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 대사본

[some(형진)]

봉산탈춤(무형문화제 제17호) 대사본

제1과장 : 사(四)상좌춤
제2과장 : 팔(八)목중춤
제3과장 : 사당춤
제4과장 : 노장춤 - 노장춤, 신장수.원숭이춤, 취발이춤
제5과장 : 사자춤
제6과장 : 양반.말뚝이춤
제7과장 : 미얄할미.영감춤


제1과장 사(四)상좌춤

상좌 넷을 목중들이 업고 차례로 등장하여 무대를 한바퀴쯤 돌다가 무대 중앙에 내려놓고 퇴장한다. 상좌는 모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매고 흰 고깔을 썼다. 상좌춤은 사방신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노래를 시작하는 의식무이다.


제2과장 팔(八)목중춤

첫째목중 : (한삼이 달린 파란색의 저고리를 입고, 얼굴을 가리고 들어와 무대를 한 바퀴 돌고 쓰러진다. 무릎에 큰 방울을 달고 사철 나무 생가지를 뒤에 꽂았다.)
둘째목중 : (빨간색의 저고리를 입고 달음질하여 들어와 한삼 자락으로 딱치면 첫목은 힐끔 보고 퇴장한다. 달음질 하여 무대를 한바퀴 돌고 좌우를 보며) 아앗쉬 아앗쉬 (이하 팔목중의 등장 방법은 같다.) 산중에 무력일하여 철가는 줄 몰랐더니 꽃 피어 춘절이요 잎 돋아 하절 이라. 오동 낙엽에 추절이요 저건너 창송 녹중에 백설이 훨훨 휘날리니 이아니 동절이냐. 나도 본시 팔도 강산의 오입장이로 이좋은 풍류정을 만났으니 어디 한번 놀고가려던... 낙양 동천 이화정
셋째목중 : (노란색의 저고리) 죽장 집고 망혜 신어 천리 강산 들어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이 여기로다. 비류직하 삼천척은 옛말로 들었더니 의시은하 낙구천은 과연 허언이 아니로다. 소리 쫓아 내려가니 풍류정이 분명키로 한번 놀고 가려던... 흑운이 만첩 천불견
넷째목중 : (녹색의 저고리) 감사도처의 선화당이요 병사도처에 음주현이요 한량도처의 풍류정이라 하였으니 나도 본시 팔도강산의 한량으로 이 좋은 풍류정에 당도하였으니 어디 한번 놀고 가려던... 소상 반주 열두마디
다섯째목중 : (분홍색의 저고리) 영라수 맑은 물은 굴삼녀의 충혼이요 삼강수 얼크러진 비는 오자서의 정령이요 채미하던 백이숙제 구추명절 일렀건만 수양산에 아사하고 말 잘하 던 소진장의 열국제왕 다 달래도 염라대왕 못 달래어 춘풍새우 두견성에 슬픈 혼백이 되었으니 하물며 초로와 같은 우리 인생이야 풍악 소리 반겨 듣고 아니 놀수 없거든... 월락 오제 삭망천
여섯째목중 : (흰색의 저고리) 산불고이 수려하고 수불심이 청등이라 지불광이 평탄하고 인부다이 무성이라 월학은 쌍반하고 송죽은 교취로다.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허유 놀아있고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이 놀아 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놀아있던 이러한 풍류정에 어디 한번 놀고 가려던... 이백이 기경 비상천
일곱째목중 : (검은색의 저고리) 오호로 돌아드니 범려는 간 곳 없고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호의 떼기러기 부용당으로 날아들 재 심양강에 당도하니 백낙천 일거후에 비파성이 끊어지고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이 놀아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놀던 풍월 의구는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효웅 이금은 안 자재요 월락오제 깊은 밤에 고소성외로 배를 대니 한산사 쇠북소리 객선에 둥둥... 옥동도이 만수춘
여덟째목중 : (빨간, 파란색의 저고리) 수인사 연후에 대천명이요 봉제사 연후에 접빈객이라 하였으니 수인사 한마디 들어가오 ... 쉬이이... 아나야 ...
목중들 : 그래 와이 ...
팔목중 : 우리가 본시 팔목중이 아니더냐?
목중들 : 그렇지
팔목중 : 그러면 이런 좋은 풍류정에 당도하였으니 우리 다같이 뭇동춤이나 추고 들어가는 것이 어떠하냐 ?
목중들 : 좋지... 낙양 동천 이화정


