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우리들 (3)
한글의 미학적 측면
이번 연재 글들을 준비한 가장 주된 목적은,
(1) 우리가 익숙한 모국어 및 그 문자체계에 대해 가능한 한 객관적 이해를 높이고,
(2) 지나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파생된 과도한 자부심과 신화를 제거하는 일
입니다.
따라서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자국 문화를 비하하는듯이 느낄 수도 있겠으나, 간혹 드러나는 한국어와 한글사용 문화의 단점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실상 세계의 어떤 언어나 문자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다른 언어나 문자를 더욱 우위에 두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작업을 통해서 "한국인"인 우리들 자신을 보다 깊이 성찰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루게 될 3번째 주제는 미학적 측면, 즉 "아름다움"에 관한 것입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그 기능적 측면보다 훨씬 더 많은 거품과 신화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당히 많은 수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한글은 아름답다"라든가, 이보다 더 나아가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동시에 아름다운 문자" 등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한국인이라면 거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이러한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름다움"(beauty, 美)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거의 결여되었다는 점입니다. 철학에서도 논리적인 부분이나 타인의 주장과 비교가 가능한 주제를 다루는 분야들과 달리, 아름다움에 관한 사항은 도덕이나 윤리와 마찬가지로 "가치론"이라는 별도의 분야에서 다루게 됩니다. 즉 "아름다움"이란 대단히 주관적 요소가 반영되어, 계량적으로 어떤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합의도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세상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문자들을 다 비교해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령 비교를 해보았다 해도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다만 시대(시간)나 사회(공간), 그리고 개인적 취향(경험의 축적과정)과 같은 요소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따라서 어떤 문자가 아름답다고 할 때도, 대부분의 국가나 민족들은 자국문자 혹은 모국어를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국문자는 대체로 시각적 익숙성을 갖게 만들어줄 것이고, 모국어의 경우엔 매우 세밀한 표현, 즉 의성어나 의태어 혹은 미묘한 은유적 표현법 등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가령 "함박눈", "싸락눈" 등등, 한국인들은 "눈"(snow)에 대해 단 하나 혹은 단지 몇 개의 표현만 가진 동남아시아인들보다는 훨씬 많은 표현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경우를 상상해서 한국인들은 한국어가 더 아름답고 시적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기후와 환경에 맞춰 한국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또 다른 부분에 대해 다양한 표현을 가지고 있고, 에스키모들의 경우엔 "눈"(雪, snow)을 표현하는 낱말들이 한국인이 상상할 수 있는 단어 수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다국어를 배우기 위해 여러 나라들을 방문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한결같이 느끼는 것 하나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도움을 청한 원어민이 "거봐, 우리말 어렵지?" 하고 말을 하거나, 아니면 그런 태도의 표정 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같은 태도를 소위 선진국 및 후진국, 그리고 한국을 포함하여 최소 5개국에서 동일하게 경험해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햐~ 사람사는 세상은 어디나 이렇게들 생각이 똑같구나~"하고 무릎을 탁(!) 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따라서 모국어가 가장 미묘하고 잘 발달된 언어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 한국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 특별히 염려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생각을 깨지 못하면 자국어의 장단점을 발견하기도 쉽지가 않고, 그보다 더 나아가서 지구화된 세상의 이치를 살피는 일에서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국어나 자국 문자에 관해서만은, 자부심을 갖기보다는 무엇이 장점과 약점인지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뛰어난 성찰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문자의 아름다움에 관해 성찰하는 데 필요한 이러한 근본적인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저 역시 어떤 문자가 가장 아름다운 문자인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통상 시각적 아름다움에 필요한 요소들은 좀 생각해볼 수 있을듯 합니다. 즉 어떤 문자체계가 조형화되기 위해선 원, 선, 곡선, 점 등의 요소들이 필요하고, 좀더 나아가면 선의 굵기나 글자가 쓰여지는 부분과 여백으로 남는 부분 등과 같은 보다 복합적인 요소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엔 되도록이면 곡선미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부분이 비율이 높고, 문자 바깥에 다양한 형태의 여백을 가질 수 있는 문자체계가 아름다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은 역시 개인의 취향 문제라 자신있게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한글이 가진 단점 2가지를 한번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곡선의 경우엔 한자나 알파벳 문자가 그 사용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한글의 경우 "이응"과 "히읏"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곡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흘림체와 같이 인위적으로 곡선적 요소를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한글이 가진 근본적 자모구성 원리 자체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부분이 미학적 관점에서 한글이 가진 첫번째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두번째 요소는 한글이 기본공간 내에서 적절한 여백을 다양한 형태로 갖지 못한다는 것도 미학적으로는 상당히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듯 합니다. 가령 다음의 표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알파벳 문자의 경우엔 글자마다 기본공간에서 실제로 차지하는 부분이 달라서, 상당히 다채로운 여백을 보여줍니다. (글자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여백의 비율에 주목할 것!)
하지만 한글의 경우엔 모든 글자가 기본공간 내에서 차지하는 공간 부분이 유사하여, 여백을 통한 다양성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글이 이런 구조를 갖게 된 것은 "1음절 1글자" 원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세종대왕께서도 이 미학적 문제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결국 미학적으로 약간 잃어버리는 점이 있더라도 기능적 완결성에 충실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여간 곡선이 등장하는 비율, 기본공간 내에서 여백이 차지하는 비율 및 다양성 같은 요소가, 바로 제가 문자가 가진 아름다움을 살펴볼 때 중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입장에서는, 한글이 상당히 정형화된 패턴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긴 하지만 미학적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핸디캡을 주의해서 다룰 필요가 있는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단적으로 말한다면, 기본공간 내 여백이 없는만큼 실생활에서 사용할 시는 여백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한국의 상점 간판들입니다. 특히 2번째 사진에 있는 정형화된 노란간판들은 더더욱 한국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일본 거리의 간판입니다. 일본 역시 간판을 빼곡하게 설치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일본의 가나문자는 곡선과 직선, 한문과 가타카나와 히라가나라는 3가지 체계로 구성되어 나름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간판이 너무 많아 공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자본주의 하에서 홍보를 위한 간판 설치를 막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양적으로 많이 붙어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단일한 간판 내의 공간활용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가치가 있을듯 합니다.
