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한숙이한테서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집에 손님이 급습하여 올 수 없다는 얘기. 자기기 와야 분위기가 살텐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한다.
점심때 민석이한테서 메시지가 온다.
사랑니가 아파서 참석할 수 없다는 얘기. 대신 창희가 갈 거라고 귀뜸을 한다.
오후에 종원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참석한다는 얘기. 80도 자리 술을 가져갈테니 그거 먹고 죽자고 한다. 미친놈이다.
네시 넘어 건영이한테 전화를 한다.
올 수 있을지 못올지 아직 모르겠다는 얘기. 일 끝나는 거 봐서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민석이한테서 다시 문자메시지가 온다.
준성이 한식이는 올 거고, 혁주 준규 형근이는 망설이고 있으며
귀홍이는 회사일, 준호는 몸살, 성규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
역시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다양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인수에게 전화를 한다. 무조건 온다는 얘기...
저녁 여섯시.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있는데 종원에게서 전화가 온다.
도착했단다. 나는 장을 보고 갈테니 차를 세우고 먼저 올라가 있으라고 자물쇠 번호를 알려준다.
고기와 김치, 야채, 술 등을 사서 집으로 올라가보니 창희는 TV를 시청하고 있고
종원이는 컴퓨터를 켜서 내가 어제 다운 받아놓은 포르노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다.
매너 없는 놈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당신의 컴퓨터를 켜서 이것저것 뒤지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혁주에게서 전화가 온다. 부부가 함께 근처에 도착했다고 한다.
종원이 창희와 함게 옥상에 올라가 상을 준비하고 숯불을 피운다.
난 옥상 테이블에 깔 흰 종이를 꺼내다가 종이에 손가락을 베어 밴드를 붙였다.
아프기도 하지만 더 문제는 야채를 씼을 때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는 찝찝함이다.
숯불을 피우고 있을 때 혁주와 그의 부인 남경씨가 소주 여섯 병을 들고 도착한다.
배달 예약을 한 소주 한 박스가 일곱시 넘어서 온다고 하길래 내가 혁주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숯불을 다 피우고 고기를 구우려고 하는데 종원이가 고기 굽는 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참견을 하다 나한테 욕을 얻어먹고 테이블 근처에 가 앉는다.
혁주 부부가 고기를 굽는 동안 내가 야채를 씼어가지고 올라온다.
자, 준비된 사수부터 건배.
준성이가 도착한다. 그렇게 사오지 말라고 부탁했건만 화분을 하나 들고 온다.
곧이어 인수가 도착한다. 그렇게 사오지 말라고 부탁했건만 가루비누를 들고 온다.
게다가 나는 쓰지도 못하는 '드럼세탁기용' 세제다.
어느새 혁주는 물러나고 혁주의 부인 남경씨가 고기를 굽고 있다.
내가 부엌에서 끓여 온 돼지고기 김치찌개까지 도착하자
모두 잘 익은 고기와 함게 술을 마신다.
종원이가 가져온 80도 자리 술도 꺼내 마신다.
창희가 한 잔 마시더니 기겁을 한다.
나도 한 잔 스트레이트로 마셨더니
가슴에서 불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술이라는데, 진짜 징하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나라에서 왜 이렇게 쎈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한식이가 도착한다. 영업을 하는 중에 잠깐 들른 거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는 입장인데도 와주니 더 고맙고 반가웠다.
한참을 마시고 있는데 방금 상엽이, 국순이, 지선이가 일산에서
이곳을 향해 출발했다는 전갈이 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 날들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혁주는 우리 초등학교 동창은 아니지만 워낙 동네 친구고
고등학교도 함께 다니고 해서 모두 스스럼 없이 지내는 친구다.
나와는 정말 오랫만에 보는데, 마치 며칠 전에 만난 사이처럼 예사롭다.
드디어 일산 팀이 도착을 했다.
두툼한 목살 네 근을 샀건만 어느새 고기는 바닥이 났다.
다시 마트로 달려가 목살 두 근을 더 사와 숯불에 굽는다.
그전에 창희가 먼저 나가 음료수와 고추를 더 사왔건만
아이들은 청양고추가 없다고 계속 투덜거린다.
마침 형근이가 도착하자, 모두 형근이에게 청양고추를
사오라고 채근을 한다. 불쌍한 형근이.
형근이가 청양고추를 사가지고 오는 동안에도
지선이, 상엽이, 국순이까지 가세해 모두들 먹고 마시고 떠들며 논다.
모두들 술이 올랐다.
내가 기타를 들고 올라가 노래를 몇 곡 한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동네서 쫓겨날 판국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 준성이가 먼저 일어난다.
오스트리아 독주를 거듭 마시던 인수는 방에 가서 뻗는다.
그래도 애들은 줄기차게 마신다.
마시다 마시다 모두 일어난 뒤 보니 옥상이 난장판이다.
각자 차를 잡아타거나 대리 운전을 부르고
그 와중에 밑에 가서 한 잔 더 하는 인간들도 있다.
잘가라, 잘 있어라, 인사를 거듭하다가 겨우 겨우 헤어진다.
아침에 목이 말라 눈을 뜨니 난 마루에 누워있고
인수는 안방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물을 마시고 이런저런 고추들이 널부러져 있는
싱크대 근처를 한 번 본 후 다시 누워 천장을 쳐다본다.
으아, 이걸 다 어떻게 치우지...