제3과장 사당춤

사당 : (화려하게 치장하고 남여를 타고 등장)
거사들 : (남여에 사당을 태우고 등장. 중앙에 내려놓고 퇴장)
홀애비거사 : (사태기짐을 지고 장단에 맞지도 않는 춤을 추며 사당의 옷도 만져보고 얼굴도 만져보고 갖은 짓을 다한다.)
거사들 : (소고를 들고 일제히 등장하면 홀애비거사는 놀라서 퇴장, 가면을 제껴쓰고 놀양가를 합창)
사당,거사 : 어라디요 어허야 요호올 네로구나. 녹양에 뻗은 길로 북향산 쑥 들어간다. 에요 에헤에요 어허야 요호올 네로구나. 춘수나니 낙락 기러기 나니 훨훨 훨훨 낙락 장송이 와자지끈덕 다 부러졌다. 마른가지 남아 지화자 조홀시구나. 지화자 조홀시구나. 얼시구나 좋다. 말들어를 보아라. 인간 을 하직하고 청산을 쑥들어 간다. 에요 에헤에요 어허야 요호올 네로구 나. 황혼나니 거리 검쳐잡고 성황당 숭벅궁새 한 마리 남에 앉고 또 한마리 땅에 앉아, 네가 어드메로 가자느냐, 네가 어드메로 가자느냐. 이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저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에- 어린 낭자 고운 태도 눈에 암암하고 귀에 쟁쟁, 비나니 비나니다 비나니로나. 소원 소원 성취로 비나니로구나. 나에- 삼월이라 육구함도 대삼월이라 얼 시구나 절시구나 담불담불이 생김도 사랑 사랑초 다황초 홍두깨 넌출넌출 이 박넌출이요 내 가삼에 생김도 사랑 ... 에에 나에 원 네로구나. 아 아 ... (합창하며 퇴장)


제4과장 노장춤

제1경 노장춤

노장 : (송낙을 쓰고 칠베 장삼을 입고 홍가사를 두르고 염주를 걸고 육환장을 들고 목중들에게 인도되어 무대 구석으로 등장)
소무 : (쾌자를 입고 화관을 쓰고 목중들이 든 가마를 타고 등장, 무대 중앙에 내려진다. 목중들이 퇴장하면 장단에 맞춰 춤을추기 시작한다.)
노장,소무 : (소무와 노장 사이에는 대사가 없다. 춤과 행동으로만 이어진다.)