먼저 한글을 이용해 억지로 곡선을 많이 많들어주면(즉 흘림체), 가장 세련되게 만들더라도 유치원 간판같은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정보전달력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2번째 제시했던 여백의 활용을 이용하면 나름대로 정보전달과 미학적 장점을 어느정도 함께 살릴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두 간판을 비교해 보시죠.
가령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공간을 활용하는 쪽이 한글을 좀더 예쁘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보시는 분마다 의견은 다르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여간 한글에 대해서는 이 정도 하고말이죠, 본격적으로 세계에는 어떤 아름다운 문자들이 존재하는지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들이 있는데, 대체로 영어권 사용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알파벳류 문자들이 10위권 안에 3분의 2정도를 차지하고, 한글도 10위 안팍 정도를 차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7-8위권까지도 접근합니다. 일본의 가나문자가 한글보다 약간 앞서는 정도입니다. 영어권 온라인이다 보니 알파벳 문자권의 강세가 보입니다. 한글의 경우엔 한국어 역시 세계 12위의 사용인구를 가진 언어이고, 그 공간을 차지하는 구성비율이 워낙 다른 형태라서 외국인들 중 좀 이채롭게 본 사람들도 있을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탑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이 문자입니다.
바로 아랍문자입니다. 곡선의 비율이 높고, 글자 기본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백이 들어갑니다.
이제 다른 지역의 다양한 문자들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이번 연재편을 마치고 제4부에서 또 다른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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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16개 공용어 중 하나인, 남인도 지방의 까나다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하는 까나다(Kannada) 문자. 문자라기보다는 장식문양과도 같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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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를 표기하기 위해 제작된 다양한 문자들 중에서도 현재까지 사용되는 "후둠" 몽골문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에서 좌로 가며 필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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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유럽에서 필사로 만들어진 라틴어 문헌. 신약과 구약성경을 지리학적 관점에서 주해한 문헌으로, 알파벳 문화권의 출판예술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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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예가가 쓴 서예작품들. 이 문자는 고전한자이다. |
ผู้ช่วยศาสตราจารย์ นิภา อัศวเพิ่มพูนผล ผู้ช่วยอธิการบดีฝ่ายทรัพย์สิน มหาวิทยาลัยธรรมศาสตร์ (มธ.) กล่าวว่า มหาวิทยาลัยได้จัดที่พัก ให้นักกีฬา เข้าพักที่หอคู่โดมและเคียงโดม โดยให้นักศึกษาที่พักอาศัยในหอพักดังกล่าวย้ายออกจากหอพักก่อนเวลา 12.00 น. ของวันที่ 20 มกราคม ทั้งนี้ หากนักศึกษาออกจากหอพักก่อนเวลา 12.00 น. ของวันที่ 18 มกราคม จะได้รับส่วนลดค่าน้ำและค่าไฟเป็นจำนวน 300 บาทต่อห้อง
“สำหรับนักศึกษาอาสาสมัครและไม่ได้เดินทางกลับบ้านสามารถแจ้งความจำนงขอพักอาศัยกับเพื่อนที่หอพักเอเชี่ยนเกมส์ ซึ่งเป็นหอพัก ที่ให้นักศึกษาพักอยู่ได้ในช่วงงานกีฬามหาวิทยาลัย แต่ในกรณีที่ไม่สามารถหาที่พักได้ สำนักงานทรัพย์สินได้จัดที่พักสำรองเบื้องต้น ไว้ให้ที่หอพักโรงพยาบาลธรรมศาสตร์เฉลิมพระเกียรติแล้ว” ผู้ช่วยศาสตราจารย์นิภา กล่า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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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메르문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태국문자. 상단은 일반적인 글씨체이고, 하단은 광고 등에 사용하는 고딕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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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문자. 상단의 사진은 인쇄체이고, 하단의 사진은 티벳의 예술가가 구성한 흘림체 서예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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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적인 정형시 장르인 "하이쿠"(俳句) 한 수를 그림과 함께 구현한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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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편인 제2편도 증보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자의 미학만을 중시한다면, 티벳문자가 곡선미,여백,안정감에 좋은 점수를 줍니다.
저는 아무리 한글의 단점을 얘기해도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길 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 위에 예시한 문자들을 보기만 해도 머리가 돌 것 같고 헛 구역질이 나올려고 합니다 왜냐면 너무 어려워서요. 세종대왕님께 다시한 번 감사드리고 훌륭한 우리말 제대로 사용할려고 노력하겠습니다....히히...언제나 제 생각을 그대로 전달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크메르어를 배우면서 겪은 일 중에, 어느날 시험지를 받아들고는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벽돌로 머리를 쪼이는 현상(머리에 죄가 나는 현상)을 경험하고는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쓰고 읽기가 쉬운 우리말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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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또 최근 국내에서 휴대폰 문자를 빨리 보내는 '엄지족'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우승한 것과 관련, 한글의 우수성 및 세종대왕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지도자가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통을 이해하는 노력에서 한글이 나왔다. 위대한 지도자나 위대한 업적은 국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바탕 위에서 나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그
다시 읽어 보아도 명문입니다.^^
ㅎㅎ 쑥스럽네요..
감사합니다.. ^^