여덟시가 되니 인수가 일어나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나가서 해장이나 하자고 했더니 자기는 술 마신 다음날엔
아무 것도 못 먹고 대신 우유를 일 리터 들이킨다고 한다.
별난 놈이 아닐 수 없다.
인수가 청소를 하자고 하길래 내가 나중에 천천히 하겠다고 했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옥상으로 올라가 청소를 시작한다.
알고보니 고마운 놈이었다.
엉망이 된 테이블을 치우고 술병들을 한쪽에 세워놓는다.
옥상 바닥을 쓸고 숯과 바베큐 통을 깨끗이 청소한다.
쓰레기가 세 봉지 나오고 설거지 거리는 산더미다.
어느 정도 옥상이 진정되자 설거지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간다.
콩나물 국밥집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몸시 덥다.
다시 밖으로 나와 가게에서 우유와 음료수를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삼호물산 사거리 트윈타워 뒷건물까지 걸어가 해장국집에 들어간다.
해장국을 시킬까 하다가 인수의 제안에 의해 술국과 막걸리를 시킨다.
아침 아홉시부터 해장술을 마시며 인생을 논한다.
인수 가족과 주변 사람들 얘기를 하고
어제 만난 종원이 혁주 준성이 한식이 지선이
어제 못 온 민석이 강식이 등등의 뒷담화를 널어놓는다.
아주 어렸을 적 구파발 구백문 뒤로
한식이와 천렵 나가곤 했던 추억도 얘기한다.
설악산 갔던 얘기, 고등학교 때 얘기...
독신으로 사는 두 사람의 고충에 대한 얘기까지 나누다
일 얘기도 잠깐 한다.
인수나 나나 모두 남을 위해서 일하는 '을' 입장이므로
'갑'에 대한 원한이 많은 편이다.
내가 "클라이언트는 딱 두 가지가 있는데,
개 아니면 개새끼가 대부분이더라" 고 했더니
인수도 적극 동의를 표한다.
부자로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하고 나니 어느덧 막걸리 세 통이 비워졌다.
아침 열시 반이다.
오랫만에 흐뭇한 해장술 자리였다.
과천에 약속이 있다는 인수와 헤어진 뒤 집으로 와
싱크대 주변을 다시 한 번 쳐다 본다.
으아, 저걸 다 언제 치우지...?
첫댓글 내가 그랫잔오 설거지 죽음이라고 ㅋ 후기들 보고 무서버서 집들이 하겟냐 ^^*
설거지야 천천히 하면 되지 뭐. 담에 조용히 놀러와라.
흐흐 내가 조용히 움직이는거 봣냐^^* 늘 요란하지 2차 집들이로 다끌고 가야쥐~~~~~수고 햇고 26일 봄소풍서 봅세 9/30분 구파발 분수대얌~~~~
성준이의 느긋한 성격을 닮고 싶당....
성준아 못가봐서 미안하다..하긴 내가안가서 설거지 줄었지???고생했다...일요일날 보세..............
이런게 사람사는거지 뭐 별거 있냐? 열심히 일하고 사정없이 놀고~~~
한식아 고맙다... 덕분에 집에 편하게 왔다... 신세 갚을날 있겠지...
나두~~~
종종 옥상바베큐 파티 해...
다들 다음에 또 널러와라. 근데 한식아, 열심히 일하고 사정(?) 없이 사랑을 하란 얘기냐? 피임 얘기는 아닌 거 같고...
분위기 좋아 간혹 한번씩 안주 챙겨 가야겠다. 성준이가 쫒겨나나 우리가 쫒겨나나 함 보자
오스트리아 독주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벌써 다 없어졌겠지..ㅎㅎ 인수가 우리들의 인순이?
빙고~
담에 한 번 더 하자...,삥바리 못했걸랑^^그러면 내가 또 기똥찬 술 가져갈께...ㅋㅋㅋ
지선이가 종원이가 그 술을 많이 가지고 있는듯 하다고 귀뜸 하더만..ㅎㅎ 그런데 삥바리가 뭐지? 포커?
점백 고스톱이얌 장닭이랑 나랑 맞고 치면 백원에 목숨 걸거덩 ㅎㅎ
ㅎㅎㅎ 재미나겠군..난 고스톱을 못쳐서리..약식원카드 정도는 할 수 있는데..ㅎㅎ
염총! 마빡맞기 맞고 함 칠까?ㅋㅋㅋ
덕현아, 80 도짜리 술은 진짜 흉악해. 안 마시는 게 나아. 그리고 종원아, 정 원한다면 테이블 마련해 줄게. 근데 우리집에 포커 친다고 온 사람들 중 술 안 취하고 진짜 친 경우는 한 번 밖에 없었어. 내 홈피에 와서 찾아보면 포커 치는 사진 있음.
그 흉악스러움을 한번 체험하고는 싶네..ㅎㅎ
근간 체험하게 해줄께...ㅋㅋㅋ
ㅎㅎ 기대됩니다요..성준이 홈피는 어디에 있담?
성준이 집들이 후기땜시 난리가 났씨유...,
ㅎㅎㅎ 그 80도짜리 술 때문이 아니고? 성준이 거의 아줌마에 가깝다고 해서 무척 궁금하다..ㅎㅎㅎ
오래간만에 들어와 이제 집들이 후기를 봤다. 무수리과인 내가 가야 설거지부담없이 다음을 또 기약했을텐데.... 고생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