제2경 신장수.원숭이춤

신장수 : (신짐을 지고 패랭이를 쓰고 등장) 중아 중아 저절 뒷산에 얼싸 대명산이다.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 이요, 에헤 생율 밤이로구나. 아! 장한번 잘 섰다. 장이 하도 좋다기로 불원천리 왔더니 과연 허언이 아니로구나. 좌우로 살펴보니 인물 평풍이 좍 둘러쳤으니 태평장은 태평 장인데 태평장이거나 무엇이거나 속담에 이르기를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하였으니 나도 장수가 되어 물건이나 팔아보자. 물건은 무슨 물건, 시어머니 몰래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군밤을 팔아보자. 군밤을 사시요. 삶은 밤을 사시요.후추 양념에 밤엿들 사시요. 하하하! 이거 사자는 사람이 없으니 이번에는 물건을 바꾸어 신발을 팔아 보자. 새코 짚세기, 육날 메투리 고운 아씨의 꽃신들 사시오. 하하하! 이것도 사자는 사람이 없으니 이 장은 필시 사는 장이 아니로구 나. 몹쓸 장에 왔구나. 그러면 이번에는 발길을 돌려 풍년장으로 가보는 데, 건드러지게 가보자. 간다 간다네 나 돌아 간다네. 풍년장으로 좋다 나 돌아간다네.
노장 : (신장수의 머리를 때린다.)
신장수 : 아이쿠! 이것이 무엇이냐, 나라는 인간은 소실적부터 매라고는 한 대도 맞아 본 적이 없는데 무엇이 나를 딱하고 때리니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어디 자세히 보자.
노장,소무 : (나란히 붙어 신장수를 보고 있다.)
신장수 : 아하하! 오 알겠다. 자세히 보니 몸에 칠포 장삼을 떨쳐 입고 붉은 가사를 메고 백팔 염주를 목에 걸고 사선선을 들고 송낙을 눌러 썼으니 네놈 이 저 뒷절 중놈의 씨가 분명하구나. 땍 중놈이면 승속이 다르니 나와 같은 양반을 보면 소승 문안이요하고 인사도 없이 사람을 딱딱 치다니.
노장 : (신장수를 부채로 부른다.)
신장수 : 뭐 날 오라고? 암 가지. 잠깐 기다려라.
노장 : (소무의 발을 가르킨다.)
신장수 : 신을 사려고? 그러면 몇 치?
노장 : (신의 촌수를 가리킨다.)
신장수 : 아흔 아홉치, 하 고년의 발 대단히 크구나. 비오는 날 매상에 굽달아 신겠다. 암 있지.
노장 : (자신의 발도 가리킨다.)
신장수 : 스님의 신도? 그러면 몇 치?
노장 : (신의 촌수를 가리킨다.)
신장수 : 일곱치 닷푼, 암 있지. (신짐으로 신을 가지러 가는데 신짐에서 붉은 옷을 입은 원숭이가 뛰어 나온다.) 아이쿠 이것이 무엇이냐? 도망가자. (원숭이가 신장수를 따라 무대를 한바퀴 돌다 무대 구석에서 마주친다. 신장수 원숭이의 코를 잡고 끌어낸다.) 요놈 이리 나오너라. 이리 나와라. 이리 나오라니까. 여기 앉아라. 여기 앉으라니까. 자 앉았다.
원숭이 : (신장수의 행동을 계속 따라한다)
신장수 : 네가 무엇이냐? 자세히 보자. 자세히 보니 네 몸에 털이 있고 네발을 가졌으니 짐승은 짐승인데 무슨 짐승이냐? 개냐? 아냐, 그러면 토끼냐? 아냐, 그것도 아냐. 그러면 저 산에서 내려온 노루냐? 그것도 아냐.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내 할애비냐? 오, 이제야 알겠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의 흉내를 잘 내는 것은 원숭이라 하였는데 네가 바로 원숭이의 씨가 분명하구나. 과거 우리 선친께서 중국으로 사신을 다닐 적에 원숭이를 기념으로 사 두었다고 하더니, 내가 신짐을 지고 나온다는 것이 원숭이짐을 지고 나왔구나. 원숭이라 하는 것이 사람과 같이 영리하니, 내가 너를 수금원으로 채용할 터이니 내 말을 잘 듣겠느냐? 하, 그래, 그럼 저 뒷절 중놈한테 신을 팔았으니 신값을 받아 오너라. (원숭이의 엉덩이를 쳐서 보낸다.)
원숭이 : (신장수를 따라 신장수의 엉덩이를 때리고 소무에게로 가서 장난을 치다 가 뒤로 숨는다.)
신장수 : 야 이놈이 올 때가 되었는데, 어디로 도망을 갔나? 어디 찾아보자. 찾을 수가 있어야 찾지. 옳거니 내가 소실적에 점치는 법을 배웠으니 점으로 찾아보자. 추왈 천하언재시하며 지하언재시료마는 고지즉흥 하시나 니 감히 신통하소서. 미련한 백성이 원숭이를 잃고 원숭이를 찾으려하오 니 곽곽선생, 이순풍, 제갈공명 선생이며, 여러 신명이 동시에 하강하시 와 삼쾌로 판단하옵소서. 하 합동지괘라, 요놈이 멀리 못가고 어디 딱 붙어 있는 모양이구나. 어디 찾아보자. 야 요놈, 여기에 붙어 있었구나. 이 리 나와라. 이리 나와. 이리 나오라니까. 요코는 놔라. 요코는 놔라. 요 코는 놓으라니까. 자 놓았다. 여기 앉아라. 여기 앉아. 여기 앉으라니까. 자 앉았다. 그래, 신값은 받아왔겠지? 어디 계산해보자. 칠칠은 두부칠 ...
원숭이 : (신장수의 계산을 방해한다.)
신장수 : 팔팔은 곰배팔, 구구는 절구통. 하! 이놈이 자꾸 계산을 방해하는 것을 보니 신값을 못 받아온 모양이구나. 냉큼 신값을 받아오너라.
원숭이 : (노장에게서 뭔가를 받아온다.)
신장수 : 신값을 받아왔느냐? 신값을 받아 오랬더니 웬 편지를 가져왔느냐. 어디 보자. 신값을 받으려면 장작전 뒷골목으로 오라구. 아이쿠, 신값은 고사하고 장작찜만 당하게 생겼구나. 도망가자.

