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만에 정이 어머님집에 들렀다. 동안 핑계 같지만, 개인사정으로 인해 마음로만 어머님들을 걱정했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뵙지 못한탓에 죄지은 기분으로 정이 어머님댁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큰목소리로 어머님을 불렀다. 한동안 아무말이 없었고, 난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대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대문이 열려있었고, 아무 기척이 없어서 집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밖에서 다시 큰 목소리로 어머님을 불러 보았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는데, 어머님 방에서 TV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TV소리 때문에 큰소리로 연신 불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음을 알아 차렸다. 어머님 방문을 열면서 어머님하고 인사를 했다. 정이 어머님은 연신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머님 얼굴을 뵙는 순간 아찔했다. 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에서 그런지 몰라도 어머님 얼굴이 너무나 야위어 보였다.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어머님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내가 보기에는 몸이 많이 않좋은것 같아보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동안 자주 찾아뵙지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말없이 내눈에 눈물이 고였다. 건강하셔야 할텐데....오래 오래 사셔야 하실텐데....어머님은 술한잔 받아줄려고 애를 쓰셨다. 그때 시간이 오후3시반정도 되었는데, 어머님은 술한잔 받아줄테니 한잔 하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안먹는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나더러 잠시 기다리시란다. 그것도 어머님이 나를 생각하는 애정이라 생각하고 할수없이 자리에 앉았다. 잠시후 어머님은 소주를 한병 사오셨다. 부엌에 가서 김치그릇이랑 소주잔을 챙겨오셨다.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어머님의 정을 받아들였다. 동안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득이어머님에게 전화를 하셨다. 장구쟁이 왔다고..그렇게 좋아하시면서, 장구쟁이가 당신집에 왔으니, 얼굴 보러 오시라고.....
잠시후 득이 어머님이 오셨다. 너무나 반가웠다.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동안의 안부를 물어보면서, 얘기꽃을 피웠다.
정이 어머님이 득이 어머님에게 맥주사줄테니 한잔하시라 권한다. 득이 어머님은 안먹는다고 하시고 나도 극구 만류했다.
득이 어머님은 올해들어 연세가 90세이다. 나이에 비해 정정해보였지만, 한해가 갈수록 얼굴에는 주름살이 많이 생기고 건강도 나빠져가는것 같다. 정이 어머님은 어제가 생신이었다고 하신다. 죄송스럽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음력2월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음력 정월스무여드렛날이었다. 어제는 회장님이랑 득이어머님이랑 두타사 절에 갔다오셨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동안 잊고 사는게 많았던것 같았다. 두타사주지스님이신 자용스님도 잘계신다는 소리를 어머님들 통해서 전해들었다.
그저 여러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두어머님은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셨다. 일월달에 병원에 입원치료까지 받았다고 하신다. 그렇지만, 그때분이라고 푸념들을 늘어놓으신다. 나는 되도록이면 계속적인 침술이나 물리치료를 받아보시라고 권유해보았다.
어머님들께서는 그때분이라며 이제 살며는 얼마나 살겠냐고....
이제는 죽어도 아무걱정이 없다고 하시면서 체념을 하는듯 하셨다. 가슴이 미어지면서 코가 찡하면서 눈물이 고였다. 어머님들께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방밖으로 나왔다. 잠시 밖에 나와서 담배한개피 태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저 죄인이라는 생각과 죄송스럽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시 방안으로 들었섰다. 내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두분이서 무슨 얘기를 하신 모양이다. 알고보니 득이 어머님이 또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셨는데, 받지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도움을 줄수 있는 부분이 있을것 같아서 연신 케물었지만, 득이어머님은 아무말씀 안하신다. 정이 어머님도 신경쓰지마라 하신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난감할 따름이다. 다른얘기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머님이 지전을 구하고 싶다고 하신다. "지전"이라 함은 흔히 사람이 죽어서 관속에 들어갈때 저승으로 갈 노자돈으로 종이로 오려만든 굿에서 사용하는것을 말한다.
순간 난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사람은 흔히 자기죽을때를 안다고 하지 않던가?
어머님이 지전을 준비하시고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시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을수 없는 슬픔으로 눈물이 내눈을 가린다. 난 어머님게 감히 말씀 드렸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만들어 드릴께요...지전뿐만이 아니라, 만약에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제가 극락세계로 갈수 있도록 굿을 해드린다고.....
어머님은 10년전에 벌써 굿을 했다하시면서 필요없다고 하신다.
굿을 하고나면 3년마다 한번씩은 해야 하신다면서 싫다고 하신다.
득이 어머님도 겉으로 보기에는 정정해보이지만, 속은 문드러질대로 문들어졌다는것을 난 잘안다. 앞으로 사실날도 얼마 안남았지만, 사시는동안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얼마전에 서울도 댕겨오셨다고 하신다.
정이 어머님은 나와 같은 닭띠이신데, 올해 부터 삼재라서 더욱더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님은 어제 두타사 절에 갔다가 자용스님에게 부적을 받아왔다고 하시면서, 베개밑에 넣어두셨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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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눈물만 내눈앞을 가린다. 죄송할 따름이다.
왜이리도 마음이 불안해질까....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라도 자주 찾아뵈야겠다...
첫댓글 이글은 삼년전에 쓴 일기인데, 어제밤에 돌아가신 정이어머님을 꿈에서 뵈었네요ㅜ.ㅜ 정이할머님은 노무현 대통령서거 하루 전날 돌아가셨답니다ㅜ.ㅜ
정이 할머님이 그리워서 예전 일기를 올려봤네요ㅜ.ㅜ
ㅜㅜ.........................................흑
이 사연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 하나 꾸며 볼게요. 늘상 따뜻한 마음 설설이 펴고 사시는 굿누리님 덕분에 서울까지 서러운 춘풍이 불어 오는 듯 싶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