 점액질을 제거한다. 그리고 염분으로
충분히 하루 정도 간을 들인다. 음지에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메조로 밥을 지어 식히고, 다음
명태와 버무린 다음 고추, 마늘 등을 넣어 다시 음지에서 충분히 약 1개월간 발효를 시킨다.
* 가자미식해
함경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써 가자미와 무, 좁쌀 등을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
가자미는 뼈째 먹는 생선으로 작은 크기의 가자미(물가자미)를 이용해 무와 재발효시 좀 더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
* 까나리액젓
오뉴월 정도 때 잡은 100% 생까나리를 1/3 정도(보통 젓갈 보다 양이
더 많음)의 염분과 섞어서 단지에 밀봉한다. 최소 1년 6개월 정도 발효를 시켜야 제 맛이 난다.
햇김치 담글때 좋다.
* 멸치액젓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 잡힌 멸치를 물기 완전제거 후 멸치액젓 또한,
까나리와 마찬가지로 염분과 섞어 단지에 밀봉한다. 1년 6개월 정도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 국이나 찌개 등에 모두 들어 갈 수 있지만, 특히 김장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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