제3경 취발이춤

취발이 : (적색 긴저고리에 손에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허리 동쪽에 버드나무 가지를 차고 무릎에 큰 방울을 차고 취한듯 비틀거리며 등장.) 에케 아앗쉬 아앗쉬, 아 그 제미할 집안은 고뿔인지 행불인지 해해 년년 이 다달이 나날이 시시 때때로 감돌아 들고 풀돌아 든다.
노장 : (취발이의 이마를 때린다.)
취발이 : 아이쿠 이것이 무엇이냐? 나라는 인간은 한창 소시때에도 매라고는 한 대도 맞아본 적이 없는데, 무엇이 날 딱 하고 때리니 도대체 이것이 무엇 이란 말이냐? 오 알겠다. 내가 새인간사 불문하여 산간에 뜻이 없어 명승 처를 찾아가서 이 친구 저 친구 만나 일배 일배 부일배라 한잔 두잔 이삼 배를 마셨더니 얼굴이 불그레하여 마침 이곳에 당도하니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진잡한데, 저 중천에 뜬 솔개미란 놈이 나를 아마 고기덩어리로 알고 이놈도 휘 저놈도 휘, 아마 나를 희롱하는가 보다. 내 다시 들어가 자세히 알아보고 오리다.
취발이 : 오 알겠다. 내 자세히 살펴보니, 온몸에 칠포 장삼을 떨쳐입고 붉은 가 사를 매고 백팔 염주를 목에 걸고 사선선을 손에 들고 송낙을 눌러썼으니, 네놈이 필시 저뒷절 사는 중놈의 씨가 분명하구나. 땍 중놈이면 절간 에 들어가 불도에나 힘쓸일이지, 중의 행세로 속가에 내려와 저와 같이 이쁜 아씨를 데려다 노니 네놈의 행세가 장히 안됐다. 그러나 저러나, 내 말을 잘 들어보아라. 네가 과거에 땜질을 잘 했다고 하니, 너는 풍구가 되고 나는 풀때기가 되어 네가 못견디면 저년을 날 주고 내가 못견디면 나라는 인간은 이 엉덩이밖에 없다. 솥을 땔까, 가마를 땔까.
노장 : (취발이와 적극적으로 대결한다.)
취발이 : 아이쿠 야, 이거 못견디겠구나. 그럼 이번에는 대무로 하는데, 네가 못 견디면 그렇게하고 내가 못견디면 역시 그렇게하자. 백수 한산에 심불로
노장 : (취발이와 대무한다.)
취발이 : 아이쿠 야, 이것도 못견디겠구나. 자 이거 야단났구나. 옳거니 도깨비란 놈은 몽둥이로 해결한다 하니 내다시 들어가 마구 두둘겨 내쫓아야겠구나. 흑운이 만첩 천불견
노장 : (취발이에게 맞고 도망하여 퇴장한다.)
취발이 : 그러면 그렇지 영락 아니면 송낙 쉬이 자 이년아, 네년 생각은 어떠하냐? 저 뒷절 중놈만 좋아하고 사자 어금니 같은 이 취발이, 나는 싫으냐? 저 뒷절 중놈에게선 노린내가 나고, 이 취발이에게선 향내가 물씬 물씬 나느니라. 그러면 취발이와 놀아 보는데, 놀아보세, 놀아보세, 취발이와 놀아보세.
취발이 : 아하하 고년 앵도를 똑똑 따는구나. 그러나 저러나 내말을 잘 들어보아라. 나로 말하면 팔도강산의 오입쟁이로 술 잘먹고, 노래 잘하고, 춤 잘추고, 돈 잘쓰는 한량으로 금전이면 사 귀신이라, 내 돈으로 네 마음을 사보리라. 자 옛다. 돈 받거라 돈.
취발이 : 아하하 야 고년, 쇠줄피 받는 것 보니 문고리 잡고 엿장수 부르겠구나. 너 그러나 저러나 내말을 들어보아라. 주사청루에 절대가인 절명하여 청산동무로 세월을 보내더니만, 오늘 너를 보니 세상 인물이 아니로다. 탁문군의 거문고로 월로승 다시 맺어 나하고 백세 무량함이 어떠하냐?
취발이 : 아 그래도 나를 마다해. 아 그러면, 그것은 다 농담으로 돌리고, 내 너 같은 미색을 보고 주려던 돈을 다시 갖는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 다. 이번에는 진짜 돈을 줄테니 안심하고 받거라. 자 옛다. 돈받거라 돈. 아이쿠! 잘 먹는다, 잘 먹어. 먹을 수만 있다면 내 몸둥아리까지 다 먹어 라, 다 먹어. 낙양 동천 이화정
마당 : 응애 응애
취발이 : 아이쿠 이것이 무엇이냐? 아, 동네 사람들, 이것좀 보소. 년만 칠십에 생남하였소. 우리집에 아무도 오지 마시오. 아, 우리 아이 이름을 지어야지. 둘째라고 지을까? 첫 째가 있어야 둘째라고 짓지. 마당에서 났으니 마당이라 지을 수 밖에 없구나. 마당 어멈 젖좀주소. 둥둥 내사랑 어화 둥둥 내사랑 ...
마당 : 둥둥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남의 자식처럼 글 공부좀 가르쳐 주세요.
취발이 : 글 공부, 사내 자식이라면 글 공부를 해야지. 하늘 천
마당 : 따지
취발이 : 어허, 하늘 천을 하니 너는 따지를 하는구나.
마당 : 아버지, 천자문말고 언문 뒷풀이좀 가르쳐주세요.
취발이 : 언문 뒷풀이로, 암 가르쳐주지. 가나다라마바사 아차 잠깐 잊었구나. ?遁?하니 기역자로 집을 짖고, 니은같이 사자더니, 디귿 같이 벗어난다. 둥둥 내사랑 어화둥둥 내사랑, 금자동아 옥자동아 금을 준들 널사랴 옥을 준들 널사랴. 하늘에서 덜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아났나. 둥둥 내사랑 어화둥둥 내사랑


제5과장 사자춤

마부 : 짐승 났소, 짐승. 쉬이- 짐승이라니, 이 짐승이 무엇이냐? 노루, 사슴, 범도 아니로구나. 그럼 어디 한번 물어보자. 네가 기린이냐? 그러면 소냐? 그러면 저산에 서 내려온 노루냐? 그것도 아냐?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네 할애 비냐? 쉬이 쉬이 ... 오 이제야 알겠다. 문수 보살을 등에 태우고 다니면서 온갖 조화를 부린 다는 사자로구나. 야 이놈 사자야, 어찌하여 적하인간 하였느냐? 유량한 풍악 소리 천상에서 반겨듣고 우리와 같이 놀려고 왔느냐? 그럼 석가여래 명을 받고, 노장 스님을 꾀어 파계시킨 줄 알고 벌을 주려고 왔느냐? 우 리를 다 잡아 먹으려 하느냐?
마부 : 쉬이 쉬이 이놈 사자야. 내말좀 들어보아라.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저 취발이가 시켜 마지못해 하였으니, 진실한 마음으로 회개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다 시 될터이니 우리를 용서해 주겠느냐? 그래 그럼,헤어지는 마당에 춤이나 한바탕 추고 가는 것이 어떠하냐? 그래, 이번에는 타령 장단에 맞춰 추는데 ... 낙양 동천 이화정


제6과장 양반.말뚝이춤

말뚝이 : 쉬이, 양반나가십니다아 양반. 덩다덩더더쿵 쉬이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시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내시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아 이런 양반인줄들 아지마쇼.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 반자 쓰는, 이런 양반들이 나오신다 이말이요.
샌님 : 야, 이놈 무엇이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아하하, 앗다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시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내시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아 이생원네 삼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하였소.
양반 : 이생원이라네.
양반 : 야 이놈 말뚝아. 아 이놈 말뚝아.
말뚝이 : 하! 예에에
샌님 :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끌고만 다니느냐.
말뚝이 : 예에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말아 일조식하고, 마굿간에 들어가서 노샌님을 질질 끌어내어 등에 솔질을 솰솰한 연후에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양 영미 법덕 동양 삼국을 이 두무릎으로 메주 밟듯 한 채 방방곡곡 면 면촌촌 바위틈틈 모래짬짬 가랑잎새새 참나무결결이 다 찾아 다녀봐도 아! 샌님 비뚝한 놈도 없고 보니, 낙향사부라 서울 본댁을 찾아가니 샌님 도 안계시고, 서방님도 안계시고, 종가집 도련님도 안계시고, 아 마나님 혼자 계시기로 채찍찬채, 감발한채, 벙거지쓴채 두 무릎 탁 꿇고 하고 하고 재독을 했습니다요.
샌님 : 야 이놈아, 무엇이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아하하,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문안을 드리고 드리고 하니까, 작년 팔월에 등산갔다 남았다면서 X대강 이 하나 줍디다요.
샌님 : 야 이놈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문안을 드리고 드리고 하니까, 어두일미라 하시며 조기대가리 하나 줍디 다 그리하였소.
양반 : 어두일미라네. (굿거리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양반 : 쉬이, 야 이놈 말뚝아 아 이놈 말뚝아 아 이놈 말뚝아.
말뚝이 : 하! 그 제미붙을 양반인지 X반인지 허리 꺽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레미 전에 백반인지, 아 말뚝아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메뚝 아 잘대뚝에 밀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거 호두 엿장수 오는데 제 할애 비 찾듯 왜이리 찾소.
샌님 : 양반을 모셨으면 새처를 정할 것이지 왜 이리 끌고만 다니느냐.
말뚝이 : 새처방이요. 다 정해 놓았습니다. 터를 이마만하게 잡아놓고 참나무 울장을 뚜벅뚜벅 꽂아두고 깃을 푸근 푸근이 두고 문을 저 하늘로 낸 새처방을 잡아 놨습니다.
샌님 : 야 이놈 우리가 돼지 새끼란 말이냐.
말뚝이 : 아하하,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자좌 오향에 터를 잡고 낭간 팔자로 오련각과 입구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에 산호 기둥에 비추 연목에 금파도리를 걸고 쳐다보니 천판자요 내 려다보니 장판방이라. 화문석을 칫다 펴고 부벽서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 은 것은 담박녕정 네 글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 중유태화 가 완연히 붙어있고 남편에 붙은 것은 인의예지가 북편에 붙은 것은 효자 충신이 완연하니 이는 가위 양반의 새처방이 될만하고, 문방 제구 볼작시 면 옹장 봉장 궤두지 자기함농 반다지 샛별 같은 놋요강을 놋대야에 바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축을 이리 저리 맞춰 놓고, 거 쇠털 같은 칼담배 를 저 평양 동푸른 선착장 돼지 똥물에다 축축이 축여 놨습니다.
샌님 : 야 이놈 무엇이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아하하, 이 양반 어찌듣는지 모르겠소. 삼털 같은 칼담배를 꿀물에다 축여놨다 그리하였소.
양반 : 꿀물이라네. (굿거리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샌님 : 여보게 동생
서방님 : 네 형님.
샌님 : 우리 시조나 한 수 읊는게 어떻겠나.
서방님 : 좋으신 말씀입니다.
양반 : 반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말뚝이 : 샌님 저두 한수 부르게 해주십시요.
샌님 : 재구 삼년에 능풍월이라더니 네가 양반의 집에 오래 있더니 기특한 말을 다하는구나. 어디 한번 불러봐라.
말뚝이 : 에 에라 만수 에라 데신이야.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작은 저 무덤에 영웅 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도 아차 실수하면 저기 저모양 될것이로다. 에라 만수 에라 데신이야.
양반 : 하하 잘 불렀다. 야 이놈 말뚝아.
말뚝이 : 예에
샌님 : 나랏돈 노량돈 칠푼 잘라 먹은 놈. 상통은 무르익은 대추빛 같고 울룩불 룩 배미잔등 같은 취발이 놈을 잡아 들여라.
말뚝이 : 아, 취발이 놈이요. 그 놈의 힘이 무량대각이요, 날램이 비호 같은지라 아 샌님의 전령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잡아 올 수가 없습니다.
샌님 : 전령, 옛다 전령가지고 가거라.
말뚝이 : (취발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당신 잡히었소.
취발이 : 전령보자. (전령을 보고 내뺀다. 그러나...)
말뚝이 : 샌님 취발이 잡아 대령이요.
샌님 : 쉬이, 야 이놈아 무슨 냄새가 이리도 고약스럽냐.
말뚝이 : 이 냄새요. 이놈이 피신을 하여 다니느냐고 양치질을 못하여 나는 고얀 냄샌줄 아뢰오.
샌님 :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쑥 뽑아서 밑구녕에다가 꽉 갖다 박아라.
말뚝이 : 아 이놈의 모가지를 쑥 뽑아다가 밑구녕에 꽉 갖다 박을 재주가 있으면 이 X대강으로 샌님의 요요 입술을 떼어 드리겠습니다.
샌님 : 무엇이 어쩌고 어째.
말뚝이 : 샌님, 이놈을 죽인들 무엇하겠소. 그저 돈이나 몇백냥 내라 하여 샌님하고 저하고 나눠 쓰면 샌님도 좋고 저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샌님은 못본체 하십시오.
샌님 : 그래, 네 재량것 해봐라.
말뚝이 : 샌님 돈 받았읍니다. 그만 들어가시죠. 돈돈 돈봐라 돈돈 돈봐라 잘난 사람 못난 돈 못난 사람 잘난 돈 돈 봐라 돈(豚)...


제7 과장 미얄할미.영감춤

할멈 : 아이고...
악공 : 웬 할멈입나?
할멈 : 웬 할멈이라니. 덩쿵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거리 놀러 들어온 할멈일세.
악공 : 그럼 한거리 놀아봅소.
할멈 : 놀든지 말든지, 허름한 영감을 잃고 찾아다니는데 우리 영감을 찾아야 놀겠습네.
악공 : 영감을 어찌 잃었습나?
할멈 : 우리 영감을 잃을레야 잃었나.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동서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그 후론 통 소식이 없습네.
악공 : 고향이 어디메와?
할멈 : 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 내 고향일세.
악공 : 그 영감 모색을 대어 봅소.
할멈 : 우리 영감 모색, 마모색이야.
악공 : 말새끼란 말인가?
할멈 : 아아니 소모색이야.
악공 : 소새끼란 말인가?
할멈 : 아니 마모색도 소모색도 아닐세. 여기 없는 영감의 모색 대어 무엇하려므나.
악공 : 대면 찾을 수 있지.
할멈 : 우리 영감, 참 잘생겨 자빠라졌지. 난간 이마에 주개턱 웅케눈에 개발코 아, 이 상통은 과녘같고 수염은 다 모즈라진 귀얄같고 상투는 다 갈아먹 은 망좆같고 키는 석자 네치되는 영감일세.
악공 : 그 영감 한번 불러봅소.
할멈 : 영감.
악공 : 거 너무 짧아.
할멈 : 그럼 길게. 영가아암.
악공 : 너무 길어 못쓰겠다.
할멈 : 길다 짧다.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 저 제주 망막골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불러봅소.
할멈 : 시나위청으로. 절 절 절시구 저절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우리 영감 어데갔나.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허유를 따라갔나. 적 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 우리 영감을 만나며는 코도 대고 입도 대고 안아도 보고 업어도 보련만 우리 영감 어델가고 날 찾을 줄 왜몰라 요. 영가암.
악공 : 그 영감 저 산너머 망좆하러갔으니 빨리 가보게.
할멈 : 영감 찾으러 갑네.
영감 : 쉬이이, 정처없이 왔더니 풍악소리 낭자하니 참 좋긴 좋구나. 풍악 소리 듣고 보니 우리 할멈 생각이 간절하구나. 우리 할멈이 본시 무당이라 풍 악소리 반겨듣고 혹 이리로 지나갔는지 몰라 어디 한번 물어볼까. 거 여 보시오.
악공 : 거 뉘시오.
영감 : 다름이 아니오라, 허름한 할멈을 잃고 찾아다니는 영감인데 혹 이리로 지나가는 것 못 보았소?
악공 : 할멈을 어찌 잃었습나?
영감 : 우리 할멈을 잃을레야 잃었나.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이리뛰고 저리 뛰고 도망을 하였는데 그 후론 통 소식이 없습네.
악공 : 고향이 어디메와?
영감 : 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 내 고향일세.
악공 : 그 할멈 모색을 대어 봅소.
영감 : 우리 할멈 모색, 하도 흉해 댈 수가 없습네.
악공 : 대면 찾을 수 있지.
영감 : 허, 찾을 수 있어? 우리 할멈, 참 잘생겨 자빠라졌지. 난간 이마에 주개 턱 웅케눈에 개발코 아, 이 상통은 다 깨진 바가지쪽 같고 머리칼은 다 모즈라진 빗자루 몽둥이 같고 한손에는 부채들고 또 한손엔 방울들고 키는 석자 세치되는 할멈일세.
악공 : 그 할멈 한번 불러봅소.
영감 : 할멈.
악공 : 거 너무 짧아.
악공 : 그럼 길게. 할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
악공 : 너무 길어 못쓰겠다.
영감 : 길다 짧다. 도대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 저 제주 망막골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불러봅소.
영감 : 시나위청으로. 절 절 절시구 저절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우리 할멈을 찾으려고 일월산 이강경 삼부여 사법성 강산 천리를 다 다녀도 우리 할멈 못찾겠네. 우리 할멈 찾으며는 코도 대고 입도 대고 안아도 보고 업어도 보고 연적 같은 젖을 쥐고 신짝 같은 혀를 물고 건드 러지게도 놀갔건만, 우리 할멈 어델 가고 날 찾을 줄 왜 몰라요. 할머엄.
할멈 : 거 뉘가 날찾나, 거 뉘가 날 찾아. 날 찾을 이가 없건만 거 뉘가 날찾아 술 잘먹는 이태백이가 술을 먹자고 날 찾나 춤 잘추는 학 두루미가 춤을 추자고 날 찾나. 수양산 백이숙제 채미하자고 날찾나. 날 찾을 이가 없건 만, 거 뉘가 날찾아.
영감 : 할멈 찾을이 누가 있소. 할멈 찾을이 누가 있소. 여보게 할멈, 날세 나야.
할멈 : 하이고 우리 영감 아닌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오늘에야 만나니 참 반갑구려.
영감 : 천우 신조로 만나니 참 반갑구료. 그런데 할멈, 그동안 날 찾으러 어디 어딜 다녔소?
할멈 : 말도 맙소. 나도 영감 찾으려고 동은 여월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녀월 서구월 남들이 북향산 방방곡곡 면면산촌 바위틈틈 모래짬짬 가랑잎새새 참나무결결이 다 찾아도 영감 비슷한 영감 없더니 오늘에야 만나니 참 반 갑구려. 그런데 영감, 영감은 날 찾으러 어디어디 다녔소?
영감 : 말도 맙소. 나도 할멈을 찾으려고 육로로 천리, 수로로 천리, 산으로 천리 삼천리 강산을 이 무릎으로 메주 밟듯한 채 방방곡곡 면면촌촌 바위 틈틈 모래짬짬 가랑잎새새 참나무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할멈 비슷한 할멈 없더니 오늘에야 만나니 참 반갑구려. 그런데 할멈, 거 오랜만에 보니 참 예뻐 뵈는구료.
할멈 : 오랜만에 보니 예뻐뵈죠. 그런데 영감 몸에서 고운 색시 냄새가 나니 이 게 웬일이유?
영감 : 아니 아니오. 오랜 홀아비 생활의 땀냄새요. 땀냄새. 여보 할멈,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얼싸안고 춤이나 춰봅시다.
할멈 : 그럽시다. 반갑구나 얼쑤.
영감 : 여보 할멈, 아 오래 간만에 만났으니 아이들 말이나 물어봅시다. 처음 난 운열인 어찌되었소?
할멈 : 아이고, 그놈의 말 맙소.
영감 : 허허, 이년이 무슨 일을 저질렀구나. 어서 대봐.
할멈 : 아, 하도 가난해서 저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한테 물려갔다오. 오오...
영감 : 허허, 이제 이년이 자식 새끼도 죽이고, 너와 살 재미가 조금도 없지 않느냐. 그러니 당장 헤어지고 말자.
할멈 : 헤어지려면 헤어짐세. 요놈의 영감, 저런 고운 년을 두었으니 나를 미워하지. 이별하면 같이 이별하고 미워하면 같이 미워할 일이지. 야 요년 아, 너는 나와 무슨 원수가 졌기에 저 영감을 환장을 시켰느냐. 네년 죽 고 '너'죽으면 그만이다.
영감 : 아 이년아. 용산 삼개 덜머리집이 무슨 죄가 있다고 때리느냐. 구린내난다. 썩 물러가거라.
할멈 : 오냐, 나도 너같은 놈과 살기 싫다. 너하고 나하고 같이 번 세간이니 이 세간이나 절반 딱 나누자.
영감 : 오냐, 나누자. 물이 충충 수답이며 사래찬 밭은 나가지고 제비 같은 여종이며 날매 같은 남정일랑 새끼꿰서 나가지고, 네년일랑 저 산너머 가거든 곡식 하나도 안되는 노리마당, 모래 밭때기 너 가지고 숫쥐, 암쥐, 새앙쥐 새끼꿰서 너 가지고 네년 자식들 다지고 가거라. 그럼 굶어 죽기 딱 알맞을 거다.
할멈 : 아 오랜만에 만나 왜 이리 서운한 말만 합나.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떼어 줍소.
영감 : 허 이년 욕심좀 보소. 이놈의 세간이 탐나서 끄러는 모양인데, 내 이놈의 새간을 당장 짖놓고 말겠다.
할멈 : 나의 것일랑 다 짖놔도 사당만은 짖놓지 마소. 사당 동터나면 영감죽소.
영감 : 흥, 동터 나라면 나라지. 꽝꽝 짖놔라. 꽝꽝.
할멈 : 사당 짖놓지 말랬더니 사당 동터나 너 죽었구나. 동네 방네 키크고 코 큰 총각 있거들랑 이놈의 영감 내다 묻고 나하고 같 이 살아보세. 허이쿠, 이놈의 영감 눈은 저산의 까마귀가 다 파먹었구나.
영감 : 아이구 아이구
할멈 : 죽은 첨지가 말을 해.
영감 : 그래 가재 죽어 말한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동네 방네 키 크고 코 큰 총 각 있거들랑 나하고 같이 살아보세? 예 이년아 죽어라 죽어!
할멈 : 나 싫다더니 왜 때려.
영감 : 예 이년아 죽어라 죽어라 죽어.
할멈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영감 : 허 고년, 정말 죽은 것 아냐? 성질도 급하기도, 가랑잎에 불붙기로구나. 어디 한번 가서 보자.
영감 : 아이고 정말로 죽었네 그려. 세상에는 명약도 많다더니 약 한첩 못 써보고 죽다니. 아이고 아이고...
남강 : 아, 이것들이 왜 이리 소란스럽나. 오랜만에 만나 사랑 싸움인가, 동네가 요란하구나. 아이구 이것이 무엇이냐? 동네 사람들, 미얄 할멈이 죽고야 말았소. 영감을 잃고 갖은 고생을 하더니만 지독히도 죽고야 말았소. 이 일을 어쩐다. 혼이라도 극락 왕생하라 고 무당 불러 굿이나 하는 수 밖에 없겠구나. 만신부르러 갑네.
무당 : 넋이라도 왔다가오. 혼이라도 왔다가오. 아 ~ 애 넋이라도 왔다가오. 혼이로다. 넋이로다. 무지 공산에 삼온혼령 아 ~ 애 무지 공산에 삼온혼령 왔소 왔소. 내가 왔소이다. 만신의 입을 빌고 몸을 빌어 내가 왔소이다. 영감을 만나 소원을 이루잤더니 뜻밖에도 원통하게 무지공혼이 되었구려. 아이고. 혼은 혼반에 담고 넋은 넋반에 담아 극락 세계 연화봉으로 가게하여 주옵소서. 나는 돌아갑니다. 화초 성경 연화대 왕생극락하오.
남 강 : 얘들아 모두 나오거라. 남창 동창이 다 